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부터 정신의료기관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시키기 위해서는 국공립 정신병원 등에 근무하는 정신과 전문의 2명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립정신병원들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정신과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꺼내든 카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맘껏 일을 시킬 수 있는 정신과 공보의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17년도 올해 정신과 전문의 10명이 공보의 배정을 받았다.
정신과 전문의는 거의 대부분 군의관으로 가고, 많아야 2~3명 공보의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공보의로 배정받은 정신과 전문의 10명을 모두 4곳의 국립정신병원에 직권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5월 30일 시행됨에 따라 공보의를 활용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것이다.
현 정신보건법상 정신의료기관들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하기 위해서는 정신보건법에 따라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함께 자기 병원 정신과 전문의 1명이 입원을 승인하면 된다.
하지만 개정 정신보건법이 시행되면 소속이 다른 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이 입원이 필요하다는 일치된 소견을 피력해야 입원시킬 수 있다.
입원 심사를 할 정신과 전문의 2명 중 1명은 반드시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이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여야 한다.
문제는 입원 판정을 할 국공립 정신병원 소속 정신과 전문의가 많지 않아 연간 수십만건에 달하는 입원심사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체 정신병원 중 국공립 정신병원은 3%에 불과하다.
그러자 복지부는 민간 정신의료기관을 지정해 입원 심사 업무를 분담하도록 할 계획이지만 정신과 전문의들은 심사 결과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 때문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복지부는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정신과 전문의 정원을 늘릴 계획이지만 이 역시 당장 쉽지 않자 결국 국방부에 공보의 배정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정신보건정책과장은 최근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가 주최한 정신건강정책 학술세미나에 참석해 "국공립 정신의료기관 소속 의료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기재부에 예산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공보의도 활용하기 위해 국방부에도 지원 요청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정신의료기관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신의료기관 관계자는 5일 "이제 막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딴 공보의가 베테랑 정신과 전문의의 입원 결정을 심사하는 아주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무분별한 입원을 막겠다더니 대안이 고작 공보의를 활용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앞뒤 상황을 살피지도, 전문가 의견조차 묻지 않고,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로 인한 피해는 늘 그렇듯이 의료기관의 몫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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