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의사들이 보건소장 우선 임용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24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앞에서 시작했다.
1인 시위 첫날에 동참한 서울시 중구의사회 김성배 총무이사(사진)는 "메르스 사태를 벌써 잊었냐, 보건소장에 의사를 임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보건소장 의사 우선임용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김성배 총무이사는 "메르스는 불과 2년 전의 일로, 보건소는 국민건강 최후의 보루로 볼 수 있다"라면서 "이런 중요한 자리에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비의사들로 채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이사는 "전염병 등이 급격히 퍼질 때는 의사의 지식이나 전문가적인 소양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획일주의를 가지고 의사 임용 문제를 걸고넘어지면 앞으로 의사들의 협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배 이사는 "지금은 많은 의사들이 공공의료에 관심을 갖고 보건소장에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라면서 "이렇게 의사 직역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보건의료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의사 보건소장을 위해 여러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의사협회도 "보건소의 역할은 단순히 의료업을 실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보건사업 및 취약계층 건강관리, 건강 및 감염병 예방‧관리, 의료기관 관리‧감독 등의 기능이 있는 만큼 타 의료인이 의료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의사와 타 의료인이 차별된다는 의견은 보건소의 목적에 대한 판단 및 전문성이 떨어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의사 보건소장 우선 임용 문제는 간호협회, 한의사협회, 자치단체 공무원 등이 "의사 면허자를 우선적으로 보건소장으로 임용하는 것은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사면허가 없는 의료인과 보건의료 담당 공무원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치과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간호사협회는 지난달 성명서를 배포하고 "보건소 업무는 의학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보건학적 지식과 연계되어 있으며, 조직 운영 및 대외 관계적 역할을 수행하는 보건소장의 업무가 특별히 의사 면허와 관계가 없어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용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건소장 임용에 의사를 우선 임용하는 것은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차별행위로 볼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에 관련 근거인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지역보건법 시행령에 따르면 보건소장은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임용하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의사 임용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
복지부는 해당 권고에 "보건소는 진료를 포함한 건강증진, 질병 예방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유행 시 예방관리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갖춘 의사가 수행해야 한다"고 못 박았지만 청와대 브리핑 이후 권고안을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 6월 25일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브리핑에서 "인권위원회로부터 권고를 받은 각급 기관에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과 부가적 사항 일부 수용 등 사실상 불수용에 해당하는 형태 근절 그리고 기관장 평가 항목에 인권위 권고 수용 지시 도입 검토 등을 지시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보건소장의 의사임용 우선원칙은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막 역할만을 하고 있다"라면서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내부승진이나 기타 정치적인 인사를 위해 의사우선 임용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지역보건법이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보건소장은 의사가 아닌 의료인이나 행정 공무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더 높으며, 의사 보건소장은 연봉이 낮거나 계약직 등의 문제가 있어 오히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 또한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 규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보건소의 신뢰 기대치를 고려해 만들어졌음을 분명히 한 바 있으며, 지역주민의 건강증진 및 감염병 관리를 수행해야하는 보건소의 역할 문제 및 전문성에 대한 국회, 언론 등에서 지적된 점을 비추어 보면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필요성이 더욱 대두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성배 총무이사가 1인 시위를 개최한 이날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는 복지부와 공공의학회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해당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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