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의료대란으로 인해 응급실 공백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주요 대형병원들의 배후진료 공백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후진료는 응급실 처치 뒤 후속으로 이뤄지는 최종 치료 과정을 말한다.
특히 대학병원 교수들의 당직 업무 역시 과부하가 발생한 지 오래돼 병원 의사들의 업무 피로도가 상당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향후 더 큰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현장 의료진들의 주장이다.
5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최근 대부분의 대학병원 진료과에서 입원환자와 외래진료를 줄이는 추세다. 특히 일부는 인력난으로 인해 입원환자 제로(0)를 선언한 곳도 있다.
대표적으로 건국대병원은 재활의학과 입원환자를 받지 않은 지 두 달 가까이 됐다. 총 4명의 재활의학과 교수 중 1명이 휴직하고 1명은 건강상 문제로 당직이 어려워지면서 입원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외래진료가 축소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A 교수는 최근 주 4회에서 2회로 외래진료를 50% 정도 줄였다. 기존 입원 환자에 밀려드는 응급실 환자들까지 커버하다 보니 외래를 줄이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A 교수 이외에도 대학병원 교수들 중엔 업무 로딩이 늘어나면서 외래진료를 줄이는 사례가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의료진들은 현재 응급실 문제로 불거진 의료공백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한다.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어도 배후진료가 부족해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5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 표출현황' 자료를 보면,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떠난 2월부터 8월 26일까지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7만2411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만3407건(22.7%)더 많은 것이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응급실 처치 뒤 후속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을 뜻한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지난해에 비해 응급실 의료 역량이 60% 가량 줄었다. 응급실 의료인력 문제도 크지만 배후진료까지 부족해 지면서 환자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고려의대 교수의회 조윤정 의장은 "의사가 10%가 나갔다고 진료 역량의 10%가 줄어든 것이 아니다. 의료는 팀으로 이뤄진다. 전공의가 빠지면 그 위에 교수, 임상교수, 펠로우 모두 진료에 큰 영향을 받고 업무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건국의대 교수협의회 이태윤 회장은 "현장 상황이 많이 힘들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과는 입원 환자를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고 외래를 줄이기도 한다"며 "상황에 따라 입원을 하더라도 (진료 역량 문제로) 타 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대형병원들의 당직 문제도 심각하다. 세브란스병원 B교수는 당직 문제로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병원 9월 당직표를 보면 2주 연속 이른바 '퐁당퐁당'으로 불리는 하루 건너 하루 매일 당직을 서야하는 상황이다. B교수는 이대론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병원 당직은 대부분 젊은 주니어 교수들이 담당하고 있어, 기존 전임교원 이외 젊은 임상·진료 교수를 중심으로 병원을 이탈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후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기존 의료진의 피로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의료공백 상황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빅5병원 한 교수는 "업무가 늘어나면 펠로우, 임상조교수 순으로 과부하가 걸린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직하는 젊은 교수들이 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성근 대변인(가톨릭중앙의료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응급실도 의사가 부족하지만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다른 과에서도 한계 상황에 봉착하니 응급실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응급실에 의사가 있어도 환자를 받지 못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곳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원 진료는 모두 연계돼 있다. 응급실 의사만 있다고 환자를 받을 순 없다. 결국 버텨왔던 교수들의 피로도가 올라가고 배후진료, 당직 등 문제가 얽히면서 업무 효율이 3분의 1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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