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파이프라인 투자해야만 1개 성공 가능한 구조, 후기 임상시험 중심의 지원 확대 필요성 강조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신약개발은 결국 돈이다. 특히 후기 임상시험에서의 막대한 연구비 조달이 이뤄져야만 한다."
보령 신약연구센터 김봉석 전무는 14일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와 신동근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한정애 국회의원·김영식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제4차 포럼에서 '기업 연구개발 지원의 선택과 집중 제언'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등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산업계의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고 공동 발전을 위해 구축한 단체다. 각 기관이 정기적으로 포럼을 개최해 정책지침을 제안하고 있다.
김 전무는 "상위 10대 국내 제약사의 지난해 평균 R&D 비용은 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비용을 모두 합쳐도 2조원 정도로 글로벌 20위 제약사인 머크의 R&D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1위 기업인 로슈의 8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견기업인 I제약사는 일반적인 회계를 하면 적자를 보이지 않았을 기업인데, 지난해 R&D에 1251억원 투자했고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부연했다.
국내 임상비용은 건당 50억~150억원 수준이고, 성공률은 9.6%에 그친다. 이는 통계학적으로 보면 16개의 파이프라인이 있어야 1개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김 전무는 밝혔다.
글로벌 임상으로 가게 되면 1개 파이프라인에만 2조원이 들고, 3상에서만 수천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3상 비용을 지원할 수 없는 구조로, 대부분 제약사들이 1상까지만하다가 글로벌 제약사에 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 전무는 "유한양행 같은 국내 1위 기업도 렉라자(레이저티닙) 기술수출로 국내 판매 이익만 얻고 있다. 글로벌 이익과 차이 매우 크지만 R&D 투입비용으로 인해 기술수출을 선택한 것"이라며 "보령의 파이프라인 BR2002는 1상을 마무리하는 데만 160억원이 들었는데, 글로벌 2상, 3상은 얼마나 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입장에서는 신약개발을 위해 '돈'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후보물질 도출이나 전임상 등은 감당할 수 있어도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위한 혁신신약의 임상시험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무역협정(WTO)으로 3상에 대한 직접 지원은 어렵지만, '메가펀드'의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조성한 메가펀드 규모는 1조원이고, 2000억원 남짓 투자금이 모인 상황이다. 김 전부는 "메가펀드는 지원이 아닌 투자인 동시에, 블록버스터로 가는 인프라로 봐야 한다"면서 "1조원으로는 어렵다. 5조원 규모로 늘려야 글로벌 가서 신약 임상 3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신약개발의 특수성을 고려해 16개 파이프라인 전반에 대해 지속,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하고, 그래야만 10%의 성공률 속에서 혁신 글로벌신약도 탄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규제과학 역시 미국, 유럽, 영국, 일본 등에 비해 늦었지만, 조속히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무는 "이미 미국은 2010년대 규제과학연구센터 마련하고 혁신 연구와 전문 인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내년 2월 17일 발효되는 규제과학혁신법을 통해 규제과학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인재양성과 정책지원, 네트워크 확대 등을 체계화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장기적이고 과감한 재정 지원과 5조원대 메가 펀드 조성, 그리고 부처간 칸막이를 없앤 정책 개혁을 모두 실현하려면 기업 지원 총괄 컨트롤 타워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3상 임상직접 지원을 대신해 바이오의약품으로 제한돼 있는 세제 지원 혜택도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전반으로 분야를 확대하고, 기업 부설 연구소나 연구개발 전담부서의 인건비, 재료비, 시설임차료 등의 비용도 세액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