돈은 재포장됐고, 현장은 여전히 비어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정부가 내놓은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1조 2614억 원을 두고, 지역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표면은 화려하다. "지방이 직접 짜고, AI가 메운다", "수도권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그러나 그 밑에 깔린 숫자와 구조를 뜯어보면, 이것이 진정으로 지역의료 붕괴를 막을 대책인지 깊은 회의가 든다. 정부안의 문제점: 현장에서 본 네 가지 허상 첫째, 회계 장난질이다. 총액 1조 2614억 원 중 순수 신규 예산은 겨우 3689억 원(29%)이다. 나머지 8925억 원(71%)은 기존 일반회계 사업의 '꼬리표 갈아끼우기'에 불과하다. 시민사회조차 이를 "회계 돌려막기", "무늬만 확충"이라 규탄했고, 국회에서 김윤 의원이 "순증이 5천억 원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하자 정은경 복지부 장관 스스로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지역의료 붕괴를 막겠다며 만든 특별회계가 장부상 숫자 맞추기에 그친다면, 이는 국민 기만이다. 둘째, 2026.09.11
검사 결과를 뒤늦게 확인한 의사,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형사책임을 질까
[메디게이트뉴스] 의사가 검사 결과를 뒤늦게 확인한 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형사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려면 의사가 검사 결과를 적시에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당시 환자의 악화를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으며, 그 의무 위반과 환자의 상해 또는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까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한다. 검사 결과 확인의무는 검사 목적과 종류, 환자의 증상과 병력, 결과의 긴급성, 의료기관의 업무분장 및 결과 통보체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의사가 중대한 질환을 의심해 직접 검사를 지시하였거나, 검사 결과가 시술의 시행 여부 또는 응급치료의 필요성과 직접 관련돼 있다면 확인의무가 강하게 인정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출혈 위험이 큰 시술을 앞두고 혈소판 수치가 현저히 낮게 나온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시술이 이뤄지도록 한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 2026.09.10
소명을 명분으로 희생을 징수하는 정치, 그 자체가 문제다
[메디게이트뉴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8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단축 요구를 두고 "소명의식을 다 내팽개치고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과는 필요 없다. 사과는 실수를 전제한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인식이다. 그리고 잘못된 인식으로 입법에 관여하는 것은 사과로 정정되지 않는다. 숫자부터 보자. 2026년 신규 의과 공보의는 98명. 같은 해 복무를 마친 인원은 450명, 충원율 22%. 전체 규모는 945명에서 593명으로 1년 만에 37% 증발했다(보건복지부 브리핑, 2026.3). 2017년 2,116명의 4분의 1이다. 현역병 18개월, 군의관은 훈련 포함 38~39개월. 두 배가 넘는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사에서 의대 재학생 99.0%가 지원 감소 원인으로 이 격차를 지목했고, 24개월로 단축되면 복무 의향은 공보의 94.7%, 군의관 92.2%로 회복된다고 답했다. 2024년 조사에서 병역 대상 남학생 49%는 2026.09.04
美, 의료 현장 기반 공개경쟁 vs 韓, 거시적 관점 ‘강단 의학’의 정부 입맛 맞춤형
[메디게이트뉴스] 미국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산하의 보건자원서비스청(HRSA: 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은 의사, 의원, 병원, 지역 병원센터, 공공기관(Physicians, hospitals, community health centers, public health organizations) 등 다양한 의료제공자가 제안하는 새로운 의료서비스 모델과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해 타당성 검토를 포함한 ‘실증 역할’을 수행하도록 연구비를 지원한다. 미국의 NIH(National Istitute of Health)가 주로 기초·임상 연구를 지원하는 기관이라면, HRSA는 ‘의료서비스 전달체계(health service delivery system)’의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지원하는 기관이다. 미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혁신’ 혹은 다양한 ‘개혁위원회’를 구성하는 우리나라와는 다 2026.09.03
'박근혜의 복심' 유영하, 청년 의사 폄훼로 증명한 '자격 미달'
[메디게이트뉴스] 유영하 의원의 정치적 자산과 현재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오롯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일한 측근'이라는 타이틀 덕분이다. 그런 그가 군 장병과 의료 취약계층의 생명이 걸린 군의관·공중보건의사 복무 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두고, 합리적 대안 제시 없이 "선생님 소리 들려주니 소명의식을 내팽개친 돈벌이 이기주의"라는 저급한 감정적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의료진을 모독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박 전 대통령이 평생 곁에 둔 복심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가"라는 깊은 실망감을 안긴 자해 행위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꼰대적 권위주의 일반 병사 복무기간(18개월)의 2배가 넘는 39개월(군사훈련 포함)의 독박 복무를 현실화해달라는 청년 의사들의 목소리는 특혜 요구가 아닌 '청춘의 불평등을 바로잡아달라'는 지극히 당연한 공정의 요구다. 이를 두고 "소명의식이 없다"며 고압적인 훈계조로 매도하는 유 의원의 태도는 과거 박근혜 정부가 2026.09.03
