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5.17 06:07최종 업데이트 16.05.1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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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성평가는 과연 적정한가?

'적정성평가'가 적정하지 못한 세가지 이유




국내 의료기관의 중환자실 적정성평가가 처음으로 발표되자,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11개 병원뿐인 1등급 평가 결과가 충격이라는 뉴스부터, 종합병원 절반 이상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비판하는 기사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들이 많다.
 
본래 취지 중 하나였던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부응하듯, 평가 결과는 병원을 줄 세워 그 순서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이제 국민은 결과에 따라 높은 등급의 병원을 애용하고, 낮은 등급으로 낙인 찍힌 병원들을 피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적정성평가?
 
적정성평가는 진찰, 수술, 의약품 사용 등의 의료서비스에 관해 의약학적 측면과 비용 효과적 측면에서 적정하게 행하였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적정성평가 초기에는 평가받는 의료기관의 질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서 시행하다가, 국민의 알 권리가 더해져 현재는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해가 갈수록 동기가 약해지자, 평가 결과와 수가를 연계한 가감지급을 시행하고 있다.



1. '원가보전율 60%'인 환경에서 적정성평가가 갖는 의미
 
작년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은 '병원 중환자실의 입원료 적정수가 산정연구'를 공개하면서 상급종합병원 원가보전율이 57.9%, 종합병원 전체 평균은 62.2%라고 밝혔다.
 
<출처 :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심평원이 2013년에 공개한 자료에도 중환자실 전체 입원보상률은 원가의 80%에 못 미친다.

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의료인은 "환자들이 일반실에서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간호사들이 모든 수발을 들어주는) 중환자실에 머무는 게 더 저렴해 전실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하소연한다.
 
해외와 비교하면 결과는 더욱 처참해진다.
 


 
비교한 3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3배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중환자실 입원비는 선진국보다 과하게 싸다.
 
 
국내 중환자실은 쉽게 말해, 생존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의료 환경에도, 대중은 "왜 거기에서 살아남지 못 하냐?"고 비판한다.
 
이번 평가가 대단한 점이다.
 
적정성평가는 병원에 줄을 세우게 해, 의료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못난 병원'의 책임으로 돌린다.
 
우리나라처럼 공공의료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적정성평가는 의료환경을 국가 책임이 아닌, 병원 간 경쟁을 통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었다.
 

 
2. '과다한 행정업무'를 유연하게 버티는 능력?

현재 시행 중인 적정성평가는 평가 기간과 항목을 모두 공개하고 시작한다.
 
문제는 이 행정업무에 엄청난 인력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관련된 의료인은 본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평가 준비에 몰두한다.
 
그런 면에서 적정성평가가 만드는 과다한 행정업무는 병원의 경제력을 확인하는 좋은 시금석이다.
 
경제력이 되는 큰 규모의 병원일수록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많이 확보하기 때문이다.
 
지방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A전문의는 "결국 빵빵한 QI(Quality improvement)실을 갖춘 병원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정성이라는 게 과연 '의료 환경'을 위한 것인지, '평가에 대한 적절한 대응 능력'을 보는 것인지도 헷갈린다.
 
결국 '금수저 병원'이 생존할 확률도 높다.

재미있는 점은 심평원도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병원들이 평가 준비에 따른 업무손실로 불만이 커지자, 행정비용 보상으로 20억원 이상을 지급했다.(이 비용은 상급종합병원에 편중해 지급됐다.)
 
평가를 준비하기 위한 인력 배치를 인정한 셈인데, 심평원의 이런 태도가 과연 적정성평가의 본래 취지에 합당한 지 의문이다.
 
 
 
3. '적정하지 못한' 적정성평가
 
일방적인 평가 항목에 대한 지적도 많다.
 
심평원은 심근경색증의 평가지표를 놓고, 전문가단체인 대한심장학회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심장학회는 심근경색증의 적정성평가에 있어 질 향상을 위한 명확한 지표가 부족하고, 과거 적정성평가 역시 의료질 향상 효과를 과대하게 포장했다고 주장한다.
 
의료기관이 적정성평가를 받을 때 심평원 측이 고안한 결과지표에 순응하면서, 결국은 개선되는 결과를 만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한, 학회 측은 과거에 보도자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치료법의 임상 적용으로 심혈관 질환의 사망률은 낮아지고 있으며, 국내 사망률도 이에 따라 감소하는 추세"라며 "(사망률 감소가) 심평원의 평가 사업의 결과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 결과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의료기관의 종별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평가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이번에 발표한 중환자실의 '전문장비 및 시설구비 현황' 항목이 그 예인데, 적정성평가 결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차이가 일정하게 벌어졌다.
 
상급종합병원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항목이지만, 심평원은 병원 규모에 따른 환경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평가했다.
 
그런 일괄적인 평가를 공공의료기관에도 가차 없이 적용한 덕분에, 이번 결과엔 4~5등급을 받은 기관이 제법 나왔다.
 

 
공공의료기관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심평원이 컨설팅 분야까지 업무 영역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애당초 약속했던 것처럼, 의료질 향상을 위해 저등급 병원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열악한 공공의료기관 입장에선, 공짜 컨설트를 맘껏 이용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심평원의 '맞춤형 컨설팅'을 발판 삼아 저등급 공공의료기관이 과연 어떻게 기사회생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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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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