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5.23 11:06

[단독]석유공사, ‘5조 깡통’ 하베스트 매각 추진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대표적인 부실자산으로 꼽히는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를 결국 매각한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대대적인 해외사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2009년 5조원 규모에 인수한 후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헐값 매각과 함께 부실 인수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2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석유공사는 최근 하베스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석유공사는 지난달 캐나다계 민간 자원개발 기업 A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이달 중순 매각 협상에 돌입했다. 석유공사는 연내 하베스트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하베스트는) 최대한 빨리 매각하는 게 목표”라며 “다만 수조원 단위 거래여서 협상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베스트는 석유공사가 2009년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일환으로 인수한 회사다. 앞서 석유공사는 2008년 ‘석유공사 대형화’ 방침을 수립하며 해외 석유개발 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40억8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들여 하베스트 지분 100%를 인수한 것도 그래서다. 하베스트 부채는 물론 정유 부문 자회사인 날(NARL) 동반 인수액이 포함된 금액이다.



하지만 하베스트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하베스트는 석유공사에 인수된 후 13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최근 5년새 입은 손실만 1조3848억원 규모다. 부채는 2009년부터 꾸준히 늘어 지난해 3조4581억원에 달했다.
석유공사도 하베스트 사업 실패의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공사 부채비율은 2017년 719%에서 2019년 3415%로 급증했다. 급기야 2020년에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석유공사 부채는 2017년 17조1278억원에서 지난해 19조9630억원으로 불과 5년만에 3조원 가까이 늘었다.
결국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매각 테이블에 올렸다. 해외자원을 정리하지 않으면 20조원 규모에 이른 부채를 해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외 해외사업을 매각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베스트가 헐값에 팔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석유공사는 이미 NARL을 2014년 인수액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매각한 바 있다. 석유공사가 이 사업으로 입은 손실만 1조5000억원 규모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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