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감염자로 인해 일부 병원이 폐쇄된 가운데,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한시적 '처방전리필'을 허용하는 입법을 대표 발의해 의ㆍ약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인숙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18일 감염환자를 진료한 병ㆍ의원이 폐쇄하거나 휴원할 경우 해당 기관을 이용하던 만성질환자의 처방전을 한시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감염병 예방ㆍ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처방전 재사용(리필)이란 한번 발행했던 처방전을 약사가 의사 동의 없이 동일한 처방으로 다시 조제하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약계 신문에서는 재빠르게 관련 뉴스를 게재했다.
데일리팜은 기사를 통해 "만성질환자에게 한시적으로 처방전 재사용(리필)을 허용하는 감염병예방ㆍ관리법 개정안은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고 전했다.
법안 내용은?
박인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1. 의료기관 간 혹은 국가-의료기관 정보 공유 강화
2. 종합병원 내(300병상 이상) 음압시설 갖춘 병실 설치
3. 감염체 오염가능한 의료기관의 휴업을 명할 수 있음, 이와 관련된 의료기관 손실을 국가에서 보조
4.감염병환자(의료인포함) 소속근무지에서 유급휴가를 의무로 제공하고, 생업이 어려울 경우 국가에서 경제적 지원
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하지만, 이와 관련한 '일부개정법률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만성질환 환자가 제2항에 따라 진료와 처방을 받던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처방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 약사는「약사법」제23조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의약품 복용 이력에 따라 동일한 의약품의 조제할 수 있다.
고 명시되어 있다.
지금처럼 메르스 감염자가 대량 발생할 경우 폐쇄된 대형병원에서 발행한 혈압, 당뇨 환자들의 처방전은 의사 동의가 없어도 약사들이 조제할 수 있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이해하는 만성질환
특수한 상황에서 국민에게 다양한 의료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 법안에는 몇 가지 염려스러운 점이 있다.
1. '만성'이라는 상황이 질환별, 환자별로 모두 다른 상태에서 과연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만성이라는 정의를 의미에 맞게 합병증이 일어나는 진행 상황에 맞게 개별화시킬 것인지, '일괄적인 기간'으로 통일시킬 것인지?
만약 기간으로 통일하면, 고혈압약 복용 후 몇 개월이 지나야 만성 질환 환자인가?
2. 의사-의사 간 연락 후 대체 처방이 가능한 상황에서 차선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
3. '의학적 안정성'보단 '편의성'을 우선한 정책이 지속해서 나올 가능성
4. '의사 부재 상황'에서 약사의 임의 대체조제 확대 가능성
등이다.
전국의 모든 병원 폐쇄라는 극단적 상황처럼 '의학적 정교함이 무의미한 상황'이 아니라면, '편의성'이라는 이름의 모든 정책은 '국민의 안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재고돼야 한다.
좁은 국토에 많은 병ㆍ의원이 곳곳에 개원해있고, 현재처럼 여전히 많은 중소형 병원과 개인 의원이 진료 가능한 상황에서 의료기관 간의 협의 처방이 아닌 처방전 재사용이라는 방법을 전문의 출신 국회의원이 발의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 야당의원이 이번 법안 취지로 밝힌 '재진 환자 전화진찰과 처방전 팩스전송이 만드는 원격의료 의혹' 가능성도 의료인-의료인 간 정보전달을 의료인-환자 간 정보전달로 오용하는 것만 막으면 수그러들 것이다. 의료계는 현행법상으로도 가능한 '의사 간 통화 후 대체처방'에 대해 '의학적'으로 문제 제기한 적이 없다.
메르스 때문에 울상인 의료계, 특히 개원가에선 이 법안 발의를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선의 의사들은 "뒤통수 맞은 것 같다", "교수 출신 의사가 개원의들 신경이나 쓰겠는가?", "소아과 전문의라 만성질환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등의 다소 감정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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