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14 07:36최종 업데이트 24.02.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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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정부와 '강대강' 피한 영리한 대응

전공의들 개별 사직으로 의견을 모은 이유는 법적 책임 회피와 정치적 셈법...향후 전공의들 단결력이 관건

사진은 2020년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의사총파업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수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20년 의사총파업 때와 달리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셈법과 더불어 전공의 개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준법 투쟁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정부를 상대로 강대강 투쟁을 피하는 대신 법적 책임을 회피한 영리한 파업으로 노선을 정한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전공의들의 파업 의지가 상당한 가운데, 향후 전공의들 사이의 단결력과 더불어 의대생들과의 공조 여부가 향후 투쟁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 투쟁 전략 2020년과 달리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12일 진행된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마라톤 회의 끝에 대전협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는 공지 외에 단체행동 계획에 대한 회의결과를 도출하진 않았다. 

대신 전공의들은 2020년과 반대로 올해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전략을 고안했다. 정부가 한차례 의료계 단체행동을 겪으며 대응 방침이 진화한데 따른 조치인 셈이다. 

대전협이 집단행동을 공식화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적인 셈법이 연관돼 있다. 지난 2020년 때처럼 연차나 사직서를 내고 당장 병원 밖을 나와 광장에 모여 대규모 궐기대회를 하게 되면 이를 정부가 저지하는 과정에서 의사와 정부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모양새가 부각된다. 

이 과정에서 의사집단은 국민 생명을 볼모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파렴치한으로 묘사되는 반면 정부는 적극적으로 의사 집단행동을 저지하는 정의로운 모습으로 묘사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언론은 이미 의사 집단행동을 '파업'이라는 극단적 단어로 부각하면서 이를 의료대란과 결부시켜 정부와 의사의 강대강 대치 프레임을 부각하고 있다. 

대전협 임총이 있었던 12일 자정을 넘긴 새벽 단체행동과 관련한 어떤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A매체는 '전공의들이 사직이나 면허 반납, 집단 휴진 등 여러 '반격'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고 B매체도 '전공의들이 사실상 파업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수술 연기 등 의료대란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기사도 내놓고 있다.

지지율 상승 도움되니 정부 강하게 의사 탄압…전공의들의 단결력이 관건  

총선을 앞두고 의사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는 정부·여당 지지율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  

국민 여론이 의대정원 확대에 대부분 찬성이라 이를 반대하는 의사들이 오히려 강하게 저항하면 할수록 정부 입장에선 지지율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공백은 의사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 

또한 통상 정치권에선 파업을 더 강한 대응으로 저지하면 지지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에 정부는 경찰까지 동원해 오는 15일 의료계 궐기대회에 '캡사이신액까지 분사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도 정부는 민주노총 도심 집회 과정에 캡사이신 스프레이형 분사기를 준비했다. 캡사이신 분사기가 집회 해산에 쓰인 것은 2017년 3월이 마지막이었다.

의대정원 2000명을 늘린다고 발표한 이후, 2월 둘째 주 현재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39.2%로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의대정원 문제와 관련해 의료계 집단행동 국면이 강하고 길어질수록 총선에 있어 정부와 여당 측에 유리한 상황이 된다"며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의대정원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정부에 불리한 이슈는 상대적으로 덮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신 전공의들의 강대강 아닌 '영리한' 대응은 사직서 제출을 전공의 개인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어 2월부터 3월 초까지 얼마나 많은 전공의들이 사직을 행동에 옮길지가 관건이다. 전공의들은 필수과와 비필수과별이나 연차별 입장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파업 참여 자체에 대한 의지는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당장 전공의들이 눈에 보이는 집단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전공의들이 얼마나 잘 결집할 수 있을지와 의대생들과의 공조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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