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학생회, 학부모까지 나서 "원점 재검토 촉구"…인력 공백으로 응급실 진료 제한 불가피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증원이 이뤄지는 충북의대가 재차 의대 정원 증원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충북대 교수들의 사직으로 충북대병원도 휘청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충북의대는 기존 49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이 200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다만 내년에 한해 기존 증원분의 50%만 반영해 2025학년도에 의대 신입생을 125명 모집하게 된다.
충북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 충북의대 학생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재차 국회와 정부, 총장과 입학처장을 향한 성명을 내고 의대 정원 증원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와 정부, 충북대 총장은 의대 입시를 즉시 멈추고 대학의 수용능력을 고려한 입학정원 감원대책을 제시하라"며 "매년 신입생을 200명씩 선발하면 6년 뒤에는 1200명의 학생들이 실습 공간 부족과 교수 부족 등으로 부실교육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희복 비대위원장은 "현재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교수들의 당직 등 과로문제와 병원은 60억 원의 누적적자로 도산위기에 처했다"며 "곧 탄핵당할 대통령이 내놓은 터무니없는 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습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시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충족하지 못한 미달 정원을 정시 모집 인원으로 이월하지 말고, 정시도 최초 합격자 발표 후 타 대학 중복 합격으로 발생한 미등록 인원을 추가 선발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우선으로 요구하는 것은 입학 정원 증원 취소"라고 강조했다.
16일에는 전국의대학부모연합이 충북대학교 대학본부 앞에 ‘의료 파탄 내란수괴 윤석열은 책임져라’, ‘윤석열의 부역자 총장은 퇴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10여 개의 화환을 설치한 데 이어 교수들과 학생들까지 나서 의대 증원 취소를 요구한 것이다.
이 가운데 충청북도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으로 충북대병원 의사 수는 총 215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전문의는 200명이었으며 일반의는 6명, 레지던트는 단 9명이었다.
올 초 의대 정원 증원이 발표되기 전인 2024년 1분기와 비교하면 의사 수는 약 35.82% 감소했다. 당시 전체 의사 수는 335명이고, 이중 전문의는 212명, 일반의 9명, 레지던트 114명이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탈한 전공의들을 제외하고도 충북대병원은 일반의 3명, 전문의 12명이 이탈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충북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217명이었던 전문의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14명이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에 충원을 진행해 현재 203명으로 다소 회복했지만 그 숫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전문의와 전공의 등 20여명이 근무하며 돌아갔던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현재 5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만 근무하고 있다.
충북의대 교수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를 시작으로 병원의 핵심 중추 교수들이 이탈하면서 병원은 경영난에 부딪혔다. 결국 충북대병원은 지난 10월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성인 환자에 한해 응급실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
전국 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17일 기준)에 따르면 충북대병원 응급실에는 ▲호흡기내과 인력부족으로 인한 진료제한 ▲산과 F/U 환자 외 수용불가능 ▲정신과 인력부족으로 입원 불가 ▲비뇨기과 인력부족으로 진료 제한 ▲흉부외과 인력부족으로 진료불가 ▲안과 야간, 주말 수용 불가 ▲간담췌외과 인력부족으로 진료 제한 ▲장중첩/폐색 인력 부족으로 진료 불가 등 총 9개의 응급실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충북도청의 의대 증원에 대한 열망 등이 알려지면서 의사들 사이에서 충북대병원에 대한 평판도 낮아졌다. 당장 학생들을 가르칠 능력 있고 경험 많은, 책임감을 갖춘 교수들마저 떠나는 상황에서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다"며 "교수도 없는데 부족한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강의할지도 걱정이고, 실습은 어떻게 할지도 걱정이다. 제일 큰 걱정은 지역의 환자들이 최종 치료를 받을 병원을 잃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면 모든 이들이 우려한 지역의료 붕괴가 곧 시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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