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11 16:02최종 업데이트 26.10.11 16:02

제보

복지부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대개협 “진료비 억제 수단 변질 우려”

환자 선택권·진료 자율성 보장 촉구…동네 의원에 과감한 투자·지역 전문의 협력체계 요구

대한개원의협의회가 11일 2026 대한개원의협의회 제38차 추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이 의료비 절감과 지출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지역에서 예방·건강관리·치료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고 지속적인 환자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보다 지불제도 개편과 진료비 억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1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26 대한개원의협의회 제38차 추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비용 통제 앞세우면 필요한 진료 위축…환자 권리·의사 자율성 보장해야”

보건복지부는 초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해 지역 중심의 일차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모델을 정립한다는 목표로 9월 29일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참여 의원은 등록 환자에게 질병 치료와 약물 관리, 교육·상담, 방문진료·간호, 지역사회 돌봄 연계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가 구조에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인구학적 특성을 고려한 연간관리료 개념의 통합수가를 적용한다. 교육·상담 등 일차의료 서비스는 통합수가로 보상하며, 진료·검사·처치 등 진료 서비스도 참여기관이 기존 행위별수가 대신 통합수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학제팀 운영지원과 환자 관리·서비스 제공 성과에 따른 보상도 마련했다.

대개협은 이러한 지불제도 변화가 단순한 진료비 억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총액계약제나 인두제 등 지불제도 개편을 앞세워 비용 통제에 치중하면 필요한 진료가 위축되고,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과 적정한 치료를 받을 권리,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진료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개협 조현호 의무부회장은 “정부의 핵심은 주치의제를 통한 의료비 절감과 지불제도 개편, 다학제 서비스”라며 대개협은 동네 의원의 질 향상과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통합돌봄·재택의료 기반 마련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은 크게 확장한 반면 동네 의원은 위축됐다며, 의료전달체계의 왜곡과 의원의 진료 질을 높이기 위한 지원 부족을 지적했다. 시범사업 참여를 독려한 것도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대개협은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 다양한 진료과의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강점으로 꼽았다. 특정 진료과나 소수 기관에 기능을 집중하기보다 개원가의 전문성과 기존 진료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개협이 제안한 한국형 일차의료는 단골의원이 환자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지역의 단과 전문의와 신속하게 협력하는 구조다. 병원 진료를 받은 뒤에는 다시 지역사회에서 관리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조 부회장은 “개원의 대부분이 전문의인 우리나라의 독특한 의료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한국형 일차의료를 도입해야 한다”며 지역의사회가 중심 역할을 맡아 전문 진료과 의원과 단골의원 사이의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으로의 불필요한 진료 의뢰를 줄이고,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병원 역할 전환에 수조원…동네 의원에도 선제적 재정 투자 필요”

대개협은 일차의료 혁신이 성과를 내려면 정부의 과감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충분한 상담과 교육, 예방 및 만성질환 관리, 전문의 간 협진과 의뢰·회송에 적정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원인력 확보와 진료 정보 연계, 지역 협력체계 운영에도 실질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불필요한 행정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종합병원의 역할 전환을 위해 수조원이 투자되고 있다”며 “동네 의원의 선순환 구조와 지속 가능한 의료를 위해서도 선제적인 재정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 의원의 규모를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양한 전문과목의 협력과 사업의 대표성을 확보하려면 지역 여건에 맞게 참여 규모를 확대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의원에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부회장은 대개협이 협력형 사업에 지역별 최소 30개 이상의 의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참여 규모를 확보해야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의료비 절감과 진료 질 향상의 성과도 평가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정부가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한 측면은 있지만, 혁신을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자와 제도적 시도가 필요하다”며 사업이 경직된 방식으로 출발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개협은 정부가 의료계를 동등한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지역의사회가 주요 의사결정과 의료협력체계 운영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위별수가로도 질 향상 가능…두 모형의 성과 지켜볼 것”

대개협은 기존 행위별수가에 일차의료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도 의료비 절감과 환자 관리의 질 향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부회장은 행위별수가 모형을 주로 신청한 지역이 향후 사업 선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선정 과정이 ‘지역의사회 줄 세우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개협 박근태 회장은 정부가 당초 환자 1명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통합수가 모형만 제시했지만, 대개협의 반대와 협의를 거쳐 행위별수가 모형도 함께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처음 정부가 들고 나온 것은 통합수가제뿐이었다”며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논의 과정에서 통합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를 함께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두 모형 모두 회원들의 참여가 있었으며 비슷한 비중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합수가 모형이 포함된 만큼 대개협이 사업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시범사업이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계속 자문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의료비 절감과 응급입원, 환자 상태 개선 등 여러 지표를 통해 두 모형의 성과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 보건복지부 #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 환자 # 지불제도 개편 # 진료비 억제 # 동네 의원 # 종합병원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