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1.01 00:53최종 업데이트 21.01.0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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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에도 계급이 있나?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신축년(辛丑年)에 여러분의 가정에 소망이 풍성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1년 '흰 소의 해'를 맞아 기대감과 희망이 크다. 흰색은 신화적으로 새로움과 상서로움의 예조(豫兆)다. 크리스마스에 많은 분들이 백신을 선물로 받았을 것이다. 사진으로 받은 '화이자 백신'은 우리가 맞고 싶은 백신(Vaccine)이 아니라 흰 고무신 백신(白신)에 화이자(Pfizer) 마크가 달렸다. 또 다른 사진은 해학이 달려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두 백신은 새하얀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약간 때가 묻었다. 백신에도 계급이 있어 보인다.

2020년 시작부터 지구는 코로나19와 심각한 전쟁 중이다. 이 심각한 전쟁 중 사람에게 꼭 필요한 방어 무기는 백신이다. 백신 접종으로 70% 정도 국민이 항체가 생겨 집단 면역을 이뤄야 전쟁이 종식된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으면 봉쇄조치와 일상생활의 제약이 풀릴 수 없다. 지난해 12월 8일 영국부터 시작해 미국 등 여러 나라가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그러기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아무 차별없이 백신에 대한 접근권이 빠르게 필요하다. 이런 간절한 염원 때문에 코로나 백신에 대하여 걸쳐 자세히 쓰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21일 미국 델라웨어주 뉴왁의 한 병원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백신 주사를 맞으며 "여러분에게 큰 빚을 졌다"고 감사를 표했다. 바이든은 "과학자와 이걸 만들어낸 사람들, 최일선 근로자들, 실제 임상시험을 진행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큰 빚을 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빠르게 코로나19 백신을 출시할 수 있었던 데는 트럼프 대통령 공로가 크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데 대해 이 행정부가 일정 부분 공로를 인정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자의 포용력이라 할까? 하여간 우리에게 부족한 이런 정치의 교감이 멋지다.

비록 방역실패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돼 국민 33만 명의 목숨을 잃는데 일조했고 트럼프 자신마저 감염돼 치료를 받았지만 백신 만드는데는 공을 세웠다. 작년 3월 20일 칼럼은 '백악관에 초대된 백신회사들...DNA·RNA·재조합 백신 중 어느 백신이 나를 코로나19에서 지켜줄까?'였다. 작년 3월 2일 월요일 백악관에서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관한 'COVID-19(코로나19) Task Force' 회의가 열렸다. 굉장히 의미 있는 회의다. 그 때만해도 미국의 감염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시애틀의 요양원에서 집단 감염의 시작을 알린 직후였다. 3월 2일 감염자 수는 미국은 16명이지만 대한민국은 신천지 덕분에 3월 3일에 821명 감염자를 기록했다.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자신의 앞날을 모르고 한국을 걱정하는 바로 그 시기였다.

백악관에 초청된 10개의 제약바이오 회사가 누구였나? 화이자, GSK, J&J, 사노피, 아스트라제네카(AZ)는 '빅 파마'다. 재빠르게 코로나19 항체를 개발하고 있던 리제네론(Regeneron)과 치료제 렘데시비르(remdesivir)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던 길리어드(Gilead Sciences)도 참석했다. 나머지 3개 작은 회사가 모더나(Moderna), 노바백스(Novavax), 이노비오(Inovio)가 초청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백악관에 초청된 10개의 제약바이오 회사 중 치료제를 개발하던 리제네론과 길리어드를 제외하고 무려 8개 회사가 백신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백신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필히 빠르게 개발해야 코로나19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생각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아쉬운 것은 이런 흐름에 대한 초기부터의 인식이다. 

트럼프는 역시 감각이 있는 사업가이기에 모더나의 스테판 밴슬(Stéphane Bancel) 대표의 이야기를 듣던 중 'What’s your timing here?'라는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의 급박한 상황에서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무엇보다 스피드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을 알려주는 질문이다. 밴슬은 이미 임상1상 물질이 NIH에 가 있다고 대답한다. 트럼프가 아마도 mRNA백신이 빠르게 진행될 것에 대한 감을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재선을 염두에 두고 스케줄에 대해 독촉했다.

우리 몸에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 반응에 의해 병원체(pathogen)에 대한 예방항체를 생산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킨다. 코로나19의 경우에는 S(spike) 단백질이나 그 유전자를 주입해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줄 여기게 하고 항체를 만들게 하여 정말 코로나19가 몸에 들어왔을 때 바이러스와 싸움을 하는 것이다. 더구나 바이러스 항원을 B세포가 기억하게 하여 오랫동안 면역이 생기는 것이다. 

