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후보자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그대로 추진? 이후 신입생 모집 '정지·감축'해야"
여자의사회 주최 합동토론회서 정부 상대 의료계 단일 대호 강조...투쟁기구 상설화 필요성은 의견 분분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들이 2025학년도 의대정원 확대 시 2026학년도, 2027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축소하거나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오후 7시 한국여자의사회가 주관한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서 의대 증원, 의대생 휴학, 전공의 사퇴 등으로 인한 2025년 의사 수 추계를 묻는 질의가 이어졌으나, 추계 결과를 제시한 후보는 없었다. 다만 후보자 모두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 증원이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김택우 후보는 2025년 의대 증원 원점재검토가 의-정갈등을 해소할 해결책이지만, 정시 모집 확정 시 2026학년도 모집에서 감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강희경 후보는 의사 수 추계를 하기는 어렵다며, 당장 증원은 필요 없다고 밝혔다.
주수호 후보는 2025학년도 의대증원 확정 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을 정지하고 2027학년도에는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휴학한 2024학번 의대생과 2025학번 학생 중 군대 갈 학생이 몇 명인지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욱 후보는 2025학년도 의대정원 확대 강행 시 교육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2026학년도에는 늘어난 인원만큼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최안나 후보는 수련특례 도입이 필요하다며 교육과 수련이 문제없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호 1번 김택우 후보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의료의 정상화 ▲의협의 정상화 ▲전공의 의대생 수련환경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30년 이상 의료 시스템이 망가지는 동안 의협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그간 정부 정책에 늘 끌려갔는데, 앞으로는 우리가 정책을 강화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을 역제안해 선도해야 한다. 또 의협은 전 지역과 직역을 아우를 수 있는 공식적이면서 대표성을 가진 단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이 찾고 의지할 수 있는 의협이 돼야 한다. 현 의-정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수련평가위원회, 의학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수련평가위원회, 의학교육평가위원회 등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구, 단체가 법적 테두리 내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협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사태가 또 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대란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에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분명 5~10년 후 '의료대란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반문할 것이다. 그때 전공의, 의대생, 의료계가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라며 "의협 회장이 된다면 정부를 상대로 사과를 꼭 받아낼 것이고, 해결책은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의료 양극화, 기피과 문제 등은 의대정원 확대로 해결할 수 없다며 해당 문제는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투쟁기구 상설화에 대해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는 "비대위를 많이 했기 때문에 투쟁 기구에 대한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의협이 일을 제대로 한다면 비대위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타 단체에도 상설 투쟁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일반 업무에 잘 녹여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의협 투쟁 기구 상설화가 아닌, 의협 자체가 회원 이익을 위한 상설 투쟁 기구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호 2번 강희경 후보는 의협의 '리셋'을 강조하며, 우리나라 의사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로 재탄생하겠다고 다짐했다.
강 후보는 "이익단체로서 기능은 각 세부단체로 이양하고 의협은 유관단체와 돈독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대학병원 봉직의, 대학교수 등 새로운 세부 단체 역시 필요하다. 전공의, 공직의, 대학교수의 경우 노조 형태의 이익 단체 설립이 가능할 것이다. 노조는 단결권, 단체 교섭권, 행동권 등 노동삼권을 보장받는다. 향후 투쟁이 필요할 때 지금과 같이 불법이라 비난받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투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현장의 사법리스크는 우리나라 의료 붕괴의 주범"이라며 "의료 사고의 보상과 원인 규명을 분리하고 수사와 법적 처벌, 보상금 걱정 없는 진료 환경을 만들겠다. 의료 과실 여부는 의료 법정에서 의료전문가가 판단하고 과실로 판정된 경우 처벌과 기소가 아닌 충분한 설명, 재교육을 통한 재발 방지 조치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추진하겠다. 의료는 사회 안전망으로서 존재하는 만큼 보상 문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정갈등과 관련해 "올해 2월 이전으로 되돌리라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현 문제의 근본 원인은 무너진 의료시스템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것만이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1차 의료, 지역의료를 강화하는 등 상급종합병원이 덜 붐빌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구조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기피과, 양극화 문제는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며 필수 인원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의협 회장 선거 배경으로 "현재와 같은 의료환경을 못 참겠기 때문에 나왔다. 일부 대학의 비대위원장으로는 해결이 어려웠다. 더 이상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왔다"며 "정부만 문제였다면 출마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의료계 대처도 현명하지 못했다. 