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8.30 06:49최종 업데이트 22.08.3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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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등으로 오인 가능 '신경내분비종양',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

서울아산병원 유창훈 교수·김용일 교수 "치료 전 정확한 진단 필수…종양 특성상 추가 검사·진료 위한 수가 개선 시급"

사진 =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핵의학과 김용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신경내분비종양은 신경내분비세포에 발생하는 암으로, 신경세포가 있는 몸 어디에든 발생할 수 있어 췌장암·위암·직장암 등 다른 암과의 구분이 어렵다. 

이 같은 종양의 특성상 처음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며, 치료 역시 다른 암과 달리 진행단계, 종양의 호르몬 발현 정도 등을 고려해 수술, 항호르몬제, 표적항암제, 핵의학치료제 등의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핵의학과 김용일 교수는 최근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경내분비종양의 특성, 국내 환자 현황, 치료방법과 제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얼룩말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소리만으로는 어떤 종류의 말이 우는 소리인지 분간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여 질환 의심이 어렵다는 특성을 알리는 것이다. 국내 종양내과학회는 신경내분비종양을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넷터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예전에는 췌장에 생긴 신경내분비종양을 췌장암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많았고, 직장이나 대장에 생긴 경우에는 직장암, 대장암 등으로 간주하고 치료하는 사례도 있었다. 일반적인 고형암과 치료방법이 다르다보니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나중에 신경내분비 종양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최근 신경내분비종양과 관련한 조직병리의 전문성 증가와 함께 학회차원의 교육, 유튜브 영상을 통한 환자 인식 개선 등 캠페인을 추진하면서 인지도가 증가하고 오진율도 많이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일반국민은 물론 개원가나 2차병원 의료진들도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전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수와 생존율, 사망률 등 관련 통계가 전무하다.

해당 질환을 보는 수도권 주요 6개 병원에서 환자 수, 생존율 등의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주도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를 보는 주요 병원들이 힘을 합쳐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서양인과 한국인의 신경내분비 종양의 특징은 다를 것으로 생각되는데,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보다 정확하게 한국 신경내분비종양의 발병 추이와 치료 패턴을 보고 근거 중심의 표준진료지침을 확립하기 위한 취지다.

아직은 생소한 질환, 제대로된 '진단'이 최우선
 
사진 = 얼룩말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대한종양내과학회 유튜브 채널 그암이 알고싶다 영상 갈무리. 

유 교수는 "신체 대부분에 신경내분비세포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경내분비종양 역시 췌장이나 대장, 담도, 식도, 간, 폐 등 어느 부위에서나 발병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소화기계 장기에 많이 발생한다"면서 "서양에서는 대장암 보다 발병률이 높은 흔한 암이지만, 국내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기 때문에 질환 의심이 어렵고 오진 가능성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암과 진행 속도, 치료방법 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해당 장기의 암과 구분하는 정확한 진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홍조, 피부반점, 설사, 복통, 구토, 천식 등 카시노이드 증상이라고 하는 비특이적인 전신 증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의심하기 어렵다. 유 교수는 해당 증상이 반복해서 발생하는데도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으면 신경내분비종양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신경내분비종양 의심소견이 있다면 반드시 병리 조직검사와 핵의학 영상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수다. 간혹 일반암으로 오진해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있는데, 효과도 떨어질 뿐 아니라, 일반적인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에서는 오지 않을 독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를 결정하기 위한 진단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지만, 이를 아깝게 생각해선 안 된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려면 처음 진단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갑작스런 국내 발병률 증가? "건강검진 증가와 병리학·핵의학 진단기술 발전 등 요인"

서양에 비해 동양의 발병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지만, 최근 젊은층사이에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갑자기 환자가 증가한 것이 아닌 관련 진단기술 고도화, 건강검진 시행 연령 저하, 건강검진 횟수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의료진은 물론 학회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 강화, 유튜브 강의 확대 등으로 일반인들의 인식이 개선된 것 등도 요인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주로 소마소스타틴 수용체의 분비가 증가해 있는데, 핵의학 영상검사를 통해 종양의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발현 정도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이전 보다 더 쉽게 다른 고형암과 구분이 가능해졌다"면서 "또한 병변의 정확한 침범 정도와 타 장기 전이 여부 등을 함께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들에게 적정치료도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치료방법은? 수술이 불가능하다면 대부분 항호르몬제·말기환자는 방사성의약품 치료

신경내분비종양의 특성상 진단이 어렵고 치료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신경내분비종양 다학제진료팀을 꾸렸다. 다학제진료팀을 통해 진단부터 치료까지 종양내과, 병리학과, 핵의학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이 협진을 진행 중이다.

