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기간 형평성이 쏘아 올린 군 의료체계 개편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서로 얽혀 있다. 부족한 공중보건의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의관 제도 개편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동안 일반 사병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크게 단축되면서 군의관 의무복무기간 문제가 주요 관심사가 됐다. 복무기간 논의와 병행해 지금의 우리나라 군의관 제도가 과연 현대전에 적합한 제도인지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군은 모든 군의관을 법률상 의사로만 충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비롯한 나토(NATO) 회원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험은 전투 초기 생존율을 결정하는 요소가 의사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응급처치 능력과 후송 체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달리 표현하면 전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특화된 대대급 의료책임자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대대급 의료부대를 운영하기 위해 미국은 PA(Physician Assistant)를, 영국은 전투 의무기사(Comb 2026.08.21
놀란의 오디세이와 지역필수공공의료
[메디게이트뉴스] 화제의 신작 놀란의 오디세이를 보며 봉준호의 기생충이 떠올랐다.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으로 보기 쉬운 현실을, 선악의 구분 없이 담담하게 드라마로 풀어냈다는 점이 닮았다. 기생충이 사회경제적 상류층과 하류층을 그렸다면, 오디세이는 국제사회의 강자와 약자를 오디세우스의 병사들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담아 묘사한다. 오디세이가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다. '제우스의 법'과 '바다민족'. 제우스의 법은 낯선 손님에게 환대를 베풀어야 한다는 규칙이다. 바다를 떠돌던 이들은 낯선 이에게 환대받을 자격이 있었다. 식량이 떨어진 손님에게 식사를 내어주지 않는 주인은 같은 그리스인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제우스의 법을 어긴 자는 낯선이의 모습을 한 신에게 벌을 받는다는 믿음이었다. 이 규칙을 보며 UN과 ILO가 만든 각종 헌장들이 떠올랐다. 지켜야 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대놓고 무시해도 강제력이 없는 법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풍요로운 시대에는 모두가 당연히 지킨다. 하지만 무임승차자 2026.08.19
의사 주홍글씨 법. 차라리 이국종 교수를 탄핵하라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비례대표 의원이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며 논란이 있다. 해당 의원은 의료계의 격렬한 반발과 우려에도, SNS를 통해 입법 의지를 펴고 있다. 환자의 알 권리와 안전이라는 명분은 좋다. 그러나 법안이 담고 있는 파급력을 살펴보면, 이 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의료사고 이력자’라는 비난의 표적이 될 사람은 이국종 교수를 포함한 필수·중증의료 의료진일 것이다. 의사들에게 입히는 ‘주홍글씨’ 이국종 교수가 담당했던 중증외상 환자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겨우 목숨을 붙잡고 닥터 헬기로, 구급차로 응급실로 오는 이들이다. 응급 수술과 처치 과정에서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은 진료 영역의 구조적 한계이자 현실이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사에게 결과론적 치사율이나 불가항력적 사고 이력을 공개해 '주홍글씨'를 새긴다면 어떻게 될까. 중증외상 의료진은 2026.08.18
의대신설 둘러싼 논란 갈수록 '점입가경'
[메디게이트뉴스] 의대신설을 둘러싼 오래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역에 의대 하나 만드는 것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많은 정치인들(심지어 수도권포함)과 대학 이해당사자들이 사활을 걸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히 살펴보자. 총인구 수 5130만명,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인구의 20% 가량인 초고령사회 진입, 하락 추세인 합계출산율 0.7은 세계 최저로 압도적 1위, 2025년도 신생아 출생 26만9000만명으로 감소 중이다. 좁은 국토면적(약 10만 km²)에 KTX, SRT, 촘촘한 고속도로 등 세계 1등 교통망을 갖춘 1일 생활권에 의료 접근성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런 대한민국에 이미 의대 40개, 한의대 11개, 합 모두 51개나 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도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이다. (일본은 인구 약 1억2000만명에 의대 82개, 미국은 인구 약 3억4000만명에 의대 153개) 그런데 최근 뉴스위크지 발표에 따르면 세계 100대 우수병 2026.08.13
개원자금 잔고 부풀리기 대출, 형사책임 갈리는 기준은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병원 개원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의 '예비창업보증'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자기자금 한도 등을 부풀린 혐의로 브로커와 다수의 의사들이 경찰 및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배포한 지난 7월자 보도자료에 의하면, 검찰은 병원, 약국 개원 명목으로 약 1970억 원의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편취한 대출브로커 A를 구속 기소하고, 공범으로 송치된 다수의 의료인들에 대해서는 불기소했다. 대출브로커 A에 의해 이용당하거나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하였음을 확인하고, 대출금 변제의 1차 책임자가 의료인인 점, 대부분의 피해를 변제한 점, 일부 의료인들은 A로부터 사기 피해를 입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여 사건의 실질에 따라 의료인들을 선처하였다는 설명이다. 신용보증기금의 예비창업보증은 의사 등 전문자격을 보유한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10억 원의 범위에서 i) 자기자금 한도, ii) 소요자금 한도, iii) 사업성 평가 점수별 한도 중 적은 금액을 한도로 2026.08.13
