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삭감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원장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한 달에 500만원 삭감된 의원도 봤다."
경남의사회(회장 박양동) 옥경혜 보험이사의 말이다.
옥경혜 보험이사는 여느 의사회, 학회의 이사와 달리 의사가 아닌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과거 병원 전산팀에서 요양급여 청구 프로그램을 개발한 게 인연이 돼 의료기관에서 보험청구 업무를 맡다가 경남의사회 진료환경개선위원회 실무 간사를 거쳐 현재 경남의사회 보험이사 중 한명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주 업무는 의료기관을 누비며 심평원의 삭감 원인을 분석해 주고, 현지조사를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자문을 해 주는 것이다.
의료기관에서 자문을 요청하면 달려가는데, 한 달에 5군데 이상 현장을 누빈다고 한다.
옥경혜 보험이사가 족집게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상담 요청이 점점 늘어나 출장이 많이 밀려있을 정도다.
경남의사회는 지난 달 옥경혜 보험이사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삭감제로'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옥경혜 보험이사는 "병의원을 방문해 삭감 내역을 분석해 보면 요양급여기준을 잘 몰라 진료하고도 비용을 못받는 사례가 상당하다"면서 "한 달에 500만원 조정된 의원도 있었다"고 환기시켰다.
옥경혜 이사는 "의외로 진료비의 일정액, 예를 들면 월 50만원 정도 삭감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원장들이 많다"면서 "아무리 잘 청구해도 결국 심평원이 다른 부분에서 삭감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아"고 말했다.
옥경혜 이사는 "아무래도 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은 진료하기도 바쁜데 일일이 요양급여기준을 챙기기도 힘들고, 삭감되는 걸 보면 속이 터지니까 아예 심사조정 내역을 보기조차 싫어하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옥경혜 보험이사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요양급여기준 역시 삭감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아예 비급여를 인정하지 않다보니 원장들이 자신도 모르게 임의비급여를 하다가 현지조사를 받거나 처벌받고, 의료행위를 했는데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옥경혜 보험이사에게 '삭감제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삭감 분석"이라면서 "왜 조정된 것인지 원인을 파악하고, 요양급여기준에 맞게 청구해야 한다. 월 500만원 삭감되던 의원도 이런 방법으로 몇 만원대로 낮췄다"고 환기시켰다.
또 옥경혜 이사는 "두번째 중요한 것은 약의 효능효과, 심사 가이드라인을 한번 더 확인하고 청구하는 것"이라면서 "심평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스마트점검리스트를 활용하는 것도 삭감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옥경혜 보험이사는 "심평원이 내부 심사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 의료기관들이 삭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녀는 '삭감제로' 책자에서 "한분이라도 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알리고 싶다. 백 원이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고 불이익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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