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움의원에 근무하던 의사 김상만 씨는 2013년부터 청와대에 들어가 태반주사제 ‘라이넥’을 대통령에게 직접 피하주사했다.
또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두 종류의 태반주사 200개를 4차례에 걸쳐 구매했다.
청와대는 태반주사 외에도 감초주사 100개, 백옥주사 60개, 마늘주사 50개 등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 지존과 청와대가 즐겨 사용한 태반주사.
이제 태반주사, 감초주사, 백옥주사 등은 대통령이 투여할 정도로 '믿고 쓸 수 있는' 피부미용, 피로개선, 안티에이징의 '국가공인 비급여 약물'로 등극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정부 기관인 보건의료연구원은 2010년 7월 태반주사가 피부미용, 피로개선, 관절염, 암 치료, 면역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거나 안전하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신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임상현장에서 사용하는 약물과 치료재료 등의 ‘효능 근거 수준’을 평가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당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연구를 주관한 배종면(현 제주의대 교수) 연구위원은 "식약처 허가 이후 17년간 사용된 태반주사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불충분한 상황"이라면서 "태반제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의료연구원의 검증 결과를 놓고 보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대통령이 효과가 불분명한 약물에 장기간 노출돼 있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이 이런 상황이라면 정보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일반 국민들은 오죽할까?
무엇보다 보건복지부는 태반제제에 대해 '효과 불분명'이라고 결론 내리고도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런 사태를 자초했다.
초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을 역임한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23일 "식약처 허가는 객관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게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환기시켰다.
식약처 허가가 의학적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태반주사뿐만 아니라 글루코사민 역시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서 "보건의료연구원이 효과 근거수준을 평가하면 정부가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약처가 태반주사를 허가했지만 보건의료연구원이 재평가해본 결과 효과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면 허가취소 등의 행정조취가 뒤따라야 하는데 그걸 안하니까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는 게 선진국"이라고 밝혔다.
23일 KBS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초대 주치의였던 세브란스병원 이병석 원장은 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 태반주사를 놔달라고 요구하자 의학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판단, 완강히 거절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비선 의사를 통해 태반주사를 맞아왔고, 청와대는 2014년 대통령 주치의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으로 교체된 직후부터 태반주사, 감초주사, 백옥주사 등을 대량 구매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서 근거중심의학을 정착시키기는커녕 이를 부정하고, 아예 기반을 와해시킨 것이다.
모 개원의는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주사를 취급하는 것은 저수가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면서 "대통령이라면 수가를 정상화해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데 오히려 의학을 한의학 수준으로 퇴보시켰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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