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5.11 06:47최종 업데이트 26.05.1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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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기기 안전하다고 진단까지 안전한 것 아냐”…비전문가 초음파 오진 우려

“의사 감독 없는 초음파 단독 시행 안 돼”…한의사·간호사·의료기사 초음파 논란 속 자격체계 정비 요구

삼성서울병원 어홍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현장에서는 의료기사·간호사 등 비의사 인력에 의한 초음파 검사 시행 문제까지 맞물리며 초음파 검사의 전문성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음파는 방사선 노출이 없어 기기 자체는 안전한 검사로 인식되지만, 실시간으로 영상을 획득하고 동시에 진단적 판단이 이뤄지는 검사인 만큼 교육과 수련을 받지 않은 비전문가가 시행할 경우 병변을 놓치거나 가짜 병변을 발견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초음파의학회 제57차 학술대회(KSUM 2026)에서는 ‘국민안전을 위한 의료 초음파 전문성의 확립’을 주제로 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분당서울대병원 황성일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정우경 교수가 공동 좌장을 맡았으며, 삼성서울병원 어홍 교수, 중앙대병원 이은선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우경 교수가 각각 비의사 초음파 시행 현황과 초음파 인증의 제도, 안전한 초음파 검사를 위한 학회 간 협력 전략을 발표했다.

한의사 초음파 판결 이후에도 법적 공백 여전…“초음파 시행 주체 정립 필요”

첫 번째 연자로 나선 삼성서울병원 어홍 교수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판결과 임상병리사·방사선사·간호사 등 비의사 초음파 시행 현황을 짚으며, 초음파 검사 주체를 둘러싼 법적·제도적 공백을 지적했다.

어 교수는 2022년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 “합법화됐다고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불법이 아님을 말한 것”이라며 “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이 아니라, 안 된다고 돼 있지 않으니 할 수 있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판결 이후 한의사 초음파 사용이 급격히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익 모델과 건강보험 적용 문제, 민사상 책임 부담 등으로 인해 진단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의사 초음파 시행 문제도 직역별로 짚었다. 어 교수는 임상병리사의 경우 심장·뇌혈류·경동맥 초음파 등에 대해 의사의 실시간 지도 하에 시행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과 관련 교육·자격 체계가 존재하고, 방사선사는 업무 범위에 초음파 진단기기 취급이 포함돼 있으며 교육 과정과 국가시험에도 초음파 관련 내용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간호사의 초음파 시행은 법적 근거와 교육·자격 체계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어 교수는 “간호사 고시 과목이나 전문간호사 제도 어디에도 초음파나 영상검사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없다”며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초음파 검사는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검사”라며 “초음파가 도입됐을 당시 누가 할지를 아무도 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임상초음파사라는 표현도 현재 법적 용어는 아니다. 이 상태로 계속 끌고 가면 직역별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해외처럼 법적 자격을 갖춘 초음파사 제도를 신설할 것인지, 의사 중심 원칙을 유지하면서 교육과 인증 제도를 강화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음파 인증의 제도도 한계…“서류 중심 검증·보상 부재로 유지 동력 약화”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중앙대병원 이은선 교수는 초음파 인증의 제도의 현황과 한계를 설명했다. 초음파 인증의 제도는 초음파 검사의 전문성과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학회들이 운영하는 민간 인증 제도로, 대한초음파의학회도 검사 인증의와 교육·지도 인증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교수는 대한초음파의학회를 비롯해 한국심초음파학회, 대한임상초음파학회, 한국초음파학회, 대한간학회·소화기학회 등이 각자 초음파 인증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회별 기준이 다르고 실질적 보상 체계가 부족해 제도 유지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2년 대한초음파의학회 인증의 제도가 시작됐을 당시 검사 인증의가 400명 이상이었지만 현재 유효한 검사 인증의는 80명 정도, 교육·지도 인증의는 3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두 번의 갱신 과정을 거치며 4분의 3 정도가 떨어져 나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증 기준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3년간 100건이면 1년에 33건, 한 달에 초음파를 3건 정도 하는 수준인데 이것만으로 인증을 주는 것이 과연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대부분 서류 제출 중심이라 검증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수 병원 인증을 받아도 병원 문 앞에 붙이는 패가 혜택의 전부”라며 “법적 의무도 아니고 보상도 제대로 없는 민간 시스템이다 보니 학회들이 자체 인적·재정 자원을 들여 운영하고 있지만 에너지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우경 교수 “초음파 안전성 핵심은 기기 아닌 진단 정확성”
 

세 번째 발표에 나선 삼성서울병원 정우경 교수는 초음파 검사가 다른 영상검사와 달리 검사자 의존성이 매우 높은 검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초음파 검사는 환자와 직접 소통하고 협조를 요청하면서 진행되는 검사”라며 “환자의 주증상을 듣고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어느 부위를 어떻게 볼지 그 자리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음파 검사를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하는 이유로 환자와의 직접 소통 능력, 실시간 영상 판단 능력, 초음파 아티팩트 해석 능력, 저장되지 않고 휘발되는 정보에 대한 판단 능력을 꼽았다.

정 교수는 “초음파 검사는 CT나 MRI보다 더 어려운 검사일 수 있다”며 “아티팩트가 영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그 아티팩트가 진단적 정보를 주는 경우도 있어 이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초음파 기기 자체의 물리적 안전성과 진단의 안전성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초음파 검사 기기가 생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것 자체가 안전함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기가 안전하다고 해서 어떤 사람이 시행해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진단적 안전을 위협하는 오류로 위음성(false negative)과 위양성(false positive)을 제시했다. 병변을 놓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도 문제지만, 존재하지 않는 병변을 암으로 의심해 불필요한 조직검사와 추적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환자 안전과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안전한 초음파의 진정한 의미는 진단 정확성”이라며 “비전문가가 검사해 양성이 나오면 일찍 발견할 수도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는 논리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초음파의학회와 대한영상의학회가 검사자 교육, 무자격 검사 대응, 학술교육의 국제 전파, AI·로봇 등 미래 기술 대응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시대에도 초음파는 환자 접점 가진 검사…전문성 지켜야”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좌장인 황성일 교수는 초음파 검사의 위상 변화와 영상의학계의 역할을 짚었다.

황 교수는 “과거에는 초음파가 교수들만 시행하는 고급 검사였지만, 지금은 검사 물량 증가와 의료 환경 변화 속에서 전공의나 다른 직역으로 일부 이전되는 흐름이 있다”며 “영상의학계 스스로 초음파 전문성을 충분히 지키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발전으로 실시간 판단과 영상 저장·검토 문제 일부가 기술적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결국 남는 것은 환자와의 접점이라고 봤다.

황 교수는 “앞으로는 환자와의 접점을 누가 더 확보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며 “초음파는 환자를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검사라는 점에서 더 가치 있는 검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학회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재영 이사장은 비전문가 초음파 검사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초음파 기계는 결국 진단을 위해 내부를 들여다보는 장비”라며 “기기 자체가 위험하지 않다고 해서 괜찮다는 식으로 갈 문제가 아니다. 오진이라는 결과는 환자 입장에서 상당히 큰 위험이 된다”고 말했다.

학회는 초음파 검사를 단순한 장비 사용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초음파는 환자 몸속을 들여다보고 병변을 찾아 진단하는 검사인 만큼, 장비 조작뿐 아니라 해부학적 이해와 질환별 영상 소견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학회 측은 “오진에는 봐야 할 것을 놓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짜 병변을 발견하는 것도 굉장히 많다”며 “비전문가가 초음파를 시행하면 환자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병변을 발견했다고 판단해 추가적인 의료비 상승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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