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12.08 21:55최종 업데이트 24.12.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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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엄에 짓밟힌 의대생들의 꿈…"다시 꿈꿀 수 있게 해달라"

[젊은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 휴학 의대생 A씨 "지난 1년 정부 탄압 탓 계엄에도 의연…대한민국 의료 희망 달라"

휴학 중인 의대생 A씨가 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젊은의사의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휴학중인 의대생 A씨는 큰아버지가 군부 독재 시절 계엄령으로 초토화됐던 지역에 살고 있었다고 했다. A씨의 할머니는 그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총칼을 든 군인과 맞서기도 했다.
 
A씨의 가족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던 계엄령은 지난 3일 재차 현실이 됐다. 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젊은의사의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 참석한 A씨는 계엄이 선포된 후 부모님으로부터 ‘제발 가만히 있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역사가 된 것으로 생각했던 계엄령이 40여 년만에 부활해 우리를 처단의 대상으로 삼았다. 당연히 우리 가족도 발칵 뒤집혔다”며 “그런데 놀라웠던 건 계엄령을 맞는 내 태도가 생각보다 의연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1년간 비록 이 자리에 있는 전공의 선배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 역시 학생으로서 정부의 위협에 수없이 몸을 떨어야 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휴학 금지 명령, 단체행동 교사 누명, 제적 위협까지. 한낱 학생이었던 내가 어느새 정부의 위협에 닳고 닳아버린 몸이 돼버렸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A씨는 “도대체 어떤 정부가 학생들에게까지 이런 위협과 겁박을 가하나. 이미 지난 1년은 의료계에겐 계엄령과 다름 없는 의료계엄 상황이었다”며 “이번 비헌법적 계엄이 씻을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을 불러온 것처럼 지난 의료계엄 역시 우리에겐 상실의 역사”라고 말했다.
 
A씨는 의대생들이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희망과 꿈을 잃어버린 현실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가장 아픈 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우리가 달려 나가야 하는가, 그 소중한 꿈마저 잃어버렸단 사실”이라며 “미래에 세계 최고의 심장질환 의사가 되겠다던 동기가 지금은 대한민국 의료엔 미래가 없다며 미국으로 나가겠다고 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어 “이게 대한민국의 학생에게서 나와야 하는 생각인가. 대한민국 의료에 기여하겠다던 그 꿈들이 도대체 왜 좌절 속에 빛이 바라야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A씨는 마틴 루터킹 목사의 유명한 말인 “I have a dream”을 언급하며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해달라. 학생들이 이 대한민국이 늙고 병들어버렸노라고, 그 뿌리마저 썩어버렸노라고 떠나버리지 않게 해달라”고 밀했다.
 
이어 “사람을 살리겠다는 그 순수한 꿈이 정치로 더럽혀지지 않고 억압에 짓밟히지 않게 해달라. 다시 우리의 꿈이 살아 숨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되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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