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4.15 08:39최종 업데이트 20.04.1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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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자의 안쓰러운 궤변...우리나라 과잉병상 축소해야 한다더니 감염병 해결책이 공공병원 확충?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75% 담당했다면, 만족스럽지 못했던 치료성적부터 되짚어봐야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모학자가 "우리나라의 방역은 성공했으나, 민간의료기관 진료 역할 부족으로 감염병 진료가 잘 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의료계의 강한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 이 학자는 공공병원의 확충을 주장하고 특히 대구 공공병원 병상이 부족해 입원을 기다리다 여러 명이 사망했다는 이유에 대해 민간병원이 병상을 열어주지 않은 결과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정부는 초기에 코로나19에 대한 조기 낙관론을 펴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나서야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총선 전략에 ‘코로나 방역 성공’이라는 원색적인 입간판을 내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성공은 정부의 공로이고, 자칭 세계적인 칭찬거리임에도 막상 민간 영역에서 목숨 걸고 감당해 온 감염병 진료는 성공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반면 일부 언론이나 의료계는 우리나라 감염병 대처의 성공적인 이유로 우리나라 고유의 특성으로 자리 잡은 전문의 위주의 과잉병상 의료제도가 역설적으로 빛을 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의 공공화 정책을 마치 신앙으로 삼는 학자의 반론은 민간병원의 감염병 대처에 대한 기여가 낮고 감염병 진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총선 앞둔 정부 찬양 ‘갑툭튀론’ 입신양명에 동료 의료인들 가슴에 비수 꽂은 것

이 학자는 민간병원의 기여가 낮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코로나19 환자 4명 중 3명을 공공의료에서, 그리고 4명중 1명을 민간병원이 진료했다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감염병 진료가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에 대해 공공병상 부족으로 민간병상의 개방이 되지 않아 입원대기 중에 사망한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공공병원이나 생활치료시설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면 부족한 감염병 대처는 공공병원의 문제이지, 민간병원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에 따라 환자의 75%를 감당한 공공병원의 진료가 잘 된 것이고, 나머지 25%만 진료한 민간병원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논리는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에 대한 반대논리의 성립이 더욱 뚜렷해 보인다.

대구에 공공병상이 더 많았다면 지금보다 더 희망적인 치명율을 기록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자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데, 공공병원의 감염병 진료 건수가 높아질수록 진료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결론도 도출할 수 있다. 

민간병원이 병상을 열어주지 않아 갈 곳 없는 환자가 사망했다는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민간병원 몇 곳은 폐쇄를 경험했고, 지금도 환자 발생에 따른 폐쇄 위험이 뒤따르고 있다. 공공병원은 우리나라 사회 공공의 자산으로 소유주가 공공이면 지자체의 영역을 뛰어 넘어 공공병원 간 협력 동원체제가 국가단위로 확립돼야 하는데 경기도 지사마저 초기에 대구 지역 코로나19 환자의 이송을 거부했다.

경기도에 ‘착한 의료원’이 여러 곳이 있었음에도 도지사의 초기반응은 매우 이색적이며 흥미로웠다. 경기도에 감염병을 감당할 수 있는 병상이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하다. 기존 운용 공공병원의 병상 점유율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감염병을 감당할 음압병상이나 음압 중환자실은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의료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건소의 역할에 대해 민간의료기관과의 경쟁적 진료 구도에서 벗어나, 공공의료기관의 역할과 원칙에 맞게 재난상황에 대비해 이를 감당할 시설과 장비, 그리고 훈련이 돼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천 여부는 어떨지 매우 궁금하다. 국고를 들여 새로운 공공병원을 우후죽순 형태로 만들기 전에 기존의 시설 활용을 우선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블랙스완’에 각국의 허술한 의료체계 감춰진 그늘 노출된 진실을 직시해야   

민간병원 특히, 상급종합병원급에서 감염병 환자를 받을 경우 병원 전체의 폐쇄를 각오해야 한다. 의료계는 평소에도 의료전달체계의 기능 회복 차원에서 대도시 상종병원에 대한 집중현상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케어에 이어 4월 총선을 맞이해 등장한 ‘문케어 플러스’의 정책 내역을 살펴보면, 이런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서울의 ‘슈퍼 빅 5’가 병원 폐쇄조치 상황에 놓이게 됐을 때 그 여파는 어떻게 될 것인가? 폐쇄로 인한 수많은 중증환자는 하루아침에 어디로 갈 것이며, 수많은 병원 직원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기관 생존의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우리나라 감염병 실적이 좋아 보이는 것은 선진국의 노령층 인구구조가 하나의 원인임도 이미 지적됐다. 그러나 공공병원이 중심인 나라에서 평상수준의 사회적 의료수요에 맞춰 설계된 병원구조로 볼 때, 급성 병상자원의 부족과 검사장비, 그리고 치료 장비의 부족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신종 감염병 대처에 커다란 장애물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평소 우리나라의 병상확보율이 세계 2위의 초과잉이라며 병상 축소를 주장했던 학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고작 또 다른 병상의 확충인 공공병원의 확충이라는 이율배반적 궤변에 학자적인 양심마저 묻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이보다는 긴급한 재난이나 전쟁에서 신속히 기존의 병상에서 재난대응용 병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체제와 제도의 확립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민간병원에 이런 병상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투자하고 지원하면 되는데, 아마도 정부는 평소의 습성이라면 법을 통과시켜 상급 종합병원의 재난병동 의무화를 추진하고 이행하지 못하면 강력한 형사처벌이 따르는 강제 법을 제정하려 들 것이다.

