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2.04 05:30최종 업데이트 15.02.10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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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원 내고 빈정 상한 노인들…"의사도 죽을 맛!"

의사를 손사레 치게 하는 정책① 65세 이상 노인정액제

"혈당검사 했다고 진료비 3배 더 내는 게 말이 돼!!"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이 1만 5000원을 초과하면 65세 이상 노인환자의 본인부담금이 3배로 껑충 뛴다. 이것이 노인본인부담정액제의 현실. 메디게이트뉴스는 노인정액제 때문에 벌어지는 의료현장의 상황을 내과 의사의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나는 경기도 수원시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 친구 사이인 노인 두분이 함께 내원했다. 두분은 웃으며 병원 문을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그렇지 않았다. 엇비슷한 진료을 받았지만 본인부담금이 3배나 차이난 게 화근이었다. 

친구보다 진료비를 3배 더 많이 낸 환자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75세 최모 할아버지. 최 할아버지는 우리 병원이 친절하게 진료한다는 소문을 듣고 고혈압 환자인 김모 할아버지와 처음 내원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진료를 다 보고 돌아가는 최 할아버지의 표정은 여간 개운치 않다. 괜히 비싼 병원에 왔다는 표정이다. 열어둔 진료실 문 사이로 진료비를 계산하면서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들린다.

최 할아버지 "잘해서 더 받는가 보구먼. 이전 병원에서는 1500원만 냈는데 여긴 4500원 받는다네"

김 할아버지 "난 1500원 냈는데. 자네는 뭐 다른(진료) 걸 더 받은 거 아니야?"

최 할아버지 "몰러~ 혈당검사 때문에 그런다는 구먼"

난 분명히!! 최 할아버지에게 왜 본인부담금이 4500원인지 설명했다.

그러나 최 할아버지는 친구에게 마치 안내도 될 진료비를 낸 것처럼 불만을 늘어놓았다. 

이게 다 65세 이상 노인본인부담정액제 때문이다.

김 할아버지와 최 할아버지는 모두 초진료 1만 4000원이 기본으로 붙고, 최 할아버에게는 혈당을 체크하기 위해 슈가스틱을 추가했을 뿐이다.

슈가스틱 970원에 가산율 146원이 더해지면 혈당검사에 드는 급여액은 1110원. 결국 최 할아버지의 급여액은 1만 5110원이 된다. 1만 5000원에서 110원 넘었다고 최 할아버지가 내야하는 돈은 3000원이나 많아지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야 3000원이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노인들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널뛰기 가격’일 것이다.

“노인정액제라는 정부 정책이 그렇게 돼 있어요....” 아무리 설명해도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의사들이 돈을 더 받는다고 오해한다.

노인정액제를 설명하는 순간은 항상 불편하고, 자신 없다.

내 잘못이 아닌데 왜 죄인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나조차 납득할 수 없는데 환자를 설득한다는 게 말이 되나. 환자의 못미더워하는 반응에 짜증나지만 어쩔 수 없다.


솔직히 환자를 위해서라면 급여항목을 비급여로 받는 게 더 유리하다. 혈당스틱 1110원을 비급여로 받으면 환자 부담금은 2600원(정액제 1500원+1100원)이 된다. 그런데 급여를 적용하면 4500원이 된다.

이게 무슨 노인 보장성인가?

그렇다고 윤리적인 지탄과 행정처분을 감수하면서까지 비급여로 받을 순 없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감기 노인환자들을 진료하는 것도 나로서는 고충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감기로 몇 달에 한 번 내원한다. 이런 환자들에게 주사만 놓아도 진료비가 껑충 뛴다. 주사 한 대의 급여액은 재료비와 진찰료를 포함해 1500~2000원. 초진료(1만 4000원)에 주사비를 더하면 15000원이 훌쩍 넘어 4500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같은 건물 3층에 개원한 통증의학과의원 박 원장은 노인들이 한의원으로 다 떠난다고 난리다.

한의원은 약을 포함해 정액제 상한액이 2만원이기 때문이다. "한의원은 1500원에 약까지 주는데 우리 병원 오면 진료비만 4500원이 넘으니 그쪽으로 다 뺏길 수밖에" 박 원장의 낯빛이 나날이 누레진다.

노인들의 형편이 더욱 어려운 지방에서는 개원의가 환자를 위해 주사를 무료로 놓거나 재료비만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모두 편법이지만, 정당한 의료를 하고도 정상적인 보상을 받기 힘든 게 현실인데 어쩌겠나. 

이런 판국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올해에도 노인정액제를 개선하지 않을 것 같다. 정액구간을 1만 9000원~2만원으로 올리면 1000억원의 추가재정이 소요된다나 어쩐다나. 판도라의 상자 같은 노인정액제를 어떻게 하든 다음 정부의 몫으로 떠넘기려는 것 같다.

최 할아버지는 이전에 다니던 의원으로 돌아갈 것 같다. 나는 오늘도 한 명의 손님을 잃었다.

#노인 본인부담 정액제 # 복지부 # 혈당스틱 # 15000원 # 노인 보장성

송연주 기자 (yjsong@medigatenews.com)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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