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가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하는 항체 치료제 개발의 키로 꼽히는 BBB 셔틀 플랫폼 기술로 글로벌 제약사의 인정을 받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7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기반으로 새로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기술이전은 특정 후보물질이 아닌 플랫폼을 기술이전한 사례며, 총 계약 규모는 약 4조1000억원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 회사는 계약금 739억원(3850만 파운드)를 포함해 최대 1480억원(7710만 파운드)의 계약금·단기 마일스톤(기술료)를 수령할 예정이다. 또한 복수의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 허가·상업화 마일스톤으로 최대 3조9623억원(20억6300만 파운드)과 함께 순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에 따라 에이비엘바이오는 그랩바디-B 관련 기술 및 노하우 등의 이전을, GSK는 전임상 및 임상 개발, 제조, 상업화를 담당할 예정이다.
연이은 조 단위 기술이전 잭팟…글로벌 제약사, 플랫폼 가치 '인정'
글로벌 제약사가 그랩바디-B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에 대해 사노피와 1조2000억원(10억6000만달러) 규모의 공동개발·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에이비엘바이오의 두 번째 1조원 이상 규모의 기술이전 사례다. ABL301은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후보물질로, 파킨슨병 발병 원인인 알파-시뉴클레인의 축적을 억제하는 항체를 뇌 안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번 계약은 siRNA(small interfering RNA), ASO(Antisense Oligonucleotide),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또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 항체 등의 다양한 모달리티를 활용해 복수의 새로운 표적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양사는 퇴행성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할 방침이다.
GSK 연구기술 부문 크리스토퍼 오스틴(Christopher Austin) 수석부사장(SVP)은 "고령화로 인해 퇴행성 뇌질환의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가장 유망한 신약 후보 중 상당수가 항체 기반 치료제지만, 이들은 BBB를 통과할 수 있는 셔틀 없이는 뇌에 효과적으로 도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약은 BBB를 극복하고 이러한 치명적인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을 모색하려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 플랫폼은 GSK의 차세대 파이프라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는 "이번 계약은 BBB 셔틀 시장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리더십과 GSK와 같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또한 이번 계약은 그랩바디-B의 사업화를 통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그랩바디-B의 적용 가능 모달리티를 확장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을 비롯한 퇴행성뇌질환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번 파트너십이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고, 전 세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최근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의 조 단위 기술이전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 기술(ALT-B4)을 1조9600억원(13억5000만달러) 규모로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23년 얀센 바이오텍과 2조2000억원(17억달러) 규모의 LCB84(Trop2-ADC)의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름테라퓨틱은 2024년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1조3000억원(9억달러) 규모의 항체-분해 약물 접합체(DAC) 관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임상단계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 글로벌서 인정받았다…증권가 "추가 기술이전 기대"
증권가에서는 그랩바디-B가 외부협력이 가능한 유일한 임상 단계의 BBB 셔틀 플랫폼임을 빅파마에 인정받았다며, 향후 기술이전 계약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 한승연 연구원은 "3년 만에 두 번째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계약을 체결하며,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글로벌 BBB 셔틀 개발사는 7곳이 있으나,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가 외부 협력이 가능한 유일한 임상 단계의 BBB 셔틀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GSK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알츠하이머 영역 내 세 번째 기술이전 계약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GSK와의 계약에서 알츠하이머 주요 타깃(아밀로이드 베타, 타우)과 기타 타깃이 미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ABL301은 그랩바디-B 최초 임상 결과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 10월 사노피 제조기술 이전과 이번 GSK 계약을 고려할 때 긍정적 데이터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김준영 연구원은 파킨슨병을 대상으로 한 ABL301의 임상 1상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으며, 이에 따른 그랩바디-B 플랫폼에 대한 기술이전 가능성은 계속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로슈가 트론티네맙에 대한 긍정적 임상 결과를 도출하며 BBB 셔틀의 중요성은 증가하고 있다. 이에 그랩바디-B의 기술 가치 역시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이전 가능성은 계속 존재한다. 그랩바디-B 플랫폼 임상 결과를 에이비엘바이오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ABL301'을 통해 확인할 경우, 플랫폼의 가치는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한투자증권 엄민용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플랫폼 기술이 빅파마에 검증됐다"고 평가했다.
엄 연구원은 "GSK와의 기술이전 계약은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 임상 1상 성공의 근거"라며 "아밀로이드-베타 또는 타우를 타깃하는 신규 기술이전 계약도 새로운 빅파마와 추가 논의 중으로, 기대감이 지속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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