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12 06:49최종 업데이트 23.06.12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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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시오스 국내 첫 환자 치료…국제 가이드라인 등 근거 기반 선택"

국립암센터 정종헌 교수 "현재 비급여로 환자 경제적 부담 문제·선택권 제한 우려"

사진 = 국립암센터 정종헌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지난해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 신약 빅시오스가 국내 승인된 이후 첫 치료를 받은 환자가 나왔다. 기존 약제 대비 높은 완전 관해율과 생존기간 등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으로 해외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1차치료제로 활용해온만큼, 국내 첫 투약 환자 역시 부작용 없이 완전관해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정종헌 교수는 12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빅시오스주 첫 환자사례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면서, 약물 선택 이유와 제한점, 개선방향 등을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한독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빅시오스(성분명 다우노루비신+시타라빈)의 국내 품목 허가를 받았다.

빅시오스는 성인에서 새로 진단받은 치료 관련 급성 골수성 백혈병(t-AML) 또는 골수이형성증 관련 변화를 동반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MRC)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 가능하다. 해당 환자군 대상 허가를 받은 치료제로는 빅시오스가 최초다. 

치료 관련 급성 골수성 백혈병(t-AML), 골수이형성증 관련 변화를 동반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MRC) 등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중 이차성에 해당한다. 원인이 불분명한 원발성과 달리, 이차성은 이전의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그리고 골수이형성증 등 명확한 원인이 있다.

t-AML은 다른 암으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은 후 5~10년 정도 지난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다른 암 질환 대비 고령에서의 발생 비율이 높은 편이다. AML-MRC 또한 대표적으로 고령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혈액암이라서 골수이형성증 관련 변화를 동반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역시 진단시 환자들이 고령인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특성상 진단 직후 고형암 4기에 가깝게 고강도의 항암 치료를 시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진단시 연령이 높다는 점은 매우 불리하다. 고령은 그 자체로 불량한 예후를 동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전자체가 이전의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와 관련된 유전자적 돌연변이의 발생과 관련돼 유전자 검사나 염색체 검사에서 불량한 예후와 관련된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량한 예후와 관련되는 유전자는 그 자체로 백혈병 세포의 빠른 진행과 항암제에 대한 내성 가능성을 높여 상당한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고형암 4기에 해당되는 동시에 예후도 좋지 않은 질병이지만, 그동안 이들 혈액암은 원발성과 마찬가지로 모두 7+3 요법이라고 표현되는 집중항암화학요법을 1차치료로 시행해왔다. 이후 1차치료에 반응을 보여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환자들은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는 것이 표준적인 치료였다.

문제는 원발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비해 t-AML, AML-MRC 등 2차성 백혈병은 7+3 요법을 적용시 상대적으로 관해율이 낮고, 관해가 된 이후에도 재발율이 높으며 조기사망률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그동안 이차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해 특별히 좋은 치료반응이나 생존율을 보인 치료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원발성과 동일하게 치료가 이어져왔다"면서 "최근 10여년 사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급성골수성 백혈병 환자 중 30%에서 갖는 FLT3 돌연변이 유전자를 대상으로 한 약제가 등장했고, 특히 지난 2018년 이차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대상으로 유의한 임상적 이득을 보여준 '빅시오스' 임상3상 발표는 많은 의료진의 주목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과 유럽종양학회(ESMO) 등 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도 빅시오스 리포좀주를 '치료 관련 급성 골수성 백혈병(t-AML)'과 '골수이형성증 관련 변화를 동반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MRC)'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 첫 투약 환자, 완전관해에 부작용 없어 회복 후 퇴원"

국내는 무려 50여년간 t-AML와 AML-MRC 치료에 7+3 요법이 주를 이뤘으나, 지난해 말에서야 빅시오스 리포좀주가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고 최근 국립암센터에서 첫 치료사례가 나왔다.

정 교수는 "기존 7+3 요법에서 사용돼온 다우노루비신과 싸이타라빈이라는 약물의 성분을 리포좀의 형태로 만든 것이 빅시오스다. 무엇보다도 백혈병 세포에 보다 선택적으로 흡수돼 상대적으로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줄였다"면서 "이차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백혈병 세포가 흡수된 항암제를 분해하거나 세포 밖으로 배출시키는 방법으로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빅시오스의 리포좀 형태는 이 같은 항암제에 대한 내성 기전을 극복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항암제의 투약 일수와 투약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아 국내 이차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의 예후와 치료 순응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7+3요법은 7일, 24시간 동안 지속해서 약물을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입원치료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빅시오스의 경우 1, 3, 5일차 총 3번, 각 1시간 30분 가량만 투약하면 되기 때문에 통원치료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도 더 우위에 있다. 실제 기존 7+3요법(Cytarabine과 Daunorubicine 표준 복합 요법)과의 비교 임상(head to head) 결과에 따르면, 고위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t-AML, AML-MRC)의 전체 생존기간(OS)을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빅시오스군의 OS는 9.6개월로 7+3요법 투여군의 6개월보다 길게 나타났다. 또한 빅시오스 투여군은 완전 관해(CR)와 부분적 혈액학적 회복을 동반한 완전 관해(CRi) 환자 비율이 48%로, 7+3 요법 투여군의 33%와 비교해 더 높았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두 군 모두 유사했고, 치료 후 5년 생존율에서도 빅시오스가 앞섰다. 

