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2.06 07:30최종 업데이트 23.12.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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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이후 응급의학과의 미래는…전공의 모집 마감 앞두고 분위기 '흉흉'

환자 수용 거부 못하게 하는 '수용곤란 고지 시행규칙' 시행 앞두고 현장 '혼란' 여파 미칠 듯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2024년도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올 한해를 뒤흔든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여파가 곳곳에서 포착되며 수련병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 큰 문제 없이 전공의를 충원해왔던 응급의학과지만 이미 지난해에서도 전공의 지원율이 다소 감소했던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연달아 큰 사건을 겪으며 험악해진 응급의학과 분위기에 젊은 의사들이 응급의학과 지원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 뺑뺑이·의료 형벌화 경향 속…환자 거부 못하는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시행규칙' 예고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방을 중심으로 응급의학과 전공의 모집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커지고 있다. 올해 3월 대구에서 건물에서 떨어진 10대 여학생이 인근 응급실에서 거부를 당해 숨진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결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사건 이후 환자를 거부했던 병원 4곳은 명단 공개와 함께 행정처분을 받았고, 최초 환자를 담당했던 병원의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경찰 수사까지 받으며 기소 문턱에 서야 했다.

이를 계기로 전 국민이 당시 여학생을 수용하지 않은 병원들을 비난했고, 정부도 여학생 사망의 책임을 병원과 의료진에게 물었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8월에는 서울 모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의사가 전공의 시절 대동맥박리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경증의 급성위염으로 오진했다는 이유로 형사 기소를 당해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응급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사법부의 판단에 의료계의 반발이 커졌고,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에서 완전무결한 최종 진단을 요구하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근무 환경을 더욱 가혹하게 만드는 사건 사고가 거듭됐지만, 해법은 오히려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옥죄고 있다.

대구시는 보건당국과 소방 안전 본부, 6개 대형 병원이 함께 '응급환자 이송·수용 지침'을 만들어,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응급환자를 책임질 병원을 선정하도록 했고, 사실상 병원은 응급환자를 거부할 수 없게 됐다.

정부 역시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실에 오는 환자를 거부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응급실 수용곤란 고지 관리 관련 법령 개정안 및 표준지침'과 2021년 개정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하위법령인 '응급실 수용 거부 금지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 중심으로 응급의학과 전공의 모집 분위기 '암울'…급격한 감소는 아닐 것이란 예측도

이 같은 현실 속에 6일 마감되는 2024년 전공의 모집을 즈음해 응급의학과 전공의 모집을 비관하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경상북도 소재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구 소재 수련병원들의 응급의학과 분위기가 흉흉하다. 사실상 전공의 지원이 죽을 쑬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며 "코로나가 지나고 환자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경증 환자에 대한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밀려드는 환자들에 근무 강도는 높은데 까딱해서 잘못하면 그 책임은 의사가 다 져야하니 누가 하려고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미래를 비관해 현장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응급의학과 전공을 권하기란 어려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응급 중에서도 더 열악한 소아응급은 암담한 상황이다.

천안순천향대병원은 소아응급 업무가 대폭 축소돼 12월 중에는 운영이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작년까지 해마다 지원자가 꽉 찼던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자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전공의 모집 현황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반대하는 말도 안 되는 정책들로 현장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라며 ”정부의 수용곤란 고지 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사회는 지속적으로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다. 수용이 곤란하다는 ‘정당한 사유’를 일일이 명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구시와 같은 사건이 앞으로도 분명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건이 일어난 뒤로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라며 ”응급의학 의사들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개선을 이야기해도 바뀌는 것 없이 현장에서 해결하라고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라고 우려했다.

응급의학회는 섣부른 예측을 피하며 침착하게 마지막날까지 지원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이다.

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전공의 지원이 줄어들 수 있어도 급격한 감소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라며 "끝까지 상황을 보고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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