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04 16:31최종 업데이트 22.01.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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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제 전환으로 전공의 지원율 100% 넘은 내과...수련교육 내실화 '박차'

내과학회 윤형규 수련이사 "코로나19 영향 있지만 불가피...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내년부터 적용"

대한내과학회 윤형규 수련이사
필수의료 위기, 3년제 도입으로 돌파구 찾을까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필수과 기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과, 외과 등 일부 학회들은 일찌감치 전공의 '3년제 전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일각에선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규정한 전공의법에 3년제까지 겹치면서 전공의 수련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하지만, 전공의 모집을 위해선 불가피한 변화라는 분석도 많다. 메디게이트뉴스 필수과 학회들이 전공의 지원율 하락을 막기 위해 3년제를 도입했거나 검토하는 등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도 어떻게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①3년제 전환으로 전공의 잡은 내과...수련교육 내실화 '박차'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2017년부터 3년제로 전환한 내과는 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최근 수년간 전공의 충원율이 매번 100%를 상회하며 구인난에 허덕이는 여타 필수과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내과는 올해도 정원 576명에 616명이 지원해 약 107%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한내과학회 윤형규 수련이사(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년제 전환이 전공의 지원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지원율이 100%를 넘고 있지만 이는 과거 100명 가량 정원을 감축한 데 따른 결과"라며 "3년제 전환으로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정도"라고 했다.

이에 내과학회는 3년제 전환에 따른 당장의 지원율 변화에 연연하는 대신 전공의 수련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앞서 전공의법으로 전공의들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제한된 데 이어 3년제로 전환하면서 이미 절대적인 수련 시간도 쪼그라들었던 상황. 여기에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며 내과 전공의들 사이에서 수련교육 부실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Q. 코로나19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내과 전공의 수련 차질은 어느 정도인가.

일단 학회가 최소로 요구하는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채우지 못하는 병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일 심각한 병원이 서울의료원인데, 이번에 전문의 시험 원서 접수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 역시 우려가 있었던 국립중앙의료원도 현재는 해결된 상황이다. 아무래도 내과가 코로나19 진료를 주로 하다 보니 다양한 환자를 볼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의 불만도 핵심도 그 부분이다.

코로나19 환자 진료도 내과 수련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전공의는 의사이면서도 배우는 입장이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선 수련만 중심으로 할 순 없고, 일정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련 질 저하가 과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차질은 코로나 상황에서 불가피하다.
 
Q. 팬데믹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병원이 코로나19 환자만 받게 되거나 셧다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만약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일단 학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보건복지부 등과 논의해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 국공립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은 불가피하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 파견 등의 조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번 인터뷰가 진행된 후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등이 전체 병상을 코로나 환자 진료에 사용하기로 했다.)
 
Q. 코로나19 이전부터 3년제 전환으로 전공의 업무 가중 지적이 제기돼 온 반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본사업 전환 후에도 활성화되지 못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나마 전공의들은 주 80시간이 지켜지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업무 로딩 문제는 교수들이 더 심각하다. 실제로 지방 소재 수련병원들에선 60대가 가까워진 교수들까지 당직을 서야 하는 실정인데 그러면 과연 교수로 남으려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나. 지방 병원들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가 입원전담전문의인데 수가가 낮다보니 병원은 확보가 어렵고, 의사들 입장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의 지위가 불안정하다보니 주저하는 측면이 있다.
 