빅시오스 군의 5년간 생존율은 18%로 7+3요법 8%보다 높았으며, 기간별 생존율을 살펴보면 빅시오스 투여군의 1년, 2년 5년 생존율이 42%, 31%, 18%, 7+3요법은 각각 28%, 12%, 8%로 나타났다. 7+3요법이 33%의 환자가 완전 또는 부분 관해에 도달하고, 25%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으나, 빅시오스 투여군에서는 48%의 환자가 완전 또는 부분 관해에 도달했으며, 34%의 환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다. 

국내 첫 투약 환자는 진단시 말초 혈액에서 백혈병 세포가 80%를 넘을 정도로 백혈병 세포의 양(tumor burden)이 많았지만 빅시오스를 투약하면서 약 2주에 걸쳐 지속적으로 백혈병 세포가 감소했다. 치료 시작 약 4주후에 시행한 골수검사상 완전관해 상태로 확인됐다.

정 교수는 "보통은 7+3요법을 하게 되면 입원 후 24시간 내내 7일간 주사치료를 해야 하나, 빅시오스를 첫 투약 환자는 투약 후 하루를 쉬고, 또 투약 후 하루를 쉬고, 다음날 투약하고 치료가 마무리돼 매우 편리하다는 의견을 주는 등 심리적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기존 급성 백혈병 환자들은 일주일간 항암치료를 하고 나면 이후 1~2주간은 식사도 잘 못하고 열이 많이 나고, 간혹 패혈증이나 쇼크 등으로 중환자실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빅시오스 첫 투약 환자는 식사도 잘 하고 부작용 없이 회복까지 잘 돼 퇴원을 했고, 골수 검사에서는 완전 관해 상태를 확인한 후 현재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시행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빅시오스 치료 사례는 예후가 불량하고 상대적으로 고령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부작용 감소와 순응도의 증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완치 가능성을 가장 높여줄 수 있는 치료인 동종조혈모세포이식으로의 진행률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환자들의 예후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효과지만 환자들 꺼리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

정 교수는 "이미 해외에서는 2018년 3상 시험 결과 발표 이후부터 사용이 이뤄졌고, 최근 발표된 시판 후 임상 결과에 대한 분석(post hoc analysis) 발표를 보면 치료 효과 개선과 부작용 감소, 조기 사망률의 감소, 환자의 입원 기간 단축 등은 물론,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며 "무엇보다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완치는 동종 조혈모 세포 이식을 통해 이뤄지는데, 빅시오스 사용시 이식으로의 진행률도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효과와 안전성에도 불구 모든 환자들이 이를 선택하기에는 쉽지 않다"면서 "첫 환자에게 빅시오스를 소개했을 때 선택 확률이 높았던 이유는 개인 사보험이 있어 비용적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다양한 약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나,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비급여 약제를 투약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빅시오스의 보험 급여가 빠르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 교수는 "전체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분들 중에서 이차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4분의 1 정도를 차지를 하고 있고 성인에서는 급성 백혈병 자체가 급성 골수성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거의 70~80% 수준이다. 최근 인구 고령화와 타 암종 치료 향상, 생존자 증가 등으로 인해 향후 지속적으로 환자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빅시오스 급여화를 통해 접근성이 높아지면 환자의 생존율 증가와 부작용 감소, 삶의 질 향상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많은 환자들이 항암 치료 시행 중이나 시행 이후에도 신체 수행도의 감소 등으로 인해 감염 질환, 장기 기능 저하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 서비스의 이용이 증가하게 되는데, 빅시오스의 급여화와 사용 확대는 장기적으로 이 같은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 이용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 환자들의 입원 일수를 감소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의 상당수가 고령이며 이전에 다른 암종으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장기적으로 받은 경우가 많아 신체적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 교수는 "빅시오스의 급여화는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환자들에 대한 복지라는 측면에서도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비용으로 인한 치료 제한은 박탈감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의료계는 물론 사회전반, 범국민적인 합의를 통한 급여 적정선 마련과 확대가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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