지난 10개월을 보면 주장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의협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호 3번 주수호 후보는 하나 된 목소리, 하나 된 단체, 하나 된 목표로 가는 의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 후보는 "의협 회장 선거에 나온 큰 이유는 의사단체가 개원의 단체로, 마치 비영리 단체인 것처럼 폄하되기 때문이다. 회장이 된다면 의협이 모든 의사 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래야 외부에서도 의협의 권위를 인정하고, 우리 목소리가 외부에 힘 있게 전달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 후보는 "의대정원 확대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의사는 의사 수 부족이 아닌 그간의 의료 제도 문제에 따른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제도를 고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간 의사는 논리가 부족해 정부 정책에 밀린 것이 아니다. 힘이 부족했다.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집단행동만이 힘이 아니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 전체가 한목소리로 모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의사가 나아가야 할 큰 목표 설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간 정부의 악법, 잘못된 규제를 막기에 급급했다. 각 직역, 과별로 대응했기 때문에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앞으로는 목표 지점으로 가기 위해 하나 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 후보는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과 법적 보호 체계 강화 등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야 한다"며 "글로벌은 고의, 중과실을 제외하고는 무과실이 당연하고 형사처벌하지 않는다. 우리만 특별히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는 것이다. 고의나 중과실이라고 입증하지 못하는 한 형사 기소를 하지 않아야 하고, 그럼에도 배상해야 하므로 민사 배상의 주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방 보험 분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주 후보는 "국민의 연간 한방 의료기관 이용률은 5년간 20%에 그쳤다. 반면 우리 의료기관은 100%가 이용했다. 한의사의 한방 의료기관 이용률과 우리 의료기관 이용률을 비교한 결과 우리 의료기관은 거의 100%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기호 4번 이동욱 후보는 투쟁력과 회무력을 강조하며, 의협 회장 당선 시 의료 농단 사태 해결과 전공의 멘토·멘티 프로그램 확대, 회원 민원 고충 처리센터 확대, 면허 재교부 문제 등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현재 의-정갈등 상황을 살펴보면 정부 역시 추진 동력이 상실됐다. 양쪽이 다 지쳐버렸다. 의료계도 지쳐서 손 놓고 정부 보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면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아프다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내일도 서울역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다"며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투쟁 기구 상설화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는 "2년간 쉬지 않고 투쟁을해왔다. 의협 차원에서 투쟁 기구 상설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료 양극화나 기피과, 필수과의 박탈감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박탈감을 느끼는 직역, 과가 보함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여성 의사 회원의 의협 회무 반영에 대해서는 "자녀 교육, 진로 등 여러 문제에 있어 여성 의사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부족하다. 이는 의협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의사 윤리에 대한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여자의사회 추천 의협 윤리위원이 한 명도 없다"며 "회장이 되면 윤리위원 복귀 등 권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기호 5번 최안나 후보는 젊은 의사의 의협 참여로 세대 간의 지혜와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는 "의협은 젊고 유능한 의협으로 단일대오를 회복해야 한다. 지난 6개월간 의협의 리더십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하기 힘들었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최안나"라며 "젊은 의사가 더 이상 밖이 아닌 집행부에 들어와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윤리위원회 권한 확대와 국민 신뢰 회복 등을 약속했다. 또한 의학정보원 설립을 통해 의사 데이터 주권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최 후보는 투쟁기구 상설화에 대해서는 "대의원회 결정 사항이다. 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투쟁과 협상은 다르지 않다. (집행부는)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를 내야 한다. 간호법과 한의사 등의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 후보는 "누가 회장이 되든 의-정갈등을 시작한 책임자에게 사과 받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계엄령 포고문에 전공의 처단 등 막말을 쓴 책임자를 반드시 공개해 사과받고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라며 "의료 정책이 정치적 이유로 주먹구구식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 후보는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이 조화를 이룰 방안에 대해서는 "가능해야 한다"며 "수가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료는 답이 없다. 실손보험은 우리가 만들어달라고 한 게 아니다. 정부가 저수가 체계에서 국고지원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이제 와서 비급여를 교란한다며 의사를 부도덕하게 몰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국가가 민간보험 손실에만 신경 쓰는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조화는 가능하지 않다"며 "민간보험의 문제는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들의 경영과 재무 검사 등 모두 의협의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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