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과 갈등 일으킨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삭제 여부 쟁점...요양보호사·간호조무사의 간호사 지도 삭제도 관건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4일 제1법안소위에서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국민의힘), 최연숙 의원(국민의당)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과 간호·조산사법안을 12월 9일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이번에 간호법이 보류된 이유는 직역 간 대립이 거세지면서 갈등 문제를 협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올해 안에 간호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직역간 갈등 문제를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에 우호적인 국회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쟁점사항을 수정해 어떻게든 간호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간협은 "사상 처음으로 간호법 제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여야, 정부 모두 간호법 제정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직역 간 엇갈리는 쟁점 조문에 대해선 복지부 수정 의견을 토대로 12월 9일 정기국회 내에 재논의하자는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간협은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에 많은 공감대가 쏠리고 있고, 빠른 시일 내에 재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라며 "간호법 제정 자체엔 이견이 없고 일부 쟁점사항만 정리되면 곧바로 의결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간협은 "법안소위 위원들은 일본이나 필리핀, 대만 등 간호법이 있는 나라도 90여 개국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직역 분쟁보단 전문화되고 다양한 의료인이 양성되고 있다는 의견이 내놨다"며 “간호사들의 역할을 의료법에만 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간협은 대한의사협회에 대해서는 "의협은 간호법안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법안심사소위의 회의결과에 대해서도 간호법 제정 심사·의결이 불발됐다면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의협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사가 독자적인 진료행위를 하고,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간호법의 수정 의견은 어떻게 제시될까. 우선 의료계가 가장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삭제하고 진료의 보조'를 원래대로 포함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의 경우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법은 이를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대했다.
의협은 "해당 부분이 간호사가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아가 국민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간호사의 의료기관 단독개원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도 “간호법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간호사 업무 범위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는 내용은 타 직역의 업무범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타 직역과의 논의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간호법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간 갈등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간호법은 간호사가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해서도 지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진료보조인력으로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노인복지법상 돌봄 인력인 요양보호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노인복지시설에서 시설장의 지휘하에 돌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더 악화시키고 간호사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시킨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는 “200만 요양보호사 위에 간호사가 군림하겠단 의도”라며 결사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역시 “의료서비스는 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역이 협업·연계해 제공되는 점 고려할 때 별도로 규율할 경우 타 직역 간 연계성 저하, 행정체계와 정합성 부족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한 “요양보호사는 ‘노인 돌봄 인력’으로 업무영역이 간호와 상이하여 간호사의 지도를 받도록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간호법에 반대하는 단체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정보협회 등 무려 10개다.
이들 10개 단체는 "지금 간호법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시간은 충분하다"라며 "21대 국회 임기는 2024년 6월까지이고, 복지부는 지난 6월 9일 개최한 제14차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분과협의체를 구성해 간호법 제정안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국회는 특정 직역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는 개별 직역입법을 별개로 추진해선 안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의료인 지원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모든 보건의료인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우리의 합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더 강력한 연대로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악법 폐기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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