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퇴출 정책, 커뮤니티케어와 함께 갈 수 없어…중소 지역병원 활용이 관건
지역병원협의회·바른의료연구소 '의료이용지도 연구' 문제점 분석 ⑥ 커뮤니티케어 정책과 모순
대한지역병원협의회와 바른의료연구소의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의 문제점 분석 및 관련 의료 정책들의 오류' 보고서를 순차적으로 발췌합니다. 이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 1차 보고서를 대한지역병원협의회로부터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바른의료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는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300병상 이하 병원 퇴출 주장과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대 설립 및 공공의료 확충 정책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담고 있습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연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부 정책의 학문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병상총량제와 공공의료 확대 정책은 그 자체로도 많은 부작용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바른의료연구소는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의 퇴출 및 기능변경 정책이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 정책과 모순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모델로 삼은 일본 정책을 들여다보면 지역 내 중소병원의 활발한 참여와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정부가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의 퇴출 및 기능변경 정책과 커뮤니티 케어 정책 중 하나만 해야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지역 내 중소병원의 역할 중요한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한계
연구소는 커뮤니티케어 시행을 위해서는 지역 중소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는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의 퇴출 및 기능변경 정책과 모순된다고 말했다. 또 연구소는 병원 내 지역연계실 설치라는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상당수 노인 만성 질환자와 보호자들은 재택 요양보다 입원이나 특정 시설에서의 요양을 선호하는 현상을 무시하고 정부가 환자들이 재택 요양을 더 원할 것이라 미리 단정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연구소는 "커뮤니티케어의 캐치프레이즈인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낸다'를 달성하려면 지역 내에 위치한 중소병원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가능하다"며 "지역 병원들과의 유기적인 연계 및 적극 활용 방안을 모색해도 모자랄 판에 단순 복지의 개념과 병상 수 조절의 목적으로 시행하려고 하는 커뮤니티케어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20일 배포한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낸다' 보도자료에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의 1단계로 노인 커뮤니티케어 로드맵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커뮤니티케어는 '주민들이 살던 곳(자기 집이나 그룹 홈 등)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정책'이다.
연구소는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서비스(커뮤니티케어)의 4대 핵심요소로 ① 주거지원인프라 확충 ② 방문의료 및 방문 건강관리 ③ 차세대장기요양 및 재가 돌봄서비스 ④ 사람 중심의 서비스 연계 및 통합 제공 등을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돌봄 서비스(커뮤니티케어)가 본격적으로 제공되면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계속 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보건복지부는 4대 핵심요소별 중점 과제 중 2번째인 '어르신의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건강 및 방문의료 실시'에는 ① 의사, 간호사 등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으로 찾아가 진료(왕진), 간호 등을 하는 방문의료 본격 제공 ② 지역사회 기반의 어르신의 만성질환 전담 예방ㆍ관리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커뮤니티케어 제공 개요에는 퇴원지원 방문의료를 위해 종합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재활의료기관에 지역연계실을 설치한다고 했다"말했다.
