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흑자 전환이 '짠한' 이유
경영구조개혁을 통해 알아본 병원 다이어트
인제대 백병원은 경영구조개혁을 통해 10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제학원은 산하 5개 백병원의 2014년도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 217억원의 흑자(의료수익 8,433억원, 의료비용 8,216억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381억 적자(2013년)에서 3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5개 백병원을 통합한 경영실적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공공의료기관이 아닌 민간 대학병원에서 만성적자 해결을 위해 경영구조 개선안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병원의 직원이나 가족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면 항상 뒷맛이 개운치 않다.
흑자전환이 좋은 의료 상황(사람들이 흔히 호황이라고 하는 것을 포함해)에 적응한 결과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영원히 인상할 것 같지 않은 의료수가와 불황의 기미가 보이는 경제적 상황.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누군가의 강요된 희생'을 통해서만 상황을 반전하는 것을 우리는 이미 많이 목격했다.
백병원이 건넨 보도자료를 보면 "각 병원에서는 병원 특성에 맞게 외래 진료공간 재배치, 맞춤형 진료, 지역 협력병원 유대강화, 행정업무 효율성 증대 등을 통해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병원 관계자의 자세한 부연 설명에 따르면, 외래 공간을 효율적으로 다시 배치하고, 맞춤형 진료를 위해 특정과의 진료를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하거나 점심시간 진료, 야간 진료(직장인의 퇴근 시간을 맞춘)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리고 요양병원 등의 지역병원과 협력을 통해 전원을 편리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지역의 의사들에게 개원의 연수강좌를 제공한다고 한다.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게 맞지만, 기자의 눈에는 이런 개선 방법의 표면에 가려진 의사 모습이 자꾸 중첩되어 보인다.
'외래 진료공간 재배치'란 단어에서 경제적 기여를 못해 병원 구석으로 진료실이 처박혀 의국에서 체면이 안서는 특정과의 과장 모습이 떠오른다.
'맞춤형 진료'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족한 수면+공복'인 상태로 진료를 보고, 점심 진료를 하느라 때를 놓친 점심식사(심지어 가끔은 일부 반찬이 다 떨어져 가짓수가 적다)를 외래 담당 간호사와 원내 식당에서 썰렁하게 먹고 있을 의사의 짠~한 뒷모습도 생각난다.
'지역병원 협력강화'를 위해 '평점 있는' 개원의 연수강좌를 진행하느라 가족과 함께 주말을 지내지 못하는 의사들의 딱한 모습도 연상된다.
병원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인을 위해서라도 경영지표는 개선되어야 하고, 작지 않은 조직을 큰 무리 없이 흑자전환 시킨 병원 경영자의 능력도 인정해야 한다.
좋지 않은 상황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파산하는 병원에 비하면 이런 결과는 훨씬 긍정적이다.
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의사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대중이나 미디어에게 고려해달라고 떼를 쓰기엔 여전히 의사라는 직업은 평균 이상의 월급을 받는 전문직이고, 의사들의 '죽는 소리'가 일반인들에게 피부에 와 닿을 리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의료인력을 통한 보존적 치료'로 상황을 넘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많은 대형병원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면, 병원 경영지표의 악화는 특정 병원의 특수한 환경만이 그 원인은 아닐 것이다.
수가 개선같은 근본적 해결 없이 병원에게 의료인을 쥐어짜내는 자구책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병원이나 의사 모두 Palliative Tx(일시적인 처방)보다는 Cure(완쾌)를 추구하는 것에 익숙하고, 그것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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