백신은 특정 항원을 이용해 만들며 항원 제조 방법에 따라 다양한 코로나19 백신이 온 세상에서 개발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종류는 항원 제조 방법에 따라 불활화(약독화) 백신, 단백질기반(합성항원, subunit) 백신, DNA 백신, mRNA 백신, 바이러스벡터(전달체) 백신 등으로 크게 5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백신이 개발된 역사적인 순서이기도 하다. 5가지 방법의 장단점과 백악관(WH)에 초대된 회사를 제조 방법에 따라 먼저 나눠 보겠다.

전통적인 생(live)백신이나 불활화 백신은 고위험 바이러스를 직접 가공해야 하므로 생물안전시설(BL3) 내 생산이 필요하기에 대량생산의 한계가 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여러 종의 코로나19 백신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WH에 초대된 사노피도 10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염증 등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고 매년 맞는 독감 예방 주사만 보더라도 가끔 사망 사고까지 일어난다. 안전성에서는 C급이기에 필자라면 맨 마지막 선택이다.

단백질기반 합성항원 백신은 먼저 단백질을 제조해야 하고 면역증강제와 복합 제형화 필요에 따라 개발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린다. 기술의 선두주자 노바백스가 WH에 초대됐지만 미국 3상이 지연돼 이달 1월에 시작되면 대조군 위약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물론 이 고민이 여러 나라의 다른 후발 주자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 이미 mRNA 백신이 미국에서 두 가지나 승인됐고 95%의 효과가 있기에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손으로 만든 백신은 언제 나오는가? 자체 항원백신을 개발, 생산, 유통해 본 경험이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에 기대를 걸어본다. 단백질 배양과 정제 과정을 거친 항원백신이란 점에서 높은 안전성을 지닐 것이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인 항원의 3가지 전달 방법은 핵산(DNA 혹은 RNA)과 바이러스 전달 방법이다. 아무리 인체 무해한 바이러스라도 핵산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불확실성을 없애겠다는 목표가 핵산 전달 방법이다. 먼저 DNA 백신은 신속 개발 가능하며 단기간 내 대량 생산·활용 가능한 장점을 지녔지만 생백신 대비 낮은 면역 반응을 보이고 있다. DNA를 몸에 주입하기 위해 'electroporation'이라는 별도의 접종장치가 큰 단점이다. WH에 초대된 이노비오의 조셉 킴(Joseph Kim)이 한국인들의 자랑거리이다. 그를 소개한 미국 매체의 영어표현이 너무 재미있다. 'Johnny-on-the-spot when it comes to infectious disease'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름'이라는 표현이다. 개발 난이도가 낮아 신속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노비오 임상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50일 동안 'hold' 했고 게다가 이노비오와 파트너인 진원생명과학이 소송 중이라는 슬픈 소식이 들리기에 아무래도 개발이 탄력이 떨어진 것 같다.

코로나19 항원 유전자를 인체 무해한 침팬지(WH에 초대된 AZ)나 사람 아데노바이러스(WH에 초대된 J&J)를 이용해 백신을 제조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 방법을 선호하는지 AZ와 1000만 명분 그리고 J&J의 자회사인 얀센과 600만 명분을 계약했다. 물론 2~8도 저장 온도의 편리함과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임상 3상이 2021년 1월 초와 말에 각각 끝나기에 시간적으로 조금 지연이 된다.

그러나 가장 염려되는 것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우리 몸이 면역반응을 일으키듯이 아데노바이러스 전달체에게도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그러기에 첫 번째 부스터 샷(booster shot) 다음의 두 번째 샷에 백신 자체에 대해 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전달체 자체가 자연적인 바이러스이기에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에게는 백신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포드 대학과 공동개발한 AZ의 백신이 3상 중간분석(interim analysis) 결과에서 야기된 문제가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AZ는 영국에서 2741명의 피험자에게 한달 간격으로 절반용량(~2.5 x10^10 viral particles)과 전체용량(~5x10^10 viral particles)의 AZ백신을 2회 투여한 결과 90%의 예방효율을 확인했다. 브라질에서 8895명의 피험자에게 한달 간격으로 전체용량(~5x10^10 viral particles)을 2회 접종했을 때 62%의 예방 효율을 나타냈다.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는 두가지 방식으로 접종한 후 발생한 131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평균 70%의 예방효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더욱이 AZ는 중간 결과 발표 뒤 연구진의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신뢰성 논란이 일면서 효과 90%를 도달하기 위해 (이미 mRNA 백신이 보여준 값이기에) 추가 임상 3상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필자가 이미 지적한대로 아마도 의도적인 실수(?)로 영국에서 낮은 반 도즈(dose) 접종으로 먼저 프라이밍을 하고 두번째는 높은 정상 도즈를 접종한 것이다.

이미 FDA의 허가를 받아 접종을 시작한, 가장 관심을 끄는 mRNA 백신에 대해서는 다음 주 칼럼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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