치료법은 수술이 가장 먼저 고려된다. 유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을 포함한 모든 암은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전이가 없는 상태라면 국소적 절제를 시행한다"면서 "그러나 전이가 있거나 진행이 심해 완전 절체가 불가능한 환자라면 전신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항호르몬치료제인 소마토스타틴저해제나 표적항암제, 핵의학치료제(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와 항호르몬제 복합제, 약품명 루타테라), 세포독성항암제 등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고형암과 달리 환자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서 치료제 사용이 달라지는데, 암의 진행속도와 병기, 호르몬 수용체 발현 정도, 환자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선택한다고 부연했다.

전이가 있지만 증상이 거의 없고 Ga-68 에도트레오타이드(도타톡) 양전자방출전산화단층촬영을 했을 때 발현이 좋으면 항호르몬제 치료를 한다. 가장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해당 질환은 생존율이 다른 암에 비해 높고 평생관리가 필요한만큼 독성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독성이 적은 치료를 선택한다"면서 "그러나 환자 종양이 비교적 크고 도타톡 영상을 찍었을 때 호르몬 발현이 안 되면,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핵의학치료제 급여 확대해야 재정절감…행위료(수가) 현실화도 필수

김 교수는 "호르몬 발현이 없으면 표적항암제,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지만, 그 외 대부분 환자는 항호르몬제 치료 후 핵의학 치료를 고려한다. 이 역시 호르몬 기반 치료인데, 항호르몬제에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루테슘: 방사성 동위 원소 기호 Lu-177)를 붙인 치료제인만큼 치료 반응률이 높다"면서 "전이가 있는 환자 중 항호르몬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 종양이 큰 환자 등은 해당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핵의학치료제는 위장관신경내분비종양의 3차 치료, 췌장신경내분비종양의 4차 치료 등에서만 급여로 적용된다. 핵의학치료제 1회 가격이 2100만원 가량이고 총 진료(4회)시 약 1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1, 2차치료제 등 비급여로 핵의학치료제를 쓰려면 환자의 경제적 동의가 필수다. 

유 교수는 "기존에 허가된 약제를 다 써야만 핵의학치료제가 급여로 적용 가능한데, 이는 환자는 물론 국가재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면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생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효과가 좋은 약을 후순위로 미루면 의료비 절감이 아닌 모든 약제를 다 사용하게 되므로 오히려 재정 부담을 악화시킨다. 심평원에도 해당 일찍쓸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에 2차정도로 급여를 확대하면 재정절감이 가능하다는 의견서를 학회차원에서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당 약제의 급여 확대는 물론, 특수한 약제인 만큼 의료행위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수가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현재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만들어진 핵의학치료제를 수입해서 사용하는데, 방사성의약품인만큼 반감기가 존재해 만들어진 후 72시간내에 환자에 투여해야 한다. 약물 도착시간에 맞춰 환자 입원과 아미노산 전 처치 등의 관리가 필요하고, 약물 주입시 차폐시설을 이용해 의료진이 직접 30~60분가량 특수장비를 착용 후 이를 투약한다. 여기에 제대로 약이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한 영상 촬영도 필수"라며 "그러나 이 같은 비용이 수가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아 현재는 병원들이 공익적 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환자치료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도 많지 않은데 약값을 제외한 관련 수가가 비현실적이어서 핵의학치료를 진행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원내 기부금으로 환자 치료 후 영상촬영을 진행하고 있는데, 관리비용이 더 증가하게 되면 좋은 치료환경 제공이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환자들이 안전하고 적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사용 중인 루타테라와 달리 악티늄(방사성 동위 원소 기호 Ac-225)을 이용한 핵의학치료제에 대해서는 국내 임상시험도 이뤄질 예정이다.

루타테라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은 약물이다보니 초기에 약을 들여올 때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 반면, 악티늄을 이용한 핵의학치료제는 국내에서도 글로벌 임상시험에 참여해 추후 상용화되면 빠르게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유 교수는 "올해 말 악티늄을 이용한 핵의학치료제 연구에 들어가기 위해 현재 준비 중인 상황이며, 내년 정도 임상시험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임상시험을 거치게 되므로,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되면 국내에 신속한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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