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30 06:41최종 업데이트 23.10.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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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료의 공공성' 강화란 무엇인가...영국은 국가 NHS가 의료과실 배상금 지원

영국은 NHS 2% 배상금 비용으로 지원, 의사들의 소신진료 가능 vs 우리나라는 의료형사범죄화와 부실한 의료과실 배상제도

[칼럼] 안덕선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

자료=NHS 레졸루션 홈페이지 발췌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위험 부담이 많은 임상과에 대한 형사처벌과 엄청난 배상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그렇지 않아도 서서히 위축돼 가는 기본적인 임상 과목의 기피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의사는 개원을 위해서 수억원이 소요되는데 환자에 대한 과실 배상액이 평생 일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징벌적 성격까지 갖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의료과실로 인한 법정구속 사태 등 다른 나라의 의료 문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억압적인 사태가 의사들에게 회의감과 좌절감을 극대화시키고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을 만들고 있다. 

영국, 소신 진료 가능하도록 의료과실 배상제도도 공공성 부여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흔히 참조하고 사례를 예를 드는 영국의 제도를 보면 의사들이 전문직업성에 의한 소신 진료를 가능하도록 의료과실 배상제도 역시 공공성이 매우 강하다. 영국의 NHS 레졸루션 (National Health Service Resoultion)은 의료에 대한 근심과 걱정 그리고 분쟁 사안을 공정하게 해결하고, 분쟁을 통해 의료의 개선을 위한 경험과 학습을 공유하기 위한 전문 지식을 NHS(National Health Service)에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보건사회복지부 산하 공공기구로 설립됐다. 

NHS 레졸루션은 우리 언어로 번역이 어려운 'Arm’s Length Bodies'로 분류되는 중앙 정부 조직의 직접 감독을 받는 공공기관이다. 달리 해석하자면 의료분쟁이나 배상에 관한 사안은 사적, 민간적 영역이 아닌 공적이며 사회적 영역으로 간주 되어서 정부 조직의 근접 지원을 받는 것이다. 환자나 의료기관 모두를 위해 의료과실 배상을 위한 성숙한 사회적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비록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지 않아도 NHS에 속한 모든 의료기관(NHS Trust)이 가입돼 있고 기관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달리 해석하자면 NHS 레졸루션의 기금은 각 의료기관의 규모에 따른 기관 출연의 형태인데 결국 기관 예산의 주 수입원은 NHS 청구액 이어서 결국은 NHS와 배상 조합인 NHS 레졸루션은 한배를 탄 운명이다. 청구액이 많은 의료기관은 기관 회비의 기여도도 크다. 결국 의료과실에 대한 배상의 무거운 짐이 공공의료의 범주에 포함돼 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없다.   

든든한 공공의료란 의사의 교육과 훈련, 의료 불만족과 과실에 대한 대처와 배상, 연금 등 의료의 전반적인 고려 사항을 포괄할 수 있는 제도와 체제를 의미한다. 모든 의료기관이 국가의 공적 보험에 강제가입 지정을 하는 민간공공의료인 우리나라도 의료과실의 배상은 공적 보험의 책임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물론 의료과실에 의한 배상제도가 모두 영국 같지는 않다. 일부 국가는 의사의 잘잘못을 가리기란 쉽지 않은 매우 전문적인 사안이고 법적 해결에 너무나도 많은 금전적 손해와 수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아예 환자의 제소에 의한 제3자 기구가 의료로 인한 피해 조사와 피해 인정의 절차 후 공적 배상을 하는 나라도 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 

의료과실 청구가 제기되면 모든 청구 처리와 비용 지불은 NHS 레졸루션 담당 

영국은 환자에 의해 의료과실에 대한 청구가 제기되면 NHS 의료기관이 법적 피고가 된다. 그러나 청구 처리 및 관련 비용 지불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NHS 레졸루션에 있다. NHS 레졸루션은 과실 배상 처리에 대한 모범사례지침(Best Practice Guide)을 출간해 NHS 의료기관에 정보제공과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환자나 NHS 의료기관(Trust)에 과실 배상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의사나 기관 모두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NHS의 10여 년 전 과실 배상금 지급은 한화 약 1조 5000억원에 조금 안되는 9억 파운드였으나 최근 연도는 약 20억 파운드 이상이 지급돼 우리나라 돈으로 약 4조원을 지급했다. 그중 상당한 액수는 변호사의 몫이었다. 이 액수는 영국에서 가장 큰 병원의 연간 운영비나 NHS의 평균적 규모 의료기관 4개의 운영비와 버금간다고 한다. 문제는 향후 배상액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감염병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던 2019년, 2020년의 사태는 과실 배상 청구 비용으로 약 83억 파운드가 추정되는 극한적 상황을 만들어냈다. 

엄청난 배상액 규모에 당연히 배상액 감소를 위한 노력은 당연해 보인다. 의료과실을 줄여 과실 배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배상 청구 소송으로부터 얻어낸 교훈을 임상 현장에 보급하기 위한 GIRFT(getting it right first time: 애초부터 잘해보자!)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NHS 레졸루션의 최고경영자인 헬렌 버논(Helen Vernon)은 의료 과실에 대한 배상 청구는 놓쳐서는 안 되는 학습의 귀중한 원천이자 개선의 기회라고 했다.

사고로 얻어진 학습은 환자 안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풍부한 자원임에도 역사적으로 학습은 환자 치료의 잠재적 개선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아직도 임상의사나 병원 관리자가 해당 부서에 대한 청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의사와 법무팀이 협력할 수 있다면 더 큰 학습과 개선의 가능성이 있기에 의사, 직원, 법무팀이 개방적으로 환자, 가족, 보호자와 협력을 권장하고 있다. 

NHS 전체 예산에서 의료과실 배상금 2% 차지 

현재 영국은 의료과실 배상금이 NHS 전체예산의 약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히 자신들의 의료과실 배상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의회에 제출된 과실 배상에 관한 보고서에서 영국의 의료과실 배상제도는 고비용이며 적대적이며, 개인의 비난을 조장하고 개별적이고 협소한 문제에만 너무 편협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패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의료과실 배상제도는 시스템 전반의 환자 안전 개선 및 학습을 촉진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스템 전반에 걸친 환자 안전 개선을 추진하는데 현재의 과실 배상의 근본인 불법행위법(Tort Law)의 역할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보고서는 불법행위법의 목적이 소송은 교훈 학습을 장려하는 것으로 이해된 적이 없고 불법행위자에 대한 재발을 방지하거나 예방으로 이해되고 있지 않고 피해자 보상제도로 오해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반대할 의사는 별로 없어 보인다. 영국의 사례가 보여 주듯이 의료공공성 강화에는 의사 양성제도, 교육과 훈련, 진료표준, 인력규제, 과실의 처리와 배상, 연금 등 의료의 전반적 고려 사항에 대한 공공성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합리적인 공적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기관의 소유주에 의한 공공의료의 정의로는 공공성 강화는 불가능해 보인다.

무엇보다 의료의 공공성을 좀먹고 있는 의료형사범죄화와 부실 의료과실 배상제도가 혁신적으로 개선되기 전에는 의료의 공공성 강화는 허공 속에 묻힐 메아리 공약(空約)처럼 들린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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