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4.21 06:36최종 업데이트 20.04.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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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회장 당선인의 위험한 공약...의사 수 1000명 증원, 각자도생을 원하는가

인력 부족 영역 있지만 과잉 영역도 상당...과잉경쟁의 폐해는 의사, 환자, 사회 모두의 몫으로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와 속칭 관변 학자들의 주장은 현재의 인력으로도 의료접근성이 세계 1위인데도 불구하고, 그 접근성에 마치 총알과 같은 획기적인 단축을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것으로 소위 ‘미 충족 의료’가 많다는 논리인가. 그것도 아니면, 선거구 주민들의 요청으로 격오지와 도서 등 거주지와 무관하게 국민 누구라도 의료접근성 1위의 혜택을 받아야 된다는 무리한 요구에 대한 정치적 화답인 것인지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의사인력 증원이 총선 압승에 대한 일종의 ‘사은 행사’의 일부가 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문재인 케어로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과 우리나라 의학의 특징인 ‘검사의학’의 가속화로 인해 대형병원의 의사인력 부족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 의대정원 1000명 증원을 공약으로 내 건 후보자가 이번에 새로운 대한병원협회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좋은 의사 1명을 양성해 배출하는 데는 빨라야 10년이고, 보통 15년이 소요된다. 대학졸업자가 의학전문대학원 4년 과정 후, 의사국가시험이나 전문의시험에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곧바로 직선상의 경력을 쌓아도 인턴과 전공의 과정에 소요되는 4~5년을 더하면 최소 9년이 걸린다.

따라서 6년 과정의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경로를 밟는다면 11년이 필요하다. 남자의 경우 군 복무 기간을 가산하면 전문의 보드 취득까지 14년이라는 긴 여정이 요구된다. 세부 전문의나 전문의 취득 후에 추가적인 수련과 공공역량까지 갖추게 된다면, 지금 인력양성 논의의 효과는 빨라야 오는 ‘2035년’부터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공약으로 내건 신임 병협회장 ‘의사 수 1000명 증원’, 무엇을 염두한 것인가  

신임 병협회장이 요구하는 1000명에 대한 수요분석은 어디에 바탕을 두고 있을까? 주먹구구셈법이라도 인력산정에 관한 문건을 본적이 없다. 대개 의사인력 양성에 관한 것은 의료수요분석 예측이 필요하고 이것은 한 나라의 의료가 지향하는 목표와 일관성을 갖고 연계돼야 한다. 그리고 의사 수 증원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는 빨라야 오는 2030년경인데, 의사인력 추계 근거로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삼았는지 궁금하다.

공약으로 내세운 인력증원의 수요 근거가 병원의 의료수요 충족을 위한 것이지, 반드시 사회적 수요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은 직관적으로도 판단이 가능하다. 저렴한 초진료로 의료기관의 접근이 용이한데다, 원가보전도 안 되는 싼 진료비에 따른 짧은 간편한 임상면담의 부족분의 보충은 다양한 검사로 충당된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가 갖는 구조적 결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각종 검사와 세부 전문 진료가 바탕이 되는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는 반드시 문제로 삼지 않아도 될 사안도 문제의 대상이 되고 곧 의료로 전환된다. 즉 ‘illness’와 ‘disease’에서 환자의 관심 사안이 아닌 것도 대상이 되는데, 한편으로 예방적 차원에서 좋을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 단순히 지켜볼 만한 것도 즉각 처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적정 의사 수에 대한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모든 나라가 고민하는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미국 의사 수 증원 논리에 전문가들 단순 확대 양성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일갈

당선된 병협회장의 공약을 보면서 미국의 의사부족 주장에 대한 반박을 소개한다. 미국 의과대학협회는 몇 년 전 2023년까지 미국의 일차 전문의를 담당할 의사가 최소 2만1000명에서 5만5000명이 부족하다는 예측자료를 제시했다. 의사 추계는 워낙에 변수가 많아 매우 어렵고 정확도를 담보하기 힘들다.

