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07 06:43최종 업데이트 22.01.07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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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안정화·대형병원 쏠림 막기 나선 일본

보사연 보고서, 75세 이상 본인부담률 10→20% 상향...일차의료 기능 강화하고 지역건강보험 안정화 도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일본이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을 시작했다. 

일본은 2021년 건강보험법 등 대대적인 법개정에 성공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세대형 사회보장 개혁방침' 등을 토대로 사회보장 구조를 개편하고 모든 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모든 세대 대응형 사회보험제도 구축이 목표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의 인구학적 변화로 인해 건강보험의 혜택은 고령자 중심이고 부담은 현역 세대 중심인 생산연령계층의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로 변질돼 왔다. 이에 따라 고령자들의 의료비 자기부담률 조정 논란은 매해 일본 내 뜨거운 감자다. 

일본 정부는 7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비 자기 부담률을 기존 10%에서 20%로 올리면 연간 8000억엔(약 8조 2810억원) 정도 건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해 평균 일본 의료비 지출이 약 43조엔인데 이 중 40%에 가까운 16조엔이 고령자 의료비에 쓰이고 있다. 75세 이상 1인당 연간 의료비는 약 91만엔으로 추산된다. 

한국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문제라고 하면 최근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의료비가 늘어나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된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론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의 건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일본의 법안 개정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2022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일본 내 법안들. 사진=일본 건강보험정책의 최근 동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상위소득 30% 고령자 의료 본인부담금 20%로 상향

우선 구체적인 일본의 법안 개정 동향을 살펴보면 우선 '후기고령자의료제도의 본인부담비율' 개편이 가장 눈에 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31일 발간한 '일본 건강보험정책의 최근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일본의 후기고령자의료제도는 급여비의 50%가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금이고 40%가 현역 세대의 후기고령자지원금, 10%가 후기고령자가 보험료를 부담하는 상호 지원 구조로 돼 있어 젊은 세대의 과도한 부담이 불가피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돼 2022년 이후 베이비붐세대가 후기고령자로 전환되면 후기고령자지원금의 급증은 불가피한 것으로 고려됐다. 

이에 일본은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 현역 수준의 소득이 있는 고령자 이외 사람에게 10%로 돼 있는 후기고령자의료의 본인부담비율을 과세소득 28만 엔 이상(상위소득 30%) 또는 연수입 200만 엔 이상인 사람에 대해서는 20%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이 같은 조치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20% 상향 부담으로 크게 영향을 받는 외래환자에 대해 시행 후 3년간 1개월의 본인부담액이 최대 3000엔까지만 증가하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지역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통해 의료비·보험료 인상폭 억제…일차의료 기능 강화

'지역건강보험제도의 업무 강화'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지역건강보험재정안정화기금은 지역건강보험 재정 운영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47개 도도부현(광역지자체)에 설치된 기금이다. 

일본은 이 재정안정화기금의 유연성 강화를 통해 잉여금이 발생할 때 적립하고, 의료비가 급증할 때 보험료 등의 인상폭을 억제한다. 또한 보험료 평준화를 위해 일본은 필요한 경우 기금 적립금을 도도현부 지역건강보험의 특별회계에 편입시킬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도훈 강북지사장은 보사연 보고서를 통해 "지역건강보험료 수준의 통일 등을 정하도록 해 도도부현은 안정적 재정 운영과 해당 도도부현 내 기초지자체 지역건강보험사업의 광역적 내지 효율적 운영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차의료 기능 강화도 이뤄진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을 막고 가카리쓰케 의사라고 하는 환자가 거주 지역에서 몸 상태에 대해 언제라도 가볍게 상담받거나 진찰받을 수 있는 개업의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침이다. 

환자는 가카리쓰케의사 기능을 담당하는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일상적인 진료를 받고 필요한 경우엔 소개를 받아 환자 자신의 상태에 적합한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찰을 받고 다시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으로 돌아가는 흐름이다. 

이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진료 의뢰서가 없는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는 경우 정액 부담을 요구하는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은 초진 시 2500엔, 재진 시 2500엔 이상이 부과되고 있다. 

김 지사장은 "일본은 의료법 개정으로 지역 실정에 따라 의료 자원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외래 의료기관 중에서 일반병상을 200병상 이상의 병원으로 확대키로 했다"며 "가카리쓰케의사의 기능을 담당하는 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지 않고 진료 의뢰서 없이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일정 금액 이상의 정액 부담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구조가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형병원 쏠림 억제 인센티브 강화 등 국내 현실 맞는 의료정책 필요

그렇다면 변화하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도 최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건보 재정 악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문재인 케어 등 보장성 강화 정책도 재정 악화에 일조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형수 의원(국민의힘)이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2021~2030년 문케어 건강보험 급여 지출 전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55조5000억원이던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2030년에 3배 증가한 160조5000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건보재정 문제는 앞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봤다. 특히 나라마다 국가 시스템과 의료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동일하게 외국 사례를 받아들이기 보단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건보재정 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연세의대 장성인 예방의학과 교수는 "어느 정권이 향후 집권하더라도 현재 재정적인 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다. 건보재정 건전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 중 하나"라며 "다른나라가 시행했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하기 보단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디테일한 부분을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건보재정 안정화와 대형병원 쏠림 억제, 일차의료기관 강화 등 큰 줄기는 일본의 정책 방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도 장성인 교수는 건보재정 수입과 지출을 함께 철저히 관리하면서 단계적으로 대형병원 쏠림과 일차의료기관 강화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앞으로 경제 인구가 적어지다 보니 건보재정의 수입과 지출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이용이 줄었는데 이를 보면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줄여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또 한가지 방법은 오히려 서비스나 산업 등 분야를 활성화 시킬 수도 있다. 앞으론 후자 쪽으로 가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진단 의뢰서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한 패널티도 중요하지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앞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일차의료 강화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질병예방을 통한 건보재정 건정성과 관련이 있지만 그 보다 현재 2~3차 의료기관의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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