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통일보건의료학회가 북한이탈주민과 남북한보건의료인을 위한 진료실 가이드라인을 구성했다.
학회는 15일 남북하나재단과 함께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을 위한 10대 지침' 및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북한이탈주민은 증상의 정도로 질환의 경중을 판단한다', '신체의 증상이 심리적 어려움과 관련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삶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등이다.
학회 전우택 이사장(연세의대)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이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보건의료영역"이라며 "앞으로 남북 관계가 진전됨에 따라 보건의료현장에서의 상호 이해와 소통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 이사장은 "현재 북한은 경제난으로 인해 보건의료시스템이 붕괴된 상태다. 병원에서 진단받고 처방받는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북한에서는 배가 아프면 먹는 약이, 허리가 아프면 먹는 약이 정해져 있다. 왜 아픈지에 대한 진단이 정확히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의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이 남한으로 오게 되면, 병원에서 지시하는 대로가 아닌 본인 판단에 의해 진단하고 약을 복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장은 "약도 즉각적인 효과가 있지 않는다면 약을 바꾸거나 과용량으로 쓸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탈북자들의 의견과 보건의료인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해 가이드라인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가이드라인은 3만 2000명의 탈북민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남북한 교류에도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는 문건으로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 김신곤 학술이사도 "보건의료영역에서 소통하는 것은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은 시기적으로 잘 아우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실제로 (통일 전부터)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회에서 나름대로의 절차에 따라 학술적 방법을 동원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학회 이혜원 대외협력이사(서울의료원)은 북한의 의료이용실태를 간단히 소개하며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북한 보건의료시스템은 무상의료와 예방의학 중심이다.
이 이사는 "북한은 리 단위에서 한 명의 의사가 담당하는 가구가 있다. 마치 보건지소에 있는 의사가 주치의 제도처럼 실시하는 것인데, 담당 의사는 상담을 통해 그 가구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고 질병을 스크리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이 시스템에서 만약 좀 더 진찰이 필요하고 실질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할 때 인민병원으로 의뢰해 검사를 한다. 그러나 사실상 북한에는 진단장비가 많지 않아 결핵을 진단하더라도 현미경 검사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우리나라 한의학처럼 고려의학과 함께 환자를 본다. 환자들도 이런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검사장비가 발달한 우리나라에 왔을 때 의료이용 과정에서 불만요소 등도 있을 수 있다"며 "북한 보건의료 특징과 질병을 찾는 방식, 관리 등에 중점을 두고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학회는 가이드라인 제작을 위해 지난 2월 개발 TF를 구성했고, 국내외 관련 문헌 118개를 분석해 가이드라인을 완성했다. 북한의 문화와 시스템 특성을 분석하고, 그들이 가진 질병관과 질병행태, 소통방식 등을 연구했다.
또한 학회는 해당 10대 가이드라인의 해설서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사례집이나 용어 해설서 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안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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