한의사 레이저 교육, 본질을 놓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공중보건의사 직무교육에서 한의과 공보의를 대상으로 레이저 치료 강의가 편성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전북도의사회가 즉각 대응했고, 강의는 결국 취소됐다. 다행스러운 결말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해프닝은 한의대 교육이 실제로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으로 한의대 교수의 권위를 증명하는지 되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한의사가 레이저를 가르친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 밖이다. 강의를 맡기로 했던 A교수는 한의대 학장과 한의대 부속 한방병원 병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소속 과목은 한방순환신경내과학이다. 순환기와 신경계를 함께 다룬다는 과목명부터 의사들에게는 낯설다. 연구 분야로는 뇌중풍, 파킨슨병, 레이저 치료학, photobiomodulation을 내세운다. 학장까지 지낸 인물이 본인의 전공과목과 무관한 영역에 이만큼 공을 들이고 이를 대표 이력으로 내세우는 모습이 생소하다. 이력을 하나씩 검증해봤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뜯어 2026.08.11
무책임한 ‘의사 특혜’ 프레임, 껍데기만 남은 의료분쟁조정법
[메디게이트뉴스] 필수의료가 무너지고 응급실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비극이 이어질 때,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중증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마지막 희망과도 같았다. 적어도 치료 시기를 놓쳐 지역 때문에 차별받거나, 사법적 리스크를 우려한 진료 기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 법안의 원래 취지와 목적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는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의사 특혜’라는 엉뚱한 프레임에 갇혀 법 개정 취지의 본질을 잃은 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언론과 토론회를 메운 논쟁에서 법안의 본질인 ‘환자 생명 보호’와 ‘필수의료 현장의 정상화’는 자취를 감췄다. 일부 환자단체와 시민단체, 소비자단체들은 이를 ‘의사들에 대한 특혜’라고 규정하며 위헌 소지와 법률적 문제를 제기했고, 여기에 법률가들까지 가세했다. 그 결과 본래의 목적과 방향은 크게 변질됐고,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는 알맹이가 빠져 2026.08.09
언어의 감옥에 갇힌 의학: '의료사고' 프레임을 해체하라
언어라는 집, 그리고 인식의 감옥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Die Sprache ist das Haus des Seins)."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1947년 발표한 논문 「휴머니즘에 관하여(Brief über den Humanismus)」에서 제시한 명제다. 근대 형이상학이 언어를 단순히 인간의 생각이나 외계의 사물을 전달하는 도구로 취급한 것과 달리, 하이데거는 인간이 언어라는 구조물 안에서만 세계를 인식하고 실재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이 언어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구축해 놓은 언어의 지평이 인간의 사유와 존재 방식을 규정한다는 뜻이다. 어떤 사회가 특정 사태를 지칭하기 위해 선택한 단어는 그 사회의 법적 처리 방식과 정서 반응, 나아가 제도 형태를 결정짓는다. 오염되거나 정교하지 못한 언어가 공론장에 매립될 때, 대중은 현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언어가 만든 인식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명제는 2026.08.06
입시 관리 실패, 미래 의료인에게 전가해선 안 돼
[메디게이트뉴스] 의과대학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정원을 초과해 선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아무 책임 없는 미래 수험생과 의대생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입학한 학생의 지위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대학과 정부의 관리 실패를 다음 세대의 입학 기회 축소로 메우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관련기사=순천향의대 신입생 11명 초과 선발에도 솜방망이 제재…'입시비리' 악용 우려] 행정의 잘못은 행정이 책임져야 한다. 대학과 정부가 관리하지 못한 정원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불공정이다. 미래 의료인을 길러낼 기회를 줄이는 방식으로 행정 실패의 대가를 치르게 해서는 안 된다. 의대 정원은 일반 학과의 숫자와 다르다. 의대생 한 명은 단순히 강의실 의자 하나가 아니다. 교수진과 기초의학 교육, 해부학 실습, 임상실습 병원, 전공의 수련, 지역의료 공급, 환자 안전까지 연결되는 의료인력 2026.08.03
지방 응급실 위기, ‘대출’이 아니라 ‘국가 책임’이 답이다
[메디게이트뉴스] “지방 응급실 위기는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적자 문제다. 대출은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공공적 직접지원 없이는 응급의료망을 살릴 수 없다.” 정부가 비수도권·취약지 응급의료기관 94개소에 총 1000억 원 규모의 정책융자를 지원하겠다고 2일 발표했다. 연 1~2% 저리,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시설 개선, 장비 교체뿐만 아니라 인건비·운영비, 심지어 기존 차입금 대환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은 역설적으로 지방 응급실이 처한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직접 재정 지원이 아닌 ‘융자(대출)’라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가 명확하다. 구조적 적자에 시달리는 응급의료기관에 다시 빚을 지게 하는 방식으로는 무너져가는 지역 응급의료망을 결코 살릴 수 없다. 1. 빚으로 빚을 갚으라는 미봉책… 5년 뒤 상환 폭탄으로 작용 정부가 발표한 1000억 원 정책융자는 당장 숨통을 틔우는 응급처치는 될지언정, 결코 근본 해법이 될 수 없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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