Q. 지난해 완료된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구축 사업은 언제부터 현장에 도입되며,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2022년 3월 1년차로 들어오는 전공의들부터 적용된다. 사실 내과가 3년제로 전환한 것은 전공의 지원율이 저조했던 이유도 있지만 내과 전문가로서 지역사회 1차의료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한다는 학회의 수련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굳이 4년까지 필요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의학 지식이 많고 적은지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구성원들과 원활히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역량을 가진 의사로 길러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3년제 전환을 하면서 역량중심 교육을 하기 위해 핵심역량집도 만들었지만 현장에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사업을 통해 전반적인 인성, 품성과 함께 증상∙징후 30여개, 핵심질환 40여개에 대해 평가하도록 만들었다. 이외에 내시경, 초음파 등의 술기 교육에도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 수련은 그냥 차트를 잡고 교수들이 지시하는 대로만 하다가 막판에 몇 개월 벼락치기 공부하는 식이었지만, 이런 방향은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평상시 전공의들의 역량에 대해 평가하고 어떤 부분을 발전시켜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Q. 전공의 연차별 승급제 도입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나.

개인적으로 승급제 도입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직 역량 평가조차 한 번 못 해봤는데 승급제를 섣불리 도입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전공의들과 얘기해봐도 승급제는 평가의 공정성∙객관성이 담보가 될 때 가능하다는 반응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승급제를 도입하면 누가 내과에 지원하겠나.

일단 지금은 평가를 한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 평가 결과로 역량이 부족한 게 확인되면 다시 재시험을 하는 방식으로 역량을 갖추도록 만들고자 하는 것이지, 이를 승급제에 활용할 계획은 아직 없다. 전공의 역량평가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전문의를 내보내겠다는 사회에 대한 학회의 의무고 약속인데 거기에 충실하자는 생각이다.
 
Q. 새로운 교육과 평가제도가 뿌리 내리려면 교수들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전공의들보다 교육을 하는 지도전문의가 여기에 얼마나 따라주는지가 중요하다. 바쁜 와중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도 전공의를 평가해야 한다며 크게 반기는 교수들도 많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교수들이 전공의 평가에 무관심할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꾸준히 해나간다면 내실이 갖춰질 것이다. 학회는 교수들 스스로 익숙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핵심역량평가 지침서를 제작∙배포해 지도전문의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Q. 온라인 교육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특징이 있나.

학술대회에서 다룰 수 없는 내용에 대해 교육을 할 수 있고, 균일화된 교육을 할 수 있단 점에서 온라인 교육 컨텐츠가 중요하다. 이미 EPA, 핵심증상∙징후, 초음파 등에 대해 수십개의 영상이 제작돼있다. 이런 영상들을 역량평가에서 가장 핵심으로 삼고 있는 E-포트폴리오 시스템에 올려놓았다. 전공의들은 E-포트폴리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평가를 받거나 요청할 수 있는데 여기에 동영상을 등록해놓고 전공의들이 일을 하며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Q. 균일화된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수련병원마다 전공의가 접할 수 있는 질환 종류나 환자 중증도 등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텐데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의 수련 교육 목표는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전문의를 길러내는 것이고, 그 이상은 펠로우 제도를 잘 활용하면 된다. 그렇게 보면 수련 목표에 맞는 적당한 병원은 대형 대학병원들이 아니라 500병상 정도 되는 규모의 병원들이다. 실제 전문의들이 1차의료 현장에 나가서 진료해야 할 환자들은 중하지 않은 만성질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빅5병원에 있는 전공의들은 매일 BMT(골수이식)나 에크모 달고 있는 환자들만 보며 3년간 수련을 하는것이다. 핵심역량평가를 따라오지 못하는 소규모 병원들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대형병원들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에 전공의 선택을 하는 위치에 놓여있는 예비 의사와 내과 전공의 동시에 교수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터지거나 제도가 변하면 그 여파는 몇 년이 경과한 뒤에야 비로소 나타난다고 하는데 실제 내과는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와 3년제 전환으로 인한 영향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 학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를 비롯해 여러 방법들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전공의 지위에 대한 인식도 한 명의 인력에서 수련교육 대상으로 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전공의와 교수들이 접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할 것이다.

교수들의 인식 변화도 물론 필요하지만 전공의들도 자신들의 이익만 찾기보다는 좀 더 큰 그림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 전공의들의 지위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교수와 전공의 모두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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