“의료분쟁, 시행령만 잘 만들면 해결된다”는 착각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한 가지 기대가 있었다. 법 자체에 아쉬움이 있더라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잘 만들면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문제를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대한의학회가 관련 연구용역을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런 기대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지난 7월 29일 대한의학회가 산하 26개 전문과목학회에 배포한 안내문은 오히려 이 법의 근본적인 한계를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대한의학회 스스로 “법률 자체를 개정하지 않는 이상 하위법령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연구용역을 통해 시행령과 시행규칙, 가이드라인을 아무리 정교하게 마련하더라도 법률 자체의 구조적 문제까지 고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행령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 개정법은 의료인의 형사책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특례를 마련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수준의 형사특례 2026.09.01
복무기간 형평성이 쏘아 올린 군 의료체계 개편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서로 얽혀 있다. 부족한 공중보건의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의관 제도 개편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동안 일반 사병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크게 단축되면서 군의관 의무복무기간 문제가 주요 관심사가 됐다. 복무기간 논의와 병행해 지금의 우리나라 군의관 제도가 과연 현대전에 적합한 제도인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군은 모든 군의관을 법률상 의사로만 충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비롯한 나토(NATO) 회원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험은 전투 초기 생존율을 결정하는 요소가 의사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응급처치 능력과 후송 체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달리 표현하면 전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특화된 대대급 의료책임자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대대급 의료부대를 운영하기 위해 미국은 PA(Physician Assistant)를, 영국은 전투 의무기사(Comb 2026.08.21
놀란의 오디세이와 지역필수공공의료
[메디게이트뉴스] 화제의 신작 놀란의 오디세이를 보며 봉준호의 기생충이 떠올랐다.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으로 보기 쉬운 현실을, 선악의 구분 없이 담담하게 드라마로 풀어냈다는 점이 닮았다. 기생충이 사회경제적 상류층과 하류층을 그렸다면, 오디세이는 국제사회의 강자와 약자를 오디세우스의 병사들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담아 묘사한다. 오디세이가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다. '제우스의 법'과 '바다민족'. 제우스의 법은 낯선 손님에게 환대를 베풀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바다를 떠돌던 이들은 낯선 이에게 환대받을 자격이 있었다. 식량이 떨어진 손님에게 식사를 내어주지 않는 주인은 같은 그리스인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제우스의 법을 어긴 자는 낯선이의 모습을 한 신에게 벌을 받는다는 믿음이었다. 이 규칙을 보며 UN과 ILO가 만든 각종 헌장들이 떠올랐다. 지켜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대놓고 무시해도 강제력이 없는 법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풍요로운 시대에는 모두가 당연히 지킨다. 하지만 무임승차자 2026.08.19
의사 주홍글씨 법. 차라리 이국종 교수를 탄핵하라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비례대표 의원이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며 논란이 있다. 해당 의원은 의료계의 격렬한 반발과 우려에도, SNS를 통해 입법 의지를 펴고 있다. 환자의 알 권리와 안전이라는 명분은 좋다. 그러나 법안이 담고 있는 파급력을 살펴보면, 이 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의료사고 이력자’라는 비난의 표적이 될 사람은 이국종 교수를 포함한 필수·중증의료 의료진일 것이다. 의사들에게 입히는 ‘주홍글씨’ 이국종 교수가 담당했던 중증외상 환자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겨우 목숨을 붙잡고 닥터 헬기로, 구급차로 응급실로 오는 이들이다. 응급 수술과 처치 과정에서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은 진료 영역의 구조적 한계이자 현실이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사에게 결과론적 치사율이나 불가항력적 사고 이력을 공개해 '주홍글씨'를 새긴다면 어떻게 될까. 중증외상 의료진은 2026.08.18
의대신설 둘러싼 논란 갈수록 '점입가경'
[메디게이트뉴스] 의대신설을 둘러싼 오래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역에 의대 하나 만드는 것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많은 정치인들(심지어 수도권포함)과 대학 이해당사자들이 사활을 걸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히 살펴보자. 총인구 수 5130만명,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인구의 20% 가량인 초고령사회 진입, 하락 추세인 합계출산율 0.7은 세계 최저로 압도적 1위, 2025년도 신생아 출생 26만9000만명으로 감소 중이다. 좁은 국토면적(약 10만 km²)에 KTX, SRT, 촘촘한 고속도로 등 세계 1등 교통망을 갖춘 1일 생활권에 의료 접근성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런 대한민국에 이미 의대 40개, 한의대 11개, 합 모두 51개나 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도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이다. (일본은 인구 약 1억2000만명에 의대 82개, 미국은 인구 약 3억4000만명에 의대 153개) 그런데 최근 뉴스위크지 발표에 따르면 세계 100대 우수병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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