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사망진단서 작성 주체를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자 의사들은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은 백남기 농민사건을 예로 들며 의료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최근 집회에 참석한 농민이 사망한 사건에서 병원이 작성한 사망진단서를 통해 사망의 원인을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진단서 작성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사후에 다른 의료인이 수정 가능한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됐다"고 환기시켰다.
또 김 의원은 "현행 의료법은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 등을 작성해 환자나 그 가족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지만 환자를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2명 이상인 경우 누가 진단서 등을 작성해야 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2인 이상의 의사가 환자를 진찰이나 검안했다면 '최상위 책임자'가 진단서 등을 작성하도록 하고, 진단서 등을 직접 작성한 의사가 아니면 추가 기재 또는 수정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대부분의 전공의 수련병원은 통상적으로 주치의인 레지던트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김상희 의원 안대로 의료법이 개정되면 담당 교수가 직접 사망진단서를 작성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의사 면허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그러자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K모 원장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 논란은 사망진단서를 누가 작성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망진단서를 지침대로 작성했느냐가 핵심"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를 잘 알고 있는 의사가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지, 누가 작성했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의사협회가 2015년 3월 마련한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에 따르면 진단서를 작성하고 교부할 수 있는 의료인은 면허를 가진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의료업에 종사해야 하며, '직접 진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사라고 하더라도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으면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의협은 "교수가 진찰했고, 전공의에게 진단서를 작성토록 하되 교수의 명의로 진단서를 교부했다면 전공의는 교수를 대신해 작성 업무만을 수행했고, 진단서 작성 주체는 교수이므로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못 박았다.
백남기 농민 사건도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당시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레지던트인 K씨는 백선하 교수의 지시에 따라 백 씨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
다만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상희 의원 안은 현실적이지도 않다.
담당 교수가 진료하고 있거나 당직중이라면 상관없지만 환자가 새벽이나 야간, 지방 출장중일 때 사망하면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기 위해 급히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있다.
모 대학병원 전공의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될 뿐만 아니라 김상희 의원 안대로 하면 부검 때문에 사망진단서를 발급할 때에는 새벽에도 출근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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