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23 07:00최종 업데이트 21.12.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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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알포세레이트 뇌졸중 위험 밝힌 이경실 교수 "예방효과 검증하는 연구도 진행"

"인지기능 도움된다는 임상시험도 단 1개, 이마저도 중증치매환자 대상…처방 전 개원의 면밀히 고려해야"

사진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경실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최근 '뇌 영양제', '기억력 개선제', '치매예방약' 등으로 알려진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오히려 복용시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등 각종 뇌질환 발생 위험이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실제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검증도 추가로 이뤄질 전망이다. 

23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경실 교수는 본지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연구에 이어 추가적인 후향연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교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최슬기 연구원과 50세 이상 성인 1200만8977명의 공단 데이터를 토대로, 성별과 나이 등 기본적인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을 비롯해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여부 및 복용기간, 뇌질환 발생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10년간 추적·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복용한환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복용한 사람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발생 위험이 각각 43%, 34%, 37% 높았다. 

콜린알포는 '뇌 영양제'로 잘 알려져 있어 노인들이 많이 처방받는 약제 중 하나며, 연간 처방액만 4000억원을 넘기는 의약품이다. 특히 정부가 이에 대한 급여 적응증 축소를 결정했음에도 제약사들이 소송을 제기, 오히려 처방액은 더욱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향적 임상이기는 하나 뇌 영양제가 오히려 뇌 건강을 나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큰 파장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연구를 이끈 이 교수에게 콜린알포 연구의 시작 계기와 연구 방법, 추가연구 계획, 임상재평가와 처방 영향 등을 들어봤다.

Q.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콜린은 동물성 단백질 급원 식품인 고기, 생선, 계란 등에 많은 영양소다. 최근 셀(Cell)이나 네이처(Nature) 저널에 따르면 여러 기전으로 고기, 생선, 계란을 많이 먹게 되면 중풍(뇌경색·뇌출혈 등 뇌혈관 순환장애로 인한 질환 총칭) 위험이 올라가는데, 그 중 한 기전으로 콜린이 장내미생물에 의해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물질로 바뀐다는 내용이 나왔다. 

결국 뇌 영양제로 불리는 콜린알포세레이트도 많이 섭취하면 콜린을 많이 먹게 되기 때문에 약제 역시 중풍에 영향을 줄 것이란 가설로 연구에 돌입했다.

Q. 연구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이 연구는 지난 2019년부터 시작했다. 후향적 연구이다보니 역의 인과관계 오류를 해소하는 연구 디자인을 고민하는 데 시간과 자원이 많이 소요됐다. 

역의 인과관계 오류는 중풍에 걸릴 만한 사람들이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먹고 있어 섭취하지 않는 사람보다 중풍 발생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어려웠으나, 빅데이터 분석 경험이 많은 공동 1저자 최슬기 연구원과 교신저자인 박상민 교수의 지도 덕분에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Q. 이번 연구에서 성별, 나이, 콜린 복용여부, 복용기간, 뇌질환 발생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발생 위험 외에도 연령별·복용기간별 발생률과 그 시점 차이가 있었나.  

당연히 중풍은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많으면 더 많이 발생한다. 이번 연구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군과 비복용군으로 나눠 중풍 발생 위험을 본 것인데, 단순히 비교하면 콜린알포세레이트와의 연관성보다는 나이, 기저질환, 소득수준 등 다른 요인에 의한 차이가 혼재되어 평가가 어렵다.

따라서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군을 기준으로 성별, 나이, 기저질환, 소득수준 변수를 1대1 매칭, 1대10 매칭해 비복용군을 만들어 비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즉 중풍발생에 이미 알려진 대부분의 위험요인을 동일하게 맞추고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 유무에서 중풍발생 위험을 비교한 것이다.

또한 콜린알포 복용군 내에서는 복용 기간별로 중풍발생 위험을 확인했으며, 용량에 따라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섭취할수록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을 확인했으나, 다만 뇌질환 발생시점은 따로 분석하지 않았다.

Q. 가정의학과, 내과는 물론 노인층이 많이 이용하는 개원가에서는 진료과목과 관계없이 콜린알포를 '뇌영양' '치매예방'의 목적으로 장기 처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뇌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일선 개원가에 당부하거나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인지기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은 ASCOMALVA trial 단 하나다. 

이마저도 해당 임상대상자는 모두 중등도 이상의 알츠하이머 환자였고 도네페질(donepezil)를 복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연구는 중증치매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도네페질 + 콜린알포', 다른 한 그룹은 '도네페질 + 플라시보'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소규모의 연구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지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결국 유일한 RCT는 알츠하이머 병 환자들 대상 연구다. 즉 중등도 인지기능장애가 아닌, 단순히 '예방' 목적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도움이 될지 처방 전 한 번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Q. 꼭 필요한 사람에 한해서만 처방해야 한다는 의견인데, 그렇다면 그 대상 환자는 누구인가. 

RCT를 생각하면 알츠하이머 병의 보조치료이지만, 이마저도 다른 나라는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미국, 일본, 유럽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alpha-GPC로 불리는 건강기능식품이다. 그러나 적응증과 관련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와 정부기관의 담당부서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Q. 추가적인 연구를 계획 중인가. 

임상시험은 따로 계획이 없으나, 또다른 후향적 연구를 준비 중이다. 
추가하는 연구는 실제 소위 말하는 '치매예방약' 역할을 하는지 검증하는 내용이다. 치매가 없는, 이른바 치매 예방효과를 기대하고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복용한 환자를 추적관찰해 실제 치매 발생 위험이 낮았는지 후향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Q. 현재 제약사들이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임상재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적응증을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전망이다. 적응증과 관련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인지?

현재 분석 대상자에서는 치매를 진단받고 관련 약제를 처방받았던 사람들, 이미 중풍이나 TIA와 같은 뇌혈관질환이 있던 사람들은 제외하고 분석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을 보험 급여화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적응증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다. 다만 적응증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이 고민, 결정할 사안이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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