미국 의사부족에 대한 의사증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최근 크리스토퍼 컨(Christopher Kerns)과 데이비드 윌리스(Dave Willis)는 의사인력 증원이 결코 단순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런 주장이 물론 미국의 일차 진료의 수요를 바탕으로 하는 주장이어서 우리나라 같이 병원의료의 확장이나 개념이 불분명한 공공의료에 대한 수요를 근거로 하지 않고 있는 점이 다르기는 하다.

이들은 우선 의사수가 적어 보이는 것은 분포의 문제가 심각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있다는 사실과 미국 국민의 13~14%는 충분한 의료보장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즉, 이들은 일차 진료를 받을 형편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로 의사들이 일하는 시간이나 다른 일반 국민이 일하는 시간이 동일하거나 비슷해 주로 야간과 심야, 그리고 주말에 일차 진료 공백의 문제가 크게 발생한다고 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복지부가 심야 소아과 진료를 목표로 논의를 한 적이 있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미국은 일차 진료를 대부분 의사가 담당하고 있으나 진료 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나 Nurse Practitioner)을 통해서도 가능해 이들의 활용을 확대하면 인력부족 현상이 어느 정도 완화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일차 진료를 이들에게 맡겨 감당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수용이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미국의 의사 수 부족현상 과다한 행정 직무 중 20~30% 기록물 작성 업무 가중 

우리나라에서 이미 조산사도 산부인과 전문의와 산후조리원에 의해 직업의 존속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의 진료에 익숙한 국민이 더 낮은 학력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의료인에게 일차 진료를 맡긴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현재의 전문 간호사제도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200개 이상 만든 간호대학도 졸업생의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적정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기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의 다양한 의료제도를 한 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등 공보험이 모든 의료제도를 대변하지 않는다. 맹장수술비가 적게는 25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들어가는 나라여서 미국의 공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환자는 경영상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환자 군으로 취급되어 일부 기관은 이들의 진료에 제한적이라는 사실도 의사가 부족해 보인다는 이유로 갈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력부족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의사가 실제로 일하는 직무의 20~30%는 각종 규제 충족을 위한 기록물 작성 등 비 임상적 활동에 시간을 뺏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의사 혼자보다 의사를 보조하는 전문간호사와 PA를 동원해 하나의 일차 진료 팀으로 운영하면 한 사람의 의사가 담당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대폭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근거는 취약하나 일차 진료 팀 하나가 약 2만500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런 경우 의료수익의 경영지표도 훨씬 좋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역할까지 가미한다면 오는 2025년경 미국은 19만명의 일차 진료의사로도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복잡한 미국의 시스템 또 다른 의사 수 부족현상 과도한 세부 전문의제도 탓

의사가 모자라는 중대한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세부전문의 제도에서 문제를 엿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세부전문진료에 대한 비판적인 글에는 50세 호흡곤란 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입원기간에 무려 12개의 다른 세부전문의가 환자를 보았고 심도자 등 12번의 처치를 받았다고 한다. 세부전문의 한 사람이 이 환자를 방문할 때 마다 거의 1000달러씩 진료비가 청구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환자의 병세가 약간 호전됐고 퇴원 후 7개 과의 진료 예약이 잡혀있었다. 분면 임상의학의 세부전문의학으로 지나친 분화과정으로 분절된 의료에 대한 한탄을 하고 있으나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만한 방법은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통합 돌봄(Integrated Care)과  환자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는 기대보다 매우 느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병원진료를 위한 인력증원의 문제는 대부분 병원에서 하는 많은 진료가 실제수요에 근거한 것이기 보다는 검사의학과 쏠림의 왜곡현상으로 의료의 실제적인 사회적 수요를 초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일단 의사의 시야에 정상이 아닌 것이 감지되면 환자가 느끼는 불편과 관계없이 이런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해결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사항으로 전환된다.

