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의료인의 의학적 결정은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수학 계산을 하듯 예측 가능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따라올 수 있다. 의료인의 범죄행위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양심적 진료행위에 대한 사법계의 과도한 개입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구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의사회는 "얼마 전 경기도 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분쟁 이후에 진료를 담당했던 교수가 형사처벌을 받았다"며 "처벌의 대상이 됐던 교수는 흉부외과에서 폐암 분야의 대가로 인정 받아오며 수십 년 간 국내 최초의 폐암 수술 성과들을 수없이 거둬온 의사"라고 말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이번에 분쟁이 된 사건은 2013년 12월 진료받은 폐암 환자의 뇌전이 병변에 대한 즉각적인 조기 처치가 늦어져 환자에게 편측마비의 후유증이 남게 된 일이었다. 담당 교수는 해당 진료 과실에 대해 금고 1년 6개월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의사회는 "해당 사건은 진료를 담당했던 교수의 과실일 수 있다"며 "교수의 늦은 처치로 인해 편측 마비를 갖게 된 환자에게 담당 교수는 주치의로서 도의적,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실제로 응당의 민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며 "그러나 형사적 처벌 대상이 돼야 하는가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사법부에 깊은 개탄을 표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의사회는 "현대 의학의 임상 진료란 과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하되, 각각의 임상적 상황에 대해서는 해당 의료인의 경험적 지식을 토대로 판단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진료에는 1+1=2식의 명확한 알고리즘 이외에도 의사가 경험을 바탕으로 자의적으로 내리는 순간적인 선택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사회는 "이 과정에서 의사는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학문적 경험적 지식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때에 따라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위험과 이득의 경중을 따져 내린 결정이 돌이켜 보았을 때는 최선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임상에서의 결과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라며 "수천 수만 건의 임상 진료 상황 중에 단 한 건의 실수도 해내지 않는 의사는 있을 수 없다. 현대의 의학적 진료에는 과실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희생자들을 구출해내는 과정에서도 구조 지침이라는 메뉴얼을 따라야 하지만, 각각의 화재 현장에서 매번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때 역시 소방관의 양심과 경험에 따른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수많은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구출 과정에서 과실이 생길 수도 있고 그에 따른 피해자나 심지어 구출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의사회는 "이러한 상황에 도의적, 민사적 책임을 넘어서 매번 형사적 책임을 묻고 금고형을 내린다면 이는 소방관의 희생과 양심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라며 "의료인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에서 금고형을 구형 받은 교수는 환자의 치료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거나, 다른 어떤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환자에게 위해를 가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교수 개인의 방만한 행태로 인해 환자들에게 부적절한 치료를 제공해온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수없이 많은 의학적 공헌 가운데 아쉬운 판단 실책이 있었을 따름이다"라고 했다.
특히 "마치 교수가 환자에게 직접적 위해를 가한 것과 다름 없는 형사적 사건처럼 간주하는 것은 의료 행위의 필연적인 사고를 모두 형사적 처벌하겠다는 것이다"라며 "이러한 결정 하나하나에 형사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의료인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른 진료가 아닌 자기 방어적인 진료를 하는 환경을 빚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형사적 처벌이 필요한 의료인의 범죄행위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분명히 필요하다"며 "그러나 그러한 행위에 대한 엄단과 의료인의 양심적 진료 행위에 뒤따른 예상치 못한 민사적 책임에 대한 사법계의 과도한 개입은 분명히 구분돼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의사를 형사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는 현재의 잘못된 관행을 조속히 개선하고 올바른 의료 환경 조성에 사법계 또한 동참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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