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5.04 01:11최종 업데이트 19.05.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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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3·4년차 내과 전공의 동시 전문의 배출, 수련병원 인력공백 대책 미비

대전협 실태조사, 29개 수련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 62.1%가 "뚜렷한 대책 없다" 응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내년도 내과 3년차와 4년차 전공의의 동시 전문의 배출을 앞두고 의료현장의 인력공백에 대해 정부의 재정 지원과 수련병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공의들이 입을 모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약 일주일간 온라인을 통해 전국 29개 수련병원의 내과 수석 전공의들이 참여했다.

내과 전공의 3년제 시행으로 내과 병동은 내과 전공의 3년차와 4년차가 동시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2020년부터 축소된 인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대전협에 따르면, 그동안 내과 3·4년차는 수석 전공의로 저연차 전공의 백업 및 협진부터 응급실 및 중환자실, 일반 외래에 이르기까지 병원 입원환자를 관리하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나 내과 전공의 3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모든 수련병원에서 2개 년차의 공백이 발생한다.

조사 결과, '현재 정규 업무, 당직 업무가 전공의 인력만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62.1%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은 부족한 인력에 따른 업무는 '입원전담전문의'로 해결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의료현장에서 인력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련병원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당장 내년에 2개 년차 전공의들이 동시에 전문의로 배출된 이후, 수련병원에서는 인력 공백에 따른 논의 진행상황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41.4%가 '논의는 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응답자의 20.7%는 '전혀 진행된 바 없다’와 ‘추가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다'라고 응답했고 10.3%는 '기존의 전공의 인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내과 3·4년차 전공의의 내과학회 춘계 학술대회 참여 등 단기적인 인력 공백에 대한 대책도 따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4.8%는 '기존 전공의 인력으로 운영한다'고 답했고, 37.9%는 '기존 전공의 인력과 전문의 인력으로 운영한다',  10.3%는 '논의는 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A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는 "앞으로 전공의 업무를 누군가가 분담해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며 "교수나 병원수련 측에서 이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한다거나 업무 담당을 다른 직무자(전임의나 교수)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논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공의가 포함된 상태로 논의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고 따로 의견을 물어보진 않은 상황이라 내년에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B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는 "병원에서 입원·응급실 전담의를 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문제로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너무 미미하다"면서 "교수님들 역시 당장 2학기부터는 교수 당직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재는 전임의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솔직히 병원이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C병원 수석 전공의는 "병원에서는 3·4년차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및 휴가로 대체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서도 현재 확답이 없는 상태다"며 "4년차 전공의는 시험 준비에 자유로울 수 있으나, 3년차 전공의는 주치의까지 다 도맡아 하면서 시험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D병원 수석 전공의는 "병원별 대책보다는 내과학회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인력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는 수련병원은 절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내과 병동에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48.3%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내과 수석 전공의들은 입원전담전문의 추가 고용, 입원환자 수 제한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E병원 수석 전공의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확대를 통해 병동 주치의 업무를 감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남은 인력이 유동적으로 외래 혹은 시술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병원 수석 전공의는 "입원환자 수를 줄이거나 펠로우 혹은 교수진도 당직을 해야 한다. 인력 충원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병원 수석 전공의 역시 "입원환자 수 제한을 두는 방법으로 현 체제를 유지 중이나 병원 측과 합의가 된 사항이 아니라서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정부의 재정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동시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정착을 위해 회원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을 밝혔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존에 해오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전공의, 지도전문의, 학회, 수련병원, 정부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최근 내과학회에서 지도감독보고서 개편 등 수련교육의 질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수련병원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와 지도전문의가 모두 과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원전담전문의 확대와 주치의 1인당 환자수 제한은 시급한 과제"라며 "이는 단순히 내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책을 미리 강구하지 않는다면, 각 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도 마비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재정투입은 필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전협은 전공의가 입원전담전문의를 하나의 진로로써 선택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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