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 교수 "증원된 1500명 단기간에 줄이는 게 부작용 최소화…의사추계기구, 법 제정 기다리다 늦어"
국민 정서까지 고려해 늦어도 5월 전엔 의정 중재안 도출해야…시간 계속 보내면 의-정 모두 불리해져
석학에게 묻는다: 의료대란 사태, 올해는 해결될까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으로 불거진 의료대란 사태가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사직한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으면서 내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전공의 확보율은 5%에 그쳤다. 의대생들 역시 1년 더 휴학을 결의한 상태다. 전국 수련병원들도 사태가 길어지며 대부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의정갈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까지 투입된 비상진료체계 지원 규모만 1조2585억원에 달한다. 경영난으로 74개 수련병원에 지급 시기를 앞당겨 지원한 선지급금 규모도 1조4844억원이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1월 8일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신임 회장이 선출됐다. 이젠 길어진 의료대란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 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까지 커지는 가운데,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대증원 문제와 관련해 의료계 학자들에게 사태 해결의 방향을 물어봤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고려의대 한희철 명예교수(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가 "올해 늘어난 1500명 수준의 의대 정원 증원 분을 단기간에 다시 줄이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어차피 다시 정원을 줄여야 한다면 시간을 단축해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국민 정서상 한 해만에 정원을 축소시키는 것이 수용되기 어려우니 현실적으론 대학별로 의학교육 현실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한 교수의 견해다.
한희철 교수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우선 문제해결을 위해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정부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의료계가 2025년 정원 조정을 끝까지 요구했음에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의료대란 장기화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여기서부터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는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5월 전에 2026학년도 정원을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2025년은 정시 원서가 마감돼 손대기 어려운 상황이니 2026학년도 정원이 주요 논의 대상인데 아예 1명도 뽑지 말자는 강경한 주장부터 올해 증원분을 줄여 되돌리는 방안, 순차적으로 증원분을 감원하는 안까지 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증원 감축과 관련해 한 교수는 대학마다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각자 교육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대학마다 늘어난 정원 폭이 다르기 때문에 정원이 크게 늘어난 대학들은 선발을 중지하고 향후 몇 년에 걸쳐 정원을 조정하는 등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대학별로 다르게 접근한 뒤 전체 정원을 합산해 계산해보면 2026학년도에 몇 명 정도 뽑아야 되는지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줄이는 폭이 클수록 부작용 기간도 짧아진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부작용이 짧아진다고 해도 내년엔 올해 늘어난 1500명 증원분을 감안해 의대생 정원을 대폭 줄여 1500명만 뽑자는 주장은 국민 정서상 수용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최대한 빨리 정원을 줄이는 것이 좋은데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를 시작해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중재안으로 한 교수는 "2025년 4500여명 정도를 뽑았으니 2026년엔 1500명만 뽑자고 하면 현실적으로 수용이 어려우니 3000명 정도로 정원을 맞추면 국민 여론도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한 번에 하기 보단 점진적인 감원으로 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몇 년 동안에 걸쳐 늘어난 인원을 점차 줄어가는 계획을 빨리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수급추계기구 설립과 관련해서는 '법 제정' 대신 의정합의에 따라 빠르게 추계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한 교수는 "최근 의사 수를 추계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 추계기구를 설립하려고 하는데 법을 갖고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 상황에서 시간을 계속 보내는 것은 정부도 의료계도 모두 불리하다"며 "양측이 동의한다면 법 제정 없이도 빠르게수급추계위원회를 가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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