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일부 환자들이 대학병원 등에 외래진료를 갔다는 이유만으로 심평원이 환자 등급을 최하등급으로 낮추고, 진료비를 삭감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심평원은 지난해 A, B, C 등 3개 요양병원이 입원환자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사를 의뢰하자 타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 및 원외처방을 받은 환자들의 등급을 최하등급인 '신체기능저하군'으로 하향 조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비용을 삭감했다.
지난해 1~8월 사이 대학병원 등에 외래진료를 간 입원환자는 A요양병원이 4명, B요양병원이 5명, C요양병원이 3명이었다.
문제가 된 A요양병원의 환자 5명은 파킨슨병, 뇌내출혈, 중뇌동맥 경색증, 뇌경색, 편마비, 경관영양, 사지마비 등의 증상을 가진 의료고도 환자군이었다.
B요양병원 환자 5명, C요양병원 환자 3명 역시 위와 유사한 증상을 가진 의료고도, 의료중도 환자군이었다.
심평원이 이들 환자들의 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삭감한 금액은 A요양병원이 1억 3천여만원, B요양병원이 7천여만원, C요양병원이 2천여만원.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은 환자분류표에 따라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의료경도 ▲신체기능저하군 등 7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신체기능저하군은 의료최고도~의료경도에 해당하지 않거나, 입원치료보다 요양시설이나 외래진료를 받는 게 적합한 환자에게 부여한다.
요양병원 수가는 하루당 정액수가를 적용하는데, 환자 등급당 수가(의사 2등급, 간호 5등급 기준)를 보면 의료최고도가 5만 2550원, 의료고도가 4만 3667원, 의료중도가 4만 1310원, 문제행동군이 3만 9580원, 인지장애군이 3만 8790원, 의료경도가 3만 9770원, 신체기능저하군이 2만 7127원으로 나눠진다.
만약 의료고도 환자가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등급이 떨어졌다면 의료기관은 1달 기준으로 약 5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정액수가에는 행위료, 약제 및 치료재료 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해당 요양병원이 인력이나 시설,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해당 진료가 가능한 다른 대학병원 등으로 환자를 의뢰할 때 발생한 행위, 약제 및 치료재료 등의 비용은 별도 산정할 수 있다.
그러자 이들 요양병원은 "환자의 등급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지 여부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심평원이 일률적으로 환자들을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등급을 낮춰 요양급여비용을 삭감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반면 심평원은 "요양병원들이 이 사건 환자들에 대해 진료상 필요가 아니라 '단순한 피로 회복, 통원 불편 등'을 이유로 입원 지시를 했으므로, 환자등급을 신체기능저하군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시 말해 다른 병원에 외래진료를 갈 정도의 환자라면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될 신체기능저하군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최근 판결을 통해 "입원환자가 환자평가표 상 의료최고도 내지 의료경도에 해당하더라도 다른 질병으로 상시 다른 병원의 진료가 필요하거나 실질적으로 입원치료가 아니라 요양시설 또는 외래진료를 받을 정도의 행위, 약제 제공만 필요하다면 신체기능저하군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러나 법원은 "심평원은 요양병원에서 작성한 환자평가표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약제를 처방받은 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환자군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를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모두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등급을 낮췄다"고 지적했다.
법원에 따르면 진료기록 감정 촉탁을 한 의사도 이 사건 환자들 중 일부는 환자평가표에 기재된 바와 같이 의료고도 또는 의료중도에 해당한다는 의학적 견해를 제시했다.
특히 법원은 "해당 환자들이 다른 질병 등으로 상시 다른 병원에서 진료가 필요하거나, 실질적으로 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외래진료를 받을 정도의 행위, 약제 제공만 필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진료비 삭감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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