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1.08 08:59최종 업데이트 26.11.08 08:59

제보

정재훈 원장 “정신의료 안전, 외래는 보안 대응·병동은 인력 확보부터”

“야간 보호사 1명으로 환자·치료진 안전 지키기 어려워…배치 수준 따라 환자안전관리료 차등 지급해야”

사진=AI 제작 이미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 안전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외래와 입원병동의 특성에 맞춰 대응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외래에서는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 위험을 차단하는 보안 대응을, 입원병동에서는 환자와 치료진을 함께 보호할 인력 확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원에서 알코올 전문병원인 아주편한병원을 운영하는 정재훈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6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외래와 입원병동은 안전관리 방식이 다르다”며 “외래는 보안 인력을 어떻게 배치하고 위험 상황에 대응할지 고민해야 하고, 병동은 환자와 치료진의 안전을 함께 지킬 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진료실에서는 진료하던 교수가 흉기 공격을 받아 다쳤다. 지난해에는 경기 화성의 한 정신병원에서 투약을 안내하던 60대 보호사가 입원환자에게 폭행당해 숨졌다. 경위는 다르지만 외래 진료실과 입원병동 모두에서 안전 대응의 필요성을 드러낸 사건이다.

“외래는 입실 전 위험 차단…병동은 야간에도 대응 인력 있어야”

정 원장은 외래에서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기 전 보안 인력이 개입할 수 있는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필요한 경우 환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위험한 물건은 진료실 밖에 맡기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의원급에서는 보안요원을 두기 어려운 곳도 있어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원병동에서는 일상적인 돌봄과 위기 대응을 함께 수행할 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래 진료가 끝난 뒤에도 환자 상태를 살피고 투약을 돕는 일이 이어지며, 위기 상황에서는 당사자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다른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추가 지원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야간에 보호사가 한 명뿐이면 환자를 달래면서 다른 환자의 안전까지 살피기 어렵다”며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다 보니 강압적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이 실제로 보호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보호사 배치 수준에 따라 환자안전관리료를 차등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인력 확보를 병원에 요구하는 데서 나아가 이를 뒷받침할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정 원장은 “보호사는 환자와 치료진의 안전을 함께 책임지는 인력”이라며 “병동 안전을 위해 환자안전관리료를 확대하고, 보호사를 얼마나 배치했는지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 보호사의 교육과 인권 보호에 관한 기준도 함께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협 “흉기 반입 차단·국가 지원”…노조 “야간 단독근무 금지해야”

병원계와 노동계도 예방과 현장 대응을 강화할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5일 성명에서 “의료기관 내 흉기 반입과 폭력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대책을 마련하고, 의료진에 대한 폭행과 흉기 위협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의료기관이 보안 인력과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보건의료노조는 6일 성명에서 세브란스병원 피습과 화성 보호사 사망, 인천 정신병원 입원환자 사망 사건을 함께 거론하며 인력 부족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에 따르면 화성에서 숨진 보호사는 투약 시간이 되자 병실 밖에 있던 환자에게 병실로 들어가라고 안내하다 폭행당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정신병원에서는 올해 상반기 입원환자 4명이 심정지 또는 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된 뒤 숨졌으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병원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인력 기준 미충족 등의 사유로 관할 보건소로부터 네 차례 시정명령을 받았다.

노조는 “부족한 인력으로 환자 돌봄과 위험 대응을 감당하는 구조에서는 환자와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며 “병동의 야간 1인 단독근무를 금지하고,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신규 노동자를 단독으로 배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 상태와 업무량을 반영한 직종별·근무조별 인력기준을 마련하고, 모든 근무조에 필요한 간호사와 지원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호사의 역할과 업무 범위, 교육훈련·배치기준·처우를 법적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노조는 “충분한 인력과 직종 간 협력은 환자의 요구에 제때 대응하고 격리·강박 등 신체적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반”이라며 인증·평가와 정기 현장 점검을 통해 실제 인력 배치와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 이후의 회복 지원도 과제로 꼽았다. 보건의료노조의 2025년 정기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 4만4903명 중 55.7%가 최근 1년간 폭언·폭행·성폭력 가운데 하나 이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정신의료기관만이 아닌 보건의료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노조는 “피해 노동자와 동료의 치료·회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 정신건강의학과 # 의료진 안전 # 정신과 입원병동 # 보호사 # 보건의료노조 # 환자안전관리료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