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노인 복지서비스에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선도사업 중인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정책을 비롯해 요양병원 신규 입원 등이 어려워지면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대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히면서도, 필수 수요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케어 서비스, 지자체서 잠정 중단…요양병원 입원도 어려워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커뮤니티케어는 2018년 11월 정부가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 6월부터 2년간 8개 시군구에서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광범위한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 모토다.
현재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은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로 나눠 이뤄지고 있다. 노인 커뮤니티케어에 부천, 천안, 광주 등 5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 커뮤니티케어 참여 지자체는 대구, 제주도에서, 정신질환자 커뮤니티케어에는 화성시가 참여 중이다.
그러나 커뮤니티케어 사업 특성 상 재가방문이 중요하다보니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으로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특히 방문의료와 재가 돌봄, 장기요양 등 대부분의 커뮤니티케어 핵심 서비스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티케어의 핵심 구성요소는 주거지원 인프라 확충, 방문의료, 재가 돌봄, 서비스연계를 위한 자율형 전달체계 구축이다. 즉 주거지원 등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면 직접 의료진이나 요양보호사 등이 집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천시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커뮤니티케어 중 복지 분야 중에는 진행되고 있는 서비스도 있지만 보건의료 서비스는 올스톱이라고 보면 된다"며 "감염의 위험도 있지만 의료인력의 여력이 없는 것도 중단의 큰 이유"라고 말했다.
화성시청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화성시도 커뮤니티케어 추진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가정방문 등 서비스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대구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특히 대구시는 장애인 대상 커뮤니티케어를 실시 중이어서 재가서비스가 주를 이루다보니 사실상 사업 잠정 중단상황이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장애인분야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진행 중이다보니 특성상 재가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문자와 대상자 모두 감염의 우려가 있어 사업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요양병원 신규 입원도 사실상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병원 입장에서도 기존 환자 관리에도 벅찬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신규 환자를 받기 부담스럽다는 병원들의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증상 감염자의 입원이다. 현재 가장 많은 환자가 유입되는 급성기병원 유입은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이 나타나야만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요양병원 자체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지만 신규환자가 유입될 수록 비용적 부담이 크다보니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게 요양병원들의 입장이다.
손덕현 요양병원협회 회장은 "신규 환자가 굉장히 많이 줄어든 상태"라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병상이 20% 이상 줄은 곳도 있고 상담 건수 자체도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케어, 정상화 해야” VS “감염차단 우선”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고려해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복지의 새로운 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인 단체들은 지난 2월 1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장애인 지원 및 대안 부재 복지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코로나19 사태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대응방안 같은 것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1339 상담센터를 이용할수도 없고 자가격리대상자가 되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대책이나 재가돌봄 계획같은 것은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종배 미래통합당 의원도 "독거노인이 꾸준히 증가해 150만명을 돌파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사회복지시설이 폐쇄되고 복지 서비스가 중단되고 있다"며 "자칫 노인들이 복지 고립에 내몰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이한나, 김유휘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방문돌봄서비스의 대응 및 과제'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를 대응하기 위해 방문돌봄서비스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방역 기준을 준수하면서도 서비스의 신청과 제공이 가능하도록 개별 제도들을 손봐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커뮤니티케어 서비스 제공 인력의 보건 관련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향후 서비스 정상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보사연 주장의 핵심이다.
이한나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학산됨에 따라 방역 위험이 장기화될 전망"이라며 "방문돌봄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 부연구위원은 "서비스 제공 인력에 대한 감염병 등 보건 관련 기준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건강 관련기준, 감염병 등의 발생 시 조치 기준, 서비스 대상자 특성을 반영한 세부 지침 등이 기준에 새로 반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초에 서비스 제공인력 등에 대한 감염병 건강검진 기준이 운영 지침의 인력 채용 기준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서비스 제공인력에게 방역용품을 지원하고 서비스 특징에 맞는 방역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조치 아래,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해 별도 운영 계획이나 추가 방침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지역아동센터, 노인복지관, 치매안심센터 등 사회복지시설의 휴관 방침을 내린 상태다. '운영 재개를 권고하는 시점까지'를 기준으로 휴관기간을 명시해 사실상 무기한 문을 닫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국 사회복시시설 11만 1101곳 중 99.3%인 11만 340곳이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임호근 복지부 커뮤니티케어추진단장은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감염 차단이다. 이 때문에 중대본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지침이 내려진 것”이라며 “커뮤니티케어만 별도로 시행할 수는 없다. 감염병 차단이라는 큰 전제 안에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돌봄 사각지대 발생을 막기 위해 긴급돌봄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단장은 “반드시 필요한 안부 확인, 도시락 배달 등 서비스는 이어지고 있다”며 “지자체와 함께 계속 필수 수요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