연구소는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의사의 왕진도 금지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서 거동이 불편한 만성 질환자들이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의료 및 복지 서비스는 방문간호 서비스나 요양보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재가요양 서비스 정도에 국한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기존의 방문간호 서비스나 재가요양 서비스가 활성화 되지 못한 이뉴는 환자의 상태가 변했을 때 판단 수 있는 사람이 의사나 간호사뿐이고, 의사나 간호사도 결국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여 면밀히 검사해야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인 '케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의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가 변화할 때 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근거리 지역의료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커뮤니티케어 발표 내용대로라면 종합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재활의료기관 등의 역할은 오로지 퇴원 환자가 재택, 홈케어 등으로 전원 될 수 있도록 원내에 지역연계실을 설치하는 것뿐이다. 정부가 의료 서비스를 이렇게 안이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정책 실패는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최근 국내에 요양병원의 수가 급증한 것은 주로 만성 질환자인 노인 환자들의 장기 요양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원인을 단순히 병상 증가로 인한 수요 창출로 보거나 보호자들의 가정 간병에 대한 부담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요양병원이 늘어난 중요한 이유는 입원 장기요양을 원하는 환자나 보호자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 노인 만성 질환자와 보호자들은 재택 요양보다 입원이나 특정 시설에서의 요양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 환자들이 재택 요양을 더 원할 것이라 미리 단정짓고 재택 요양을 하도록 강요하면 환자들의 불만은 커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커뮤니티케어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정부가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현재 증가하는 요양병원의 병상 수를 제한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이 바라는 방향과 거리가 멀고, 제대로 준비되지도 않은 채 강행하는 커뮤니티케어는 국민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는 지역 내 기존 의료기관을 최대한 활용
연구소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가 지역 내 의료기관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정책 수립시 모델로 삼은 일본 지역 포괄케어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 정책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소는 성공적인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위해서 기존 병원 등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정책 수립 시 가장 많이 참조한 모델인 일본의 지역포괄케어를 보면 왜 대한민국 커뮤니티케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3월 29일자 실버아이뉴스에 게재된 '지역포괄케어는 시스템이 아니라 네트워크입니다'라는 기사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에 대해 많은 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 연례학술회의에서 지역포괄케어를 기반으로 '일본의 보건의료 개혁과 지역의료 구상'에 대해 발표한 니키 류 교수와의 대담 내용을 실은 것이다"고 말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니키 류 교수는 지역포괄케어에 대해 의료, 개호, 개호예방, 주거, 자립된 일상생활의 지원이 고령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포괄적으로 확보되는 체계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포괄케어란 지역에서 살기 위한 지원의 포괄화, 지역연계, 네트워크 만들기와 다름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니키 류 교수가 '한국의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자체는 무엇을 해줄 것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지역의 의료기관, 복지기관 등을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코디네이션을 할 뿐이다. 일본의 좋은 사례를 보면 기존의 시설들의 연계를 잘 이용해서 주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네트워크 형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중앙집권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해 두길 바란다'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결국 일본에서는 기존 지역에 위치한 의료기관, 복지시설 등을 총동원하고 네트워크화 하여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의료와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들을 지역 내에서 포괄적으로 케어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커뮤니티케어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관 주도의 복지 정책으로 이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독립적이고 치밀한 네트워크로 인식하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의 개념을 정확히 벤치마킹해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관된 정책 위해서는 중소병원 퇴출만 하든지 중소병원 살리든지
연구소는 일본의 지역포괄케어가 한국에 시사하는 점을 제시하며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의 퇴출 정책과 커뮤니티케어 정책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일관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지역포괄케어는 중소지역병원의 참여가 중요하다.
연구소는 "일본과는 달리 보건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 사업에서 중소병원들을 활용할 계획을 배제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복지부가 커뮤니티케어의 본질을 일본의 네트워킹이 아니라 관 주도의 시스템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과 이해는 결국 커뮤니티케어의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한국에서 커뮤니티케어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초저수가 속에서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지역의 중소병원들의 참여가 절대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돌봄, 주거지원, 생활지원 등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의료'가 빠져서는 절대로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지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예를 들어 한 환자가 중소병원에 입원하다 퇴원하여 재가서비스나 홈케어 서비스를 받는 곳으로 이송되었다고 가정할 때, 이 환자는 언제든지 다시 상태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만약 그 지역 내에 입원할 수 있는 중소병원이 없거나 병상 수가 부족하다면 그 환자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의료기관까지 이송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서 이송 과정에서 상태가 더욱 악화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따라서 지역 내에 입원할 수 있는 중소병원의 존재 유무는 커뮤니티케어 정착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기본적인 안전에도 필수적인 요소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이를 더욱 잘 알 수 있다. 일본은 인구가 별로 없는 지역에도 100~200병상의 중소지역병원들이 위치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 돌봄서비스와 함께 의료서비스도 충족되고 있는 셈이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과 김윤 교수 등은 300병상 이하의 중소병원의 퇴출과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현재 공급되어 있는 병상 수가 과잉이라고 보고 이를 대폭 감축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결국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퇴출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의 정착을 방해하고 실패하게 만들 것"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의 핵심을 잘 이해하여 정책을 추진하려면 중소병원 퇴출 정책을 중단하고 지역 병원 육성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중소병원 퇴출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면 커뮤니티케어는 폐기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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