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회무 의견 분분…비판 기조 '이동욱·강희경' VS 비대위 입장 유지 '김택우'
최안나 "대통령 대행 만나 문제 풀어야"…주수호 "의대증원 넘어 의료제도 변화까지 싸울 것"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들 중 공식석상에서 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회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처음 나왔다. 이번 의과대학 정원 증원 사태를 풀어갈 향후 대책과 관련해서도 후보들 간 입장차가 명확했다.
5명의 후보 중 강희경, 이동욱 후보는 직접적으로 비대위 회무에 대해 "소극적이다. 답답하다" 등 강하게 질타했다.
이외 최안나 후보는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았지만, "당장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만나 최대한 증원 인원을 줄일만큼 줄여야 한다"며 비대위 기존 기조와 다른 해결 대안을 제시했다.
김택우 후보는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지' 등 비대위와 같은 맥락의 주장을, 주수호 후보는 한 발 나아가 의대증원을 넘어 새로운 '뉴노멀'의 의료제도를 바꿀 수 있을 때까지 "싸우자"고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17일 오후 7시 부산시의사회에서 진행된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서 부산시 회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주제는 '현 의협 비대위의 행보'와 '의대증원 문제를 풀어갈 향후 대응 방향'이었다.
한 부산시의사회 회원은 "임현택 회장 탄핵 이후 비대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현안 대처에 한 박자씩 늦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대위 임기가 3주 정도 남았는데 지금 중대한 시기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후보들이 비대위원장이라면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가. 또한 탄핵 등으로 인해 (의대증원 문제가) 관심 밖으로 밀려났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먼저 이동욱 후보는 비대위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비대위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게 이 후보의 견해다.
그는 "지금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싸워야 한다. 부부가 어떤 대화도 하지 않으면 갈등은 끝이 없게 된다. 그러나 현 비대위는 물론 대화도,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는 기조"라며 "내가 비대위원장이라면 강력히 투쟁하고 목소리를 높여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수시에 이어 정시까지 진행되면 사실상 의대증원 정책은 되돌리기 힘든 상태가 된다. 지금 우리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 비대위는 상당히 소극적이고 방관적인 모습을 보여서 많은 분들이 답답해하는 듯하다. 비난을 두려워해선 안 되지만 아쉽다"고 지적했다.
강희경 후보 역시 비대위 회무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 후보는 최근 국회토론회 문제로 박형욱 위원장 등과 마찰을 빚어왔다.
강희경 후보는 "지금 과연 비대위가 여러 이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내가 비대위원장이라면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회원들의 의견을 활발히 듣겠다"며 "의대증원 문제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우리만 답답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수시에 합격한 이들도 이제 우리(의료계 식구)다. 정원을 (갑자기 다시) 줄인다고 하면 이들이 겪게 될 상처도 크다. 이들 역시 피해를 덜 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가능한 학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총장을 비롯해 각 의대가 교육 가능한 숫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어제 주장한 국회토론회가 이런 맥락"이라고 전했다.
최안나 후보는 당장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만나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지가 필요하다'는 비대위 기조와 일부 배치된다.
최 후보는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만나야 한다. 1명도 뽑지 말라는 요구를 할 것이 아니라면 이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시에서 미달된 정원을 추가합격시키지 말아야 한다. 물론 법정 소송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법까지 어기며 계엄을 감행한 것이 정부다. 의료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최대한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1월 초가 되면 젊은의사들은 군대도 가야 하고, 3년 후가 되면 다시 전공의로 돌아오지 못할 이들도 생긴다. 2년 연속 휴학이 불가한 의대생들도 있다. 이젠 해결해야 한다. 최대한 줄일 만큼 줄여야 한다. (여러 부작용과 해결책을) 정부도 다 안다. 그동안 대통령 때문에 못한 것이다. 이젠 대통령이 탄핵됐으니 일단 학교부터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택우 후보는 현행 비대위 입장과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다. 책임자 문책과 더불어 '2025년 모집중단'이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취지다.
김 후보는 "지금은 의료계엄 상태다. 결국 결사적으로 (2025년) 모집중단이라는 원칙을 세워서 가야한다. 이 원칙에 기반해 책임자 문책도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전제조건이 됐을 때 (의료계는)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정부와 대통령은 힘이 없기 때문에 정치권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택우 후보는 또한 "다만 정치권은 그들이 노리는 목적이 다르다. 결국은 우리가 해야 한다. 중단시킬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이 방법이 실패했을 땐 사법부를 움직여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수호 후보는 가장 강경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은 물론, 의대증원 문제를 넘어 새로운 뉴노멀의 의료정책을 선도할 수 있을 때까지 '욕 먹더라도 의료계가 계속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 후보는 "어려움이 닥쳤을 땐 정도로 가는 것이 맞다.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오진을 했고 우리는 잘못된 제도가 누적돼 현 상황이 됐다고 판단했다. 그럼 우린 제도를 고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 시점에선 의대증원 문제만 갖고 딜을 해선 안 된다. 의대증원 문제가 아니라 의료 뉴노멀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초조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고 굳이 (먼저 정부를) 만나자고 할 필요도 없다. 길을 제시하고 답을 달라고 기다리면 된다"며 "협상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왜 우리가 나서야 하나. 특히 진료실 내에서 의사가 존경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때까진 욕 먹어도 싸워야 한다. 그래야 의협이 전문가로서 존경받는 단체가 된다. 그때까진 욕먹어도 싸우겠다. 그걸 못해서 의협이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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