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를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비자의입원, 강제입원)을 시킬 때 서로 다른 의료기관의 정신과 전문의 2인이 진단토록 한 정신건강복지법은 전세계적인 유례가 없는 졸속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2일 정신건강복지법의 바람직한 재개정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찬희 회장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전문직인 변호사들과 의사들이 공동으로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해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법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준호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가 전문의 2인 진단제도를 졸속으로 도입해 무리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5월 말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개정 정신보건법)은 정신의료기관이 정신질환자를 비자의입원 시킬 때 해당 병원 정신과 전문의의 입원 소견과 함께 2주 이내에 타 병원 소속 정신과 전문의의 2차 소견을 반드시 받도록 의무화했다.
강제입원 절차를 보다 까다롭게 해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러자 정신과 전문의들은 법 시행 이전부터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2인 진단방식이 퇴원대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입원진단을 받아야 할 환자들은 전국적으로 17만명에 달하는 반면 이를 진단할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일차적인 이유다.
하지만 법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퇴원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안 교수는 정부가 퇴원대란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2인 진단을 할 수 없을 경우 '같은 병원' 소속 정신과 전문의 2명이 진단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안 교수는 "(정부가) 이웃 병원 의사끼리 2인진단하도록 조장해 많은 환자들을 형식적으로 진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결국 법 시행을 막아서 혼란을 피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신과 전문의 2인 진단이라는 제도를 만들어놓고, 사실상 법 취지대로 시행할 수 없자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문의 2인 진단제도는 UN과 WHO의 인권보호 원칙에 없고, 선진국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까다롭고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이상한 제도를, OECD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의 정신과 전문의 인력과 재원을 가진 나라에서 시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OECD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정신과 의사수는 6.6명으로 멕시코, 터키, 칠레에 이어 끝에서 4번째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과 전문의들은 2인 진단을 하기 위해 일주일에 2번이나 출장을 갈 수밖에 없어 입원환자 진료의 질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1인단 정신보건 지출규모는 45달러로, 영국 278달러, 미국 273달러, 스위스 206달러, 일본 153달러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안준호 교수는 "무리하게 정신건강복지법을 시행해 열악한 의료시스템을 더 악화시켰고, 형식적으로 시행해 인권보호를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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