이런 의무사항에서 최종 결정은 환자의 몫인데, 어느 누구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이야기를 믿기 보다는 사전 해결을 원하는 것이 당연지사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에 대한 설득과 자세한 설명, 그리고 환자와 의사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규범이 같이 동반돼야 하는데 여전히 이런 것은 현재의 진찰비 구조에서는 실제보다는 이론에 가깝다. 의료를 대상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규범인 나라에서 의사가 자신의 판단에 의존하여 환자에게 지켜보고 기다려 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병원 의사인력 수요 원가회복에 과다한 검사의학과 다다익선 추구

1000명의 의사가 일차 진료로 혹은 병원 진료에 흡수된다 해도 여전히 의사수의 증가에 따른 의료비 증가도 간과할 수 없는 고려사항이다. 의료비를 줄이는 것을 애국심으로 알고 있는 일종의 관변학자는 과연 의사수의 증가만큼 계상된 의료비를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정해진 파이를 나누어 갖도록 할지 대답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병원 의사수의 증가로 사용자나 제공자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의사의 양적 증가는 논하면서 질적 향상을 위한 의사양성 공공자원 투자는 아예 언급이 없다.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데 과연 우리식 민주주의 국가답다. 실제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의사양성의 근간은 공공자원이지 학생이나 부모의 사적 투자는 아니다. 

공공의료가 표준인 몇몇 선진국에서 주치의 면담에 몇 주, 그리고 전문의나 세부전문의 진료대기나 필요한 수술 등의 처치는 대기기간이 1년을 초과할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수용 가능한 일이냐는 질문에는 틀림없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전문의 진료가 당일 접수로도 가능한 것이 우리나라 의료의 특징이다.

특히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빨리’가 환자안전 보다 우선하는 사회적 덕목이어서 상급종합병원의 경영주나 담당의사는 밤을 새워서라도 처치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선진국은 근무시간외 수술이나 처치는 응급상황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런 다른 점은 아무리 환자가 기다려도 절대로 순서와 노동력의 한계에서 해결하는 것이지, 무리한 밤새우기 진료로 젊은 의사를 혹사시켜 해결하지 않는다. 의사가 갖는 근로자적 속성도 충분히 존중돼야 하는 것이다.

1000명의 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 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와 주장이 제시돼야 한다. 현재의 고질적 의료 현안 중 하나인 ‘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노력이나 의료의 공공성 확보와 부합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부분 대학병원의 초 급행 진료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한 나라의 의료체계나 국민건강에 진정 도움을 주는 정책인지 심도 있는 논의를 필요로 한다. 

전례 없는 1000명 증원 의료체계 큰 그림 고려한 추계 아닌, 단순 경영자 입장 

2030년 이후의 의사인력 상황을 예견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에 41개 의과대학의 설립은 이미 90년대 말에 완성된 작품이다. 이제 이들 졸업생이 모두 은퇴를 시작하는 해도 곧 닥쳐올 것인데 은퇴연령도 늦어지고 있다. 의사의 자연증가분도 매우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구고령화와 세계 최저출산의 대비되는 현실과 의사의 근로자적 신분에 대한 보장도 중요한 사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모든 고려사항이 빠짐없이 계상된 합리적인 의사인력에 대한 충실한 보고서가 필요하다. 인력증원이 필요하면 그 주된 이유가 미 충족 의료라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 충족 의료인지 아니면, 이미 기 충족이나 이를 넘어선 과 충족 의료의 요소는 없는지 세밀히 살펴보고 검토돼야 한다.  

오히려 조금 부족한 의사수가 과잉배출 보다는 더 안전하다는 주장은 “사람은 삼시 세끼 기본으로 갖춰 먹어야 비로소 예절을 안다”는 속담이 그 설명을 대신한다.

의료를 둘러싼 불필요한 과잉경쟁의 폐해는 의사, 환자, 사회 모두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선진국은 이런 점을 감안해 과잉배출의 위험을 안고가기 보다는 약간 모자란 배출정책을 기조로 삼고 있다. 선진국의 의사에 대한 보수나 근무환경은 언제든지 의료 환경이 열악한 나라의 의사들을 대거 유입할 수 있는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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