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9.05 05:52최종 업데이트 18.09.0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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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폭행, 반의사불벌죄의 정확한 이해와 개정의 필요성

[칼럼] 최미연 변호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미연 칼럼니스트·변호사] 최근 응급실에서 의료인 폭행 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대두됐다. 이에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단서의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 주된 취지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는 해당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처벌의 실효성을 달성하고 궁극적으로 응급실 폭행을 근절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논의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반의사불벌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형법상 단순폭행죄가 2년 이하의 징역(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의료법상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규정은 5년 이하의 징역(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돼 있어 형법 규정에 비해 가중처벌하는 규정이다. 다만, 형법상 단순폭행과 같이 의료법상 의료인 폭행 역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이른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이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른바 반의사불벌죄란 법적으로 어떤 의미와 효과를 가지는 것일까. 반의사불벌죄는 다소 경미한 개인간 위법행위에 대해 무조건 처벌하는 대신 당사자 사이의 자율적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즉, 그 취지에는 비교적 경미한 범죄라 할 수 있는 폭행죄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전과자가 되지 않게 하려는 형사정책적인 배경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에 대해 폭행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보통 형사합의금 지급을 수반한다)하는 경우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게 되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서 ‘합의’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처벌불원) 의사표시를 가해자에 대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사표시가 기재된 문서를 수사기관(경찰 또는 검찰)에 제출하게 되면 폭행 가해자는 최종적으로 검찰의 불기소처분(공소권없음)을 받게 돼 법원의 재판 없이 사건이 종결된다. 만약 수사단계가 아니라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비로소 합의서가 제출될 경우에는 가해자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게 된다.

이렇게 검찰의 수사결과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법원의 재판결과 공소기각 판결을 받을 경우 폭행 가해자에 대해 전과기록이 남지 않게 된다(물론 수사기관 내에서 조회하는 수사경력자료는 남는다).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다 보니 폭행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러한 합의 가능성 때문에 폭행죄가 마치 합의만 하면 괜찮은 범죄 또는 아주 경미한 범죄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형벌의 위하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실무상 폭행 사건들이 합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매우 많고 그 과정에서 폭행 피해자들이 보호받기 보다는 합의를 종용받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번 의료법 개정안과 같이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삭제 논의가 나오는 것이며, 그 취지에 공감한다. 

다만, 실제 폭행사건은 폭행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상해를 수반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의료법상 의료인 폭행죄와 달리 형법상 폭행치상죄나 상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폭행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보통 뺨을 때리거나 몸을 밀치는 경우, 손이나 팔을 뿌리치는 경우, 침을 뱉는 경우 등이다. 이런 폭행행위에 그치지 않고 폭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바닥에 넘어져 멍이 들었거나, 얼굴 등을 때려 피가 날 정도로 상처를 입었거나 실신을 하는 등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폭행치상죄나 상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물론 상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려면 상해진단서가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멍이 들 정도라면 전치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에 해당한다. 

이 중 폭행치상죄는 폭행의 고의를 가지고 폭행을 하던 중 상해에 이른 경우에 성립할 수 있고, 상해죄는 처음부터 가해자가 상해할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폭행해 상해를 입힌 경우에 성립할 수 있다. 두 죄 모두 상해가 발생한 경우 성립하지만, 처음부터 상해의 고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해의 고의는 어떻게 인정될까. 상해의 고의란 내심의 의사로서 가해자에게 상해를 가할 의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특히 얼굴 같이 상처가 나기 쉽고 실명 같은 중상해를 입기 쉬운 부위에 대한 폭행의 경우 또는 폭행의 강도가 매우 강하고 상해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에는 상해의 고의가 인정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응급실 등에서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행 역시 위와 같이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에게는 단순 폭행죄가 아니라 형법상 폭행치상죄 또는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결국 이 경우에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만으로 사건이 종결될 수 없고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요즘 의료인 폭행죄에 대한 논의는 예전에 있었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인정되고 있는 운전자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 논의를 떠올리게 한다. 운전자에 대한 폭행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더 나아가 인명피해가 큰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2007년 특가법에 해당 규정이 신설될 당시에는 운행 중인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에 대한 처벌만 규정했다. 이후 2015년 개정을 통해 일시정차 상태에서의 운전자에 대한 폭행까지 포함했고,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와의 합의가 있어도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응급실을 비롯해 병·의원에서 일어나는 의료인에 대한 폭행 역시 직접적으로 다른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가법의 운전자폭행 가중처벌규정은 참고할 만한 입법례이다. 응급실뿐만 아니라 병의원에서의 의료인 폭행사건의 감소 및 근절을 위해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삭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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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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