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신약개발 시장 전세계 9위…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AI 기업과 협업하거나 내부 역량 강화 나서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신약 후보물질의 탈락 가능성을 낮추고,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제약·바이오 기업이 AI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의 AI기술 활용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에 따르면 AI 신약새발 시장규모는 2018년 8건에서 2022년 104건으로 확대됐다.
AI에 대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높아진 관심…신약개발 단축 '매력적'
1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 따르면 전통적인 신약개발은 평균 10~15년이 소요된다. 신약개발에는 높은 개발 비용, 긴 소요 기간, 낮은 성공률 등의 문제로 생산성 저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5000~1만여개의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전임상 시험에 들어가는 물질 10~250개를 선정하는 후보물질 발굴 단계가 평균 5년정도 소요된다. 전임상시험 과정을 통해 임상시험에 들어갈 물질을 약 10개로 추리는 전임상 시험은 약 2년이 소요되며, 의미있는 물질 1개를 발견하고자 시행되는 임상 1상·2상·3상은 약 6년이 걸린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 판매 허가를 받는데 평균 2년이 소요된다.
전체 신약 개발 비용 중 3분의 1이상이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사용되는데, 임상시험에 진입한 물질이라도 시판 승인까지 성공한 경우는 10% 미만이다.
이에 제약·바이오 기업은 신약개발을 효율화 할 수 있는 AI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를 활용한 제약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AI 활용 신약개발 시장은 연평균 45.7% 성장해 2027년에는 40억34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적인 전망에서는 연평균 28.8%의 성장률로 성장해 2027년 35억4860만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AI 신약개발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AI 신약개발 시장은 1340만달러로 전세계에서 9번째로 컸다. 2026년 한국 시장은 연평균 34.6%로 성장해 5910만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 AI 최고위 거버넌스인 'AI전략최고위협의회'를 출범하고, AI기술 발전을 위해 올해 71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당시 AI 기반의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국힘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AI 등을 기반으로 신약·의료솔루션을 개발하고, 바이오 제조 공정을 자동화·고속화·디지털화하는 바이오 파운드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신약개발 위한 공공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AI 활용 등을 지원하고, 제약·바이오 등 산업과 AI의 융합 활성화를 위해 산·학·연 연계로 현업산업전문인력의 AI기술 역량 강화도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AI 기술 활용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신약개발을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AI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내부 역량 강화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올해 초 자체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DAISY, Daewoong AI System) 구축을 완료했다. 데이지는 8억 종의 분자 모델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AI 플랫폼이다. 대웅제약은 현재 신약 개발 프로젝트 15개 중 8개 과제에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전임상, 임상, 시판 등 신약개발 전주기에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AI 기업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1월에는 미국 바이오기업 A2A파마슈티컬스와 AI 신약 설계 플랫폼 'SCULPT'를 활용해 신규 화합물을 설계하는 등 항암신약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온코크로스, 크리스탈파이, 닥터노아바이오텍, 머크 라이프사이언 등과 협업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빅데이터 플랫폼 '클로버(CLOVER, C&C research Laboratories Omics serVER)'와 생체 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모방한 2만5000여 종의 화합물 라이브러리인 ‘주얼리(JWELRY)’를 보유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이를 활용해 Wnt(윈트)와 STAT(스탯)을 타깃으로 하는 항암·면역질환·재생의학 분야의 신약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신테카바이오, 온코크로스, 디어젠, 큐어AI, 머크 라이프사이언스 등 다수의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신약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올해 2월 온코빅스와 기능성 소재 제품화 관련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양사는 병출을 활용한 '테카'(TECA)와 인사돌의 주성분인 '에티즘'(ETIZM) 등 천연물을 통한 개량신약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온코빅스가 개발한 AI를 이용한 약물 도출 플랫폼 '토프오믹스'(TOFPOMICS)르 활용할 예정이며, 다양한 질환군의 약물 설계에 적용해 연구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동국제약은 같은달 아론티어와 AI 시반 첨단의약품 개발 공동연구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 연구와 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동아에스티는 AI를 활용한 폐암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나섰다.
동아에스티는 2022년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 심플렉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조병철 교수 연구팀과 진행중인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플랫폼 고도화로 혁신 폐암 신약 발굴 연구'가 2022년 신규 정부 과제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바이오·의료기술 개발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 활용 혁신신약 발굴 사업의 일환으로 심플렉스가 주관 연구기관, 동아에스티와 연세암병원 조 교수 연구팀이 공동연구 개발기관을 담당한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당시 "공동연구를 통해 고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을 시도할 예정"이라며 "인공지능 전문가와 신약개발 전문가 사이의 간극은 줄이고, 폐암의 미충족 의료수요와 한계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보령제약은 같은 해 AI 기반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퀸텀인텔리전스와 신약개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보령제약은 퀸텀인텔리전스의 양자역학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예정이다.
퀸텀인텔리전스의 양자역학 기반 플랫폼은 실제 화합물의 전자 분포를 가장 유사하게 계산하고 구조를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령제약은 해당 기술을 통해 화합물의 성질을 정확히 예측해 후보물질 도출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삼진제약은 2024년 뇌질환 영상 AI 솔루션 전문기업 뉴로핏과 치매 및 뇌졸증 시장 공량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앞서 삼진제약과 경구용 치료제 'AR1001'을 공동개발하고 있던 아리바이오 역시 뉴로핏과 AR1001 글로벌 3상 참여 및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삼진제약은 지난해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아론티어와 AI 기반 면역 항암제 신약개발 공동연구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AI 기반 신약 개발 스타트업 아이젠사이언스와 AI 기반의 항암신약 작용기전 규명을 위한 연구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 역시 올해 초 아이젠사이언스와 AI 플랫폼 기반 항암신약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협약을 통해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임상단계의 효율성과 성공률을 높일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아이젠사이언스는 독자 보유한 전사체 데이터 기반 AI 신약 개발 플랫폼 '아이젠 디스커버리(AIGEN Discovery)'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젠사이언스는 AI 플랫폼을 활용해 신규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제안한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은 그간 축적한 R&D 역량을 토대로 아이젠사이언스가 제안한 표적 및 작용기전을 검증하고, 해당 물질의 도입 여부를 평가한다.
GC셀은 지난해 의료 AI 기업 루닛과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AB-201'을 연구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했다. AB-201은 유방암·위암 등 고형암에 쓰이는 CAR-NK 세포치료제다.
일반적으로 바이오마커 확인을 위해 사용되는 면역조직화학 염색 기법은 표피성장인자수용체(HER2) 인자를 사람이 단계별로 판단한다면, AI 병리 분석 플랫폼을 활용한 연구 기법은 수치화된 데이터를 통해 HER2 발현율을 판단한다.
GC셀 측은 "전 세계적으로 캔서 엑스 등 암 정복을 위한 협업 및 컨소시엄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며 "최적의 암 치료를 위한 AI 적용 등 디지털 전환 트렌드와 더불어 선제적 움직임의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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