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경증 환자를 적절히 수용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가 환자 수용에 있어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문을 연 연세대학교기숙사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는 대학병원과 일차의료기관 의료진의 협력 모델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세대 기숙사 우정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생활치료센터는 지난 7일 개소돼 현재 5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돌보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에만 10명 이상의 확진자들이 입소할 만큼 수도권 발생 환자들을 케어하는 중심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최대 262명까지 수용 가능한 이 곳은 무증상, 경증 확진자뿐만 아니라 증상이 심할 경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고령의 환자까지 폭넓게 수용하고 있다. 기존 경증 환자만 수용하던 생활치료센터의 개념에서 의료기관의 코로나19 확진자 수용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생활치료센터는 서울시에서 행정적 운영을 맡고 장소와 장소와 인력 등 의료 인프라를 세브란스병원이 지원하는 민관합동모델로 운영된다. 서울시 공무원 12명이 4명씩 3개조로 나눠 24시간 운영되며 서대문경찰서에서 경찰인력도 지원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염준섭 교수는 의료진 파견단장으로 생활치료센터 내 의료를 총괄하고 있다. 현재 염 단장을 중심으로 정원석 의료지원반장(연세흉부외과의원 원장)과 세브란스병원과 민간 모집 간호사 12명이 진료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염준섭 단장과 정원석 반장은 지난해 3월 충북 대구4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들을 돌본 경험이 있다. 이들에게 생활치료센터 내 의료진의 역할과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진료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센터 초창기 비해 시설과 체계 어느 정도 자립
우선 이들은 초창기 생활치료센터라는 개념이 만들어지던 시기에 비해 시설과 체계 자체는 비약적으로 개선돼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회상했다.
염 단장은 "지금은 현재 자가 증상이나 바이탈을 측정해 스스로 입력할 수 있는 표준화된 어플이 있다"며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필요한 장비도 지원되지만 생활치료센터 초창기엔 이런 것들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처음 상황을 쉽게 설명하면 빈 공간에 전국에서 서로 알지도 못하는 의사와 간호사 몇명을 데리고 와서 갑자기 확진자 200명을 수용하게 한 꼴"이라며 "환자 차트도 없고 전산시스템도 부족했다. 검체채취 로딩도 많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 고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 반장은 "지금은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이용해 전산으로 차트를 입력하고 처방과 투약까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환자 본인이 체온과 혈압,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어플을 통해 활력징후를 입력하면 인터넷 대쉬보드를 통해 의료진이 환자들을 체크하고 필요시 유선전화로 검진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최근 생활치료센터는 환자 전원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염 단장은 "전원 시스템은 시에서 관리하고 있다. 센터마다 연결 시립병원들이 있는데 우리 센터에선 서남병원으로 많이 전원되는 편이고 환자 상태에 따라 각 병원들과 체계적으로 연계되고 있다"며 "구급차 배치도 센터 내 의료진이 이송요청을 하면 비상연락망을 통해 곧바로 음압구급차가 준비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환자군 변화‧비대면진료 한계 등 우려도 많아
그러나 이와 별개로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한 개념이 자리잡기 전이라 상대적으로 증상이 없거나 매우 경증인 환자들이 모두 입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당시 생활치료센터 의료진 입장에선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를 파악해 전원시키는 일이 우선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입소 확진자들의 연령층들이 높아지고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이 늘다보니 고위험군을 관리해야 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부담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염 단장은 "대구 지역 확산 시절은 신천지 확진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매우 경미한 젊은 층 환자들이 많이 입소했었다"며 "반면 지금은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는 고위험군 비중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관리하는 입장에서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에 대한 우려도 항상 존재한다. 생활치료센터 내 비대면진료가 원칙이다보니 시행은 하고 있지만 한계는 명확하다는 게 의료진들의 견해다.
정 반장은 "비대면으로 전자차트를 기록하고 모니터링하는 등 편리한 부분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직접 환자를 봐야할 때가 있다"며 "의료진이 대면으로 진료를 하면 한번에 알아 차릴 수 있는 부분을 모를 수 있는 가능과 환자가 자가진단 과정에서 거짓정보를 기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한계는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로 자리잡으려면?…장비 인력 등 지원‧체계적 교육 시스템 중요
향후 생활치료센터의 발전방향에 대해선 장비와 인력 등의 원활한 지원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염 단장은 "센터 개소와 동시에 대량으로 200~300인분이나 되는 의료장비나 물품을 준비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의료인력들도 전국에서 지원자들이 모이다보니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금도 현장에서 보호복 입는 교육부터 다시 시행되고 있다. 운영 기관에서 환자를 돌보며 이런 것들을 모두 수행하기 힘들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의사의 경우도 현재 공중보건의사를 한명 더 지원받아야 되는 상황인데 늦어지고 있다"며 "인력 교육과 더불어 공급책도 좀 더 세밀한 준비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센터가 문 닫는 날까지 안전하게 환자들과 근무 인력들, 의료진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밤낮으로 고생하는 지자체 행정 인력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염 단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안전이라고 생각한다. 건조하고 날씨가 춥다보니 발열 등 위험 증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관련된 근무 인력들이 많다보니 직원 중 확진판정이 나오면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기 때문에 항상 방역과 환자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조건 속에서 고된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들과 간호사이 현장에서 가장 큰 업무를 수행해주고 있다"며 "하루 빨리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코로나19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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