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6일 제9차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탈법적 의과대학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 진행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 대입 모집 정원을 이달 30일까지 공표하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학칙 개정 등 필요한 절차는 공표 이후 마무리해도 된다고 안내한 상태다.
전의교협은 “무엇보다도 규정과 절차를 존중해야 할 교육부가 나서서 탈법과 편법을 조장하고 있으니 이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내의 모든 결정은 교무회의, 평의회 등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진행돼야 하지만, 이를 생략한 채 공표부터 하라는 발상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전의교협은 “2025년 입학 정원은 이미 2023년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표된 바 있다. 이를 미리 공표하는 이유는 대학입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내신 성적, 봉사활동 등 미리 챙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늦어도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이전에 차분하게 계획을 세우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천재지변이나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 개혁, 첨단 학과 신설 등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소규모 변경이 이뤄진 전례가 있지만, 지금처럼 대규모 순증원이 수시 접수를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지는 예는 전무하다”고 했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증원을 서두르는 명분은 의료개혁이다. 무리한 의과대학 증원 결정이 의료 개혁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백번 양보해서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의료개혁을 위해서 대학 입시의 틀을 갑자기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은 고등교육법 법조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의교협은 “법을 무시하고 정부 마음대로 입학 제도를 뜯어 고칠 예정이라면 2023년에 발표는 왜 했으며, 2026년 입학 정원 발표는 굳이 왜 지금 하라고 하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대입 수험생은 이미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중간고사까지 마친 시점이라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거의 대부분 확정된 상태다. 이제 와서 지역할당제를 포함한 대입 제도를 손본다는 것이 대입 수험생, 나아가서 대학 1학년 재학생에게까지 어떤 혼란을 가져올지 정말 모르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학에서 신입생을 증원하려면 교원 충원이나 강의실, 실습실 확장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를 맞출 수 없을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전의교협은 “비록 총장이 교육부의 강요에 따라 증원 신청을 했다 하더라도 대학에서는 평의원회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이를 추인하거나 부결할 수 있는 민주적 절차가 준비돼 있다"라며 "지금처럼 불법적인 요소가 반영된 증원이라면 더욱더 구성원들 의사를 엄중하게 물어야 하지만, 교육부는 이조차 무시하고 대교협 신청을 서두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관은 4월 말까지 신청하라고 강요하고 있으며, 교육부 담당자는 기한을 넘기더라도 받아주겠다고 했다니 도대체 이게 정상적인 행정 절차인가"라고 반문했다.
전의교협은 “우리 사회에서 공정과 기회 균등이 가장 강조되는 분야가 대학 입시다. 현 정권의 집권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큰 기여를 한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영역에서 이처럼 무원칙과 무질서와 편법과 탈법이 판을 치게 된 것이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무엇보다 적당한 명분만 갖다 붙여서 아무 때나 입시 제도를 뜯어 고칠 수 있다는 선례가 남으면 그렇게 해서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다시 회복할 것인가”고 했다.
전의교협은 앞으로 발생할 입시와 의대 교육의 대혼란과 폐해에 대해 정부와 그에 동조한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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