‘손 안대고 코 푸는’격으로 남에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이 재난 대비에도 의무화될까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평상시에 재난대비 병원이나 병상의 운영을 어떻게 할지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착한 적자도 자꾸 쌓이면 악성 적자를 면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호된 비판이나 국민 세금 낭비라는 질타로 정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력한 전염병과의 전쟁 중에 정치적 선동 휘말리다 ‘잔인한 시대’ 피하기 어려워

코로나19에 대해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바이러스의 특성이 노인 연령대에 치명적이라는 사실과 놀라운 확산력을 갖고 있다는 것 이외에 이제 겨우 쓸 만한 진단장비가 개발돼 있고 치료제는 물론 백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바이러스 전투에서의 냉혹한 현실이다.

우리나라와 유럽의 선진국과 치명율 비교도 이성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적 분석이라기보다는 정치색이 가미된 설익은 유사 과학의 주장으로 읽혀진다. 왜냐하면, 아직 코로나19는 진행 중이고, 언제 끝이 나서 종식선언을 통한 정확한 통계치를 제시하기는 너무 시기적으로 이르기 때문이다. 

2003년 사스(SARS)의 경험에서 우리나라는 감염자나 사망자의 통계를 보면 이웃나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적은 수로 이런 비교가 함유하는 비과학적인 면을 보여 준다. 사스도 잘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이런 연유로 사스에서 우리나라의 3명의 추정 환자가 보이는 극도로 낮은 감염율과 제로 사망률이 마늘과 김치덕분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로 인해 한동안 김치도 잘 팔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 사스에서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던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예방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었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나 정치권은 이를 이용해 정치적으로 선전한 기억이 없다. 아마도 이런 경험을 살려 현재의 정부는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대처를 지켜보며 지속적으로 코로나19의 대응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칭찬을 받고 있다고 여론몰이와 정권의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노다지처럼 확실한 정치적 이용 가치를 발견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과거의 군사정권 시절에 흘러나왔던 “좋아졌네, 좋아졌어!”라는 공무원 찬가를 연상케 하고 새로운 형태의 용비어천가의 낯 뜨거운 장면을 보이는 듯하다. 

선진 유럽의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은 다 동일한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는 틀림없으나 사스의 경험에도 보듯이 질병에 대한 감염병에 대한 감수성(susceptibility)은 다를 수도 있다. 근거중심의학의 한계에서 다양한 서브그룹(sub-group)에 대한 문제는 자주 지적되는 약점이다. 우리와 유럽인은 코로나바이러스 19에 대하여 같은 반응을 보이는가? 의료 환경 이외 다른 환경적 요인은 없는가? 같은 바이러스임에 틀림이 없는가? 이미 증폭된 변종이라는 사실도 제기 되었다. 유럽의 고전과 우리의 선전은 아직 특정한 이유로 설명하기 힘든 것이다. 

코로나19 아직도 정체불명 현실 정치적 잿밥에 관심 꺼야 위기에서 살아남아 

어떤 사실을 규명하기 위하여 학자들은 여러 가지 근거 있는 논리와 다양한 수치를 제시한다. 그래야만 과학적으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다양한 수치인 평균연령, 입원기간, 확진율, 사망률 등이 공식에 대입되거나 제시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신종 감염병의 본질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나 환자를 치료한 의료인의 직접적인 경험은 또 어떤지 등 다양한 면에서 관찰되고 정제해 표현해야 한다. 그럼에도 감염병의 진실된 모습은 아직도 정확한 실체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라는 학자들조차도 실제로 환자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의사로서 직접적인 환자진료의 노동에 종사하지 않은 사람들이 신종전염병의 전문가이기도 하고, 의료제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환자진료 노동에 대한 가치를 산정한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코로나19에 대해 우리나라의 방역이 잘 됐다는 주장도 생각해 보면 사스와 같이 한국인은 코로나19에도 저항이 강해서 생긴 현상이지 실제로 방역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닌가? 결국 현재의 코로나19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에 설익은 과학적 주장은 제발이지 자제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75%의 공공병원 감염병 진료와 25%의 민간병원 감염병 진료에서 진료가 부족해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얼핏 공공병원을 축소하고 민간병원이 맡았으면 성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역설도 포함한다. 코로나바이러스 19의 본질파악도 이제 시작인 시점에서 병원 소유 형태가 감염병 대처의 성과와 연결된다는 것은 과학적 검증 대상으로 취급하기에는 너무나 비과학적이고 비전문적인 주장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난상황에서 동원될 수 있는 범국가적 병원체제의 완성이다. 싱가포르가 보여준 것처럼 전시상황과 같이 시나리오에 의한 평소의 훈련과 점검, 감염병 대처용 물자비축 그리고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동원 계획을 미리 갖고 있어야 하고 이것은 매우 치밀한 과학적 위험 사정에 근거한 국가적 기획 사업이 돼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바이러스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효과적인 무기는 과학이지, 인기몰이의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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