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부를 기재하지 않고, 의무병에게 주사행위를 시킨 군의관에 99일 면허정지처분한 게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창군 이래 무자격자인 의무병이 이런 의료행위를 관행처럼 해 온 상황에서 군 당국과 보건복지부가 이런 중처분을 함에 따라 전국의 상당수 군의관들은 언제든지 '걸면 걸리는' 불안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군의관으로 근무한 바 있는 H씨 대해 보건복지부가 3개월 7일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한 게 정당하다고 최근 판결했다.
H씨는 대대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2013년 4월부터 약 1년간 의무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뒤 전자차트인 국방의료관리체계(e-DEMIS)에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다.
또 H씨는 순회진료를 하면서 의무병에게 약 60여차례 주사를 놓게 했다.
이 때문에 H씨는 진료기록부 미작성에 따른 의료법 위반,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한 의료법 위반교사죄로 군사법원에 넘겨져 벌금 700만원 유죄판결을 받았고,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또 보건복지부는 군의 요청에 따라 면허정지처분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H씨는 "대한민국 국군은 창군 이래 의료 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게도 군내 의료를 담당하게 했다"면서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며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H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군의관은 의료 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거나 이러한 행위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의총은 이번 판결이 군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못 박았다.
전의총은 "이번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창군 이래 60여 년 동안 인력과 비용 문제 등으로 묵인되고, 방조해 왔던 무면허 의료 행위가 대외적으로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불법임이 사법부에 의해서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60여 년의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각에도 일선 군부대 및 군병원에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없는 의무병이 주사를 놓거나 혈압을 재고, 임상병리사 자격증이 없는 의무병이 채혈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이에 전의총은 "모든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의사만 지고 처벌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라고 따졌다.
전의총은 "의료 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게 의료 행위를 지시하는 것은 의료법상 불법이라는 이번 판결은 모든 군 의료를 마비시킬 수도 있고, 모든 군의관과 의무병을 범법자로 만들 수도 있다"면서 "군내의 의료 지휘 계통에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어 있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게 할 수도 있는 결정"이라고 환기시켰다.
전의총은 "국방부는 즉각적으로 군 예산을 총 동원해 대대의무실부터 3차 군병원까지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자격증이 있는 인원이 의무병 업무를 대체하도록 하고, 야간 당직업무 역시 적법한 노동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더 이상 불법적인 무자격자 의료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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