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간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치매 연구용 돼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는 인간과 유사한 돼지가 치매 연구에 본격 활용되는 계기를 마련, 근본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치매의 비밀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 라는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쌓여 발생한다.
서울대 연구팀(신경외과 백선하, 수의대 이병천 교수)은 이 아밀로이드와 관련된 유전자를 가진 '알츠하이머 치매성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체세포복제(보충설명 참고)를 통해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했다. 형질전환이란 인위적으로 외부 유전자를 주입해 동물의 유전형질을 바꾸는 것이다. 유전형질이 바뀌면 2세, 3세도 주입된 유전자를 동일하게 갖게 된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선행 물질인 아밀로이드 전구체 유전자(Amyloid Precursor protein, APP)를 돼지(대리모)에 이식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과다 발현하도록 유전형질이 바뀐 돼지를 생산했다. 즉 생산된 돼지는 물론 이 돼지가 낳은 새끼 모두 치매에 걸릴 운명을 갖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돼지를 장기간 관찰한 결과, 2살 된 돼지의 뇌 영상(PET-CT, MRI)에서 정상 돼지보다 포도당 대사의 감소와 뇌실 확장 및 뇌 피질의 위축이 확연하게 나타났다. 이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치매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최근 환자가 급증(2010년 26만->2013년 41만 명)하고 있다. 치매 환자는 인지기능 및 기억능력이 서서히 저하되는데, 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현재 치매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는 대부분 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쥐에서 나타나는 질환의 특징은 인간과 큰 차이가 있어, 임상시험에 적용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
반면 돼지는 인간과 유사한 긴 수명, 질병 패턴, 유전적 유사성을 지녀 치매의 조기 진단 및 치료법 개발 연구에 매우 효과적이다.
연구팀은 돼지를 이용해 알츠하이머 치매성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고, 영상 촬영으로 질환의 진행을 확인했다. 향후 치매 연구의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이 돼지의 생산은 특허로도 출원됐다.
백선하 교수는 "이번 경험이 향후 영장류를 이용한 인체 질병 모델에 적용되면,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뇌질환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돼지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평가 하고 있으며, 파킨슨병 모델 돼지도 개발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6월 국제 알츠하이머 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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