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제작한 포스터 일부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되자 의사협회는 적극 찬성을, 병원협회는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의료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절충점을 찾지 않는 한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사협회는 3일 최근 김용익 의원이 발의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과 관련해 "국민 건강을 최일선에서 책임지는 전공의의 인권 보호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의료계를 대표해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특별법안에 따르면 전공의 근무를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며, 연속 20시간 근무를 막고, 근무 사이엔 10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또 전공의 연차(휴가) 및 여성 전공의 출산휴가를 근로기준법에 준하도록 명시했고, 연장·야간 및 휴일 수련 때에는 통상 임금의 150% 이상을 지급하도록 했다.
전공의 폭행, 폭언 등 신체적·정신적 가혹행위를 금지하고, 병원이나 지도전문의가 특별법을 이행하지 않으면 벌칙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의협, 병협, 의학회, 전공의협의회, 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복지부 산하 '전공의수련환경위원회'를 신설해 그간 병원협회가 수행해 온 병원신임평가 업무를 이관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의사협회는 "객관적인 수련 환경 및 병원 평가를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공의 수련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의사협회는 "국가 책무로 규정된 전공의 육성 예산 지원은 전공의가 체계적인 수련을 받는데 전념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한 진료활동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사협회는 "김용익 의원과 협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법안을 발의했고, 수련규칙은 물론 국가의 재정적인 지원, 수련평가기구 독립 등을 명문화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법안이 결실을 맺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래 가지 못한 평화'. 의사협회 추무진(왼쪽) 회장과 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부 독립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불과 한달도 지나지 않아 전공의 특별법안을 놓고 정면 대치하고 있다.
전공의 특별법안이 수련 교육 근간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병원협회는 "이 법안은 스승인 교수가 제자에게 근로 혹은 수련시간 외에 수련교육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제자인 전공의가 추가로 수련교육을 시킨 스승을 고발해 범법자로 만들게 하고 있다"면서 "의료현장에서 근로와 수련시간을 칼처럼 지킬 수 없는 현실적 문제점도 있다"고 환기시켰다.
병원협회는 "수련시간 단축으로 인한 수련의 질 저하와 진료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추가 의료인력 확보 등 필수 요건이 선결되지 않은 채 성급하고 무리하게 법안을 제출했다"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와 함께 병원협회는 수련시간 단축 등 수련병원 의무 준수에 따른 비용보상, 수련시간 감소에 따른 수련기간 재조정, 수련 교육비용 보상, 진료공백에 따른 수련체제 재정비 등 선결과제에 대한 고민이 없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수련병원에 떠넘겼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병원협회는 수련평가기구 독립에 대해서는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병원협회는 "의업이라는 성스런 사명을 천직으로 하는 의료인들의 성장 일부 과정을 인위적으로 떼어내어 별도 단체화해 의료인간의 갈등을 초래케 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병원협회는 "모든 수련병원들을 포함한 병원협회는 무리하게 입법 발의된 법률안을 즉시 철회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국회는 관련 단체가 법안에 대해 찬반으로 갈리면 심의를 무기한 연기하는 특성이 있다.
더구나 19대 국회가 내년 5월 임기가 종료된다는 점에서 의료계가 합심해 사회적 여론을 조성해도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끼리 싸우는 모양새를 보일 경우 자동 폐기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협상력 부재가 아쉽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