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재판부 법률 해석 변했지만 업무범위 규정 모호…당장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유권해석 못내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재판부가 최근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잇따라 '위법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전면 허가하는 유권해석을 내리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료계 업무영역과 관련된 쟁점이 복잡하고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당장 1, 2개 판례만으론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법률 해석 변화 인정
복지부 정영훈 한의약정책관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법원의 판례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맞다. 에전엔 한의사의 초음파 등 진단기기 사용이 정당화되지 않았던 이유가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와 무관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의학과 의학 원리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전성 문제도 크게 바뀐 부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최근 법원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기존과 다른 법률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 2022년 12월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뤄졌는데 12명의 대법관 중 10명이나 한의사 진단 의료기기 사용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2023년에도 대법원이 한의사의 뇌파계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고 지난 1월엔 골밀도진단기기 역시 '사용이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법 해석 추세변화 주목하며 사례별 개별 판단이 현실적
실제로 지난 2022년 12월 대법원은 시대가 바뀌면서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보조적 진단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에서 유래한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한의학적 원리와 배치되거나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안전성 여부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의료계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는 인체 내부를 보는 소위 ‘제2의 청진기’로 인식될 만큼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된다"며 "한의사에게 진단 보조도구로서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제1조에서 정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영훈 정책관은 "법원의 해석과 추세의 변화를 주목하면서 의료행위 역시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관련해서 (후속대처 문제는) 계속 협의해 나아갈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원 판례 변화에도 불구하고 당장 일률적 유권해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실제로 2022년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한의사가 침습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정책관은 "의사, 한의사 간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의료법 내 면허 범위 관련 사항으로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엄무 범위 자체가 의료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해석하기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정책관은 "가장 쉬운 방법은 의학적 의료기기, 한의학 의료기기를 법률에서 나눠 규정하면 가장 확실하고 명료하다. 그러나 그렇게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해관계 역시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이고 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 유권해석 보단 상황에 따라 각 사례를 나름대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의사, 방사선사 지도·고용까지 가능해질까
지난 1월 한의사 골밀도진단기기 사용 관련 판결이 의료기사법 등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행 진단용 방사선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 기준을 보면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방사선사로 명시돼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위법하지 않은 것이라고 봤다. 안전관리책임자 자격기준에 한의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 밖의 기관에서 한의원이 제외된다고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기사법에 따르면 한의사는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를 지도하거나 고용할 수 없다. 그러나 결국 이번 판례에 따라 방사선안전책임자 자격기준에 한의원이 포함된다는 법률 해석이 이뤄지면서 한의사가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방사선사를 고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한의사의 방사선사 지도와 고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판결이 현행 의료기사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질의에 정영훈 정책관은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다만 (판결에 대한) 확대해석을 위해선 또 다른 논리나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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