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6.27 06:42최종 업데이트 15.06.29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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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회장의 사과와 대통령

[칼럼] 이천병원 송형곤 응급의료센터장

신중의 사전적인 의미는 '매우 조심스러움'이고 신속은 '매우 날쎄고 빠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신속하다는 말에는 어쩐지 빠르지 못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듯 하고, 신중하다는 의미는 왠지 모르게 느리고 굼뜨다는 느낌이 있다.

특히 메르스 사태의 정부 대응을 보면서  신중과 신속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다.

정부의 대처는 신중하지도 신속하지도 않았다.

물론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의 공개는 신속하지 않았고, 방역의 범위를 정하는데는 신중하지 못했다.

의료기관의 공개 이전에 이미 온라인 상에는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과 환자들이 방문했던 의료기관의 명단이 공공연히 유포되었고, 여러가지 유언비어와 공포가 확대 재생산 되었다.

그리고 개미 한마리도 지나가게 하지 않겠다는 장관의 말이 무색하게 방역의 울타리를 넘어선 환자 발생이 이어졌다.
 

690억원 정부 용역 수행하는 교수가 메르스 즉각대응팀장
 
신속하고 신중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못한 데는 몇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한 국가방역시스템이 없었다.

거기다가 공공의료시스템도 없었다.

아니 있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에서 질병관리본부장이 상급자의 확인없이 전결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있었을까?

또한 보건복지부가  아닌 행정자치부나 기획재정부에 지시를 내리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을까? 

걸맞는 충분한 예산이나 인력이 있었을까?

보건행정의 전달체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보건소인데 컨트롤타워에서 지시를 내리게 되면 일선의 보건소까지 지시가 전달되고 실행되는데 수일이 걸린다.

그나마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 아울러 지자체의 단독 드리블도 문제이다.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명분이 있다고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하나의 지휘체계를 통한 일사분란한 대처가 제일 중요하다.
 
덧붙여서 제대로 된 전문가 집단이 조언을 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 집단이 감염내과의사가  맞느냐 예방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맞느냐는 논외로 하더라도 2009년 신종플루사태 이후 정부가 발주한 2010~2016년 신종인플루엔자사업단장으로 선정되어 690억원의 연구용역을 진행중인 감염학회 이사장이 정부의 메르스 즉각대응팀장을 맞고 있는 것은 국민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690억원이나 되는 정부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교수가 정부의 눈치를 안 보고 원칙대로 조언을 할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전문가를 자처하는 즉각대응팀장이 하시는 말씀을 보면 정부의 대변인인지 전문가인지 햇갈린다.

특히 상황에 따라 말바꾸기를 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대통령이든지 장관이든지 누군가는 이제 사과해야 한다.


YTN 보도 인용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본인의 생일에 두번이나 국민에게 머리숙여 사과한 것이 어떤 의미이고 왜 그랬는지 정부는 잘 생각해야 한다.

삼성은 삼성서울병원의 책임론에 있어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이 정도 상황에서는 최고 책임자가 사과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삼성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고 결국 그것은 매출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사과하지 않는가? '유감이다. 미흡했다'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잘못했다. 국민에게 죄송하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라고 국민에게 사과하여야 한다.

국가에 내는 세금은 안낼 수가 없으니, 삼성과는 달리 국민 눈치는 안 봐도 되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반드시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이 있는지, 삼성서울병원이 방역에 실패한 것이 정부의 눈감아 주기에 의한 것인지, 전문가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 이유가 어디 있는지 꼭 밝혀내야 한다.

이번에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이러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메르스 #삼성 #이재용 #보건복지부 #삼성서울병원 #대